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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날의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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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1939년 서간집 '나의화환' 에 실린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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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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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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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의 편지를 오늘 아침에 반가히 받았읍니다. 나는 지금 막 해수욕을 하고 돌아온 길이라오. 몸이 나른하도록 물속에서 장난을 치고 돌아와서 한참 누웠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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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누워서 다시 생각하여도 시원한 곳이요. 푸른바다! 해풍에 나붓기는 처녀들의 검은 머리털! 언제나 싫지않은 바다의 유혹! 그 속에 끌려들어 살이 새까맣게 타는지도 모르고 날마다 명사십리 행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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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는 일기까지 좋지요. 인어같은 어여쁜 사람들의 그림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끊일 줄 모릅니다. 그곳에 만은 빈부귀천도 없어요. 사나이나 여자나 모두 해방하였고 즐길 뿐이지요. 옛날의 에덴을 꿈꾸지 말고 바다로 오라고 나는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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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이 신선이 되어 유람하는듯 ─ 그러나 바다에서 보면 어느것이 하늘이요. 어느것이 물인지요! 참 잊었구료. 오늘은 바둑돌같이 알락알락한 조개를 한 바가지나 잡었다오. 저녁에 국을 끓여 먹을 작정 이랍니다. 어제는 도미와 꽃게를 사왔는데 도미는 구워먹고 게는 기름에 볶아서 싫컷 먹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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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우리들은 날마다 노는것이 일이니까 모이면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까 ─ 그 연구 뿐이라오. 정숙이, 연주, 정옥이 모두 왔읍디다. 우리는 헤엄치다 나와서는 모래밭에 큰 우산을 받쳐놓고 노래도 부르고 장난도 치고 유쾌한 시간을 즐긴답니다. 이럴때 마다 나는 벗을 생각합니다. 벗이 왔다면 한몫끼여 잘 놀듯 싶소. 그 뿐이겠소 ─ 밤이면 요사이 고운 달이 뜨지 않습니까. 저녁을 일찍 해먹고 송도원 송림 사이로 달놀이를 나가지요. 달은 흔들리는 물결을 붉게 물드려 내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오. 바둑돌을 하나 둘씩 던지며 끝없는 꿈속에 잠겼으면, 실바람을 타고오는 노래소리 바이얼린 소리는 왜 그리 신비하오 ─ 나는 이런때면 가수가 못된것이 유감이요. 벗이라도 옆에 있다면! 하고 서운한 생각에 뒤를 돌아 본적도 있다오. 우리 패(경숙이네 형제 우리 형제)는 벗도 알다시피 모두 벙어리 매미 격이요. 그래서 화가 나면 키타줄만 되는데로 쥐어 뜯는답니다. 그런데 누구나 이런 밤은 노래하고 싶겠지만 모두들 콧노래도 부르고 거닐고 있는것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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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사다리교로 발길을 옮기면 오고가는 손님은 모두 피서객들 뿐이지요. 그들은 그 밤을 그냥 놓아 보내기가 안타까운 듯이 밤이 깊어도 돌아갈 줄 모른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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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름다운 밤 ─ 이곳의 밤은 환락의 밤이요. 그리고 신선이 사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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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때마다 벗이 잘 부르는 ‘호프만의 뱃노래’가 귓전을 스치고 달아나는듯 하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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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신]이! 단 하루 만이라도 왔다 갈수는 없소? 사람이 몇 백 년이나 살줄 아오 ─ 너무 현실과 싸우지만 말고 눈딱감고 한번 오시구료. 나 역시 돈이 많아 왔겠소 ─ 그러나 그 대신 몸이 튼튼하여 가니 퍽 기쁘오. 소화불량으로 그렇게 볶이었으나 지금은 그림자도 찾을길 없고, 삼시 세때만 먹고는 시장해서 견딜수가 없다오. 내가 지난번에 얘기를 했던가 ─ 방을 얻어 자취를 한다고 여간 재미있지 않다오. 방이 넓어 시원해 좋고 반찬은 바다에서 건지는 놈으로 하니까 어찌나 맛있는지 저녁이면 밥 두공기 밖에 못먹던 내가 네공기는 보통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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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방까지 얻었으니까 한 달은 있을 작정이요. 좀 몸을 튼튼하게 만들어 가지고 가서, 그대신 일을 부지런하게 하면 되지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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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 한번 안 오시려우! 차비만 쓰구려…… 밥은 내가 낼께…… 호호호. 좀 재미있을 게요. 생각만해도 재미가 옥실옥실 그저 붙들지 않을테니 휴가만 얻어서 와요. 즐겁게 놀아야 일도 잘 할수 있거던……. 그럼, 기다리겠소. 어느날 온다는 편지만 하면 내가 마중 나갈테니…… 꼭 기다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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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피가 일요일이니 모레 오후에 와요. 안오면 나는 골 낼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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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만 두겠소. 빠이 빠이. S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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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花環[화환]」에서
【원문】여름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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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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