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잡힐 듯 말듯 젊은 날의 긴 동안을 고달피던
10
다시 그러모아 마음의 헌 누각을 重修[중수]하려
11
몇 번 힘을 내고 눈알을 굴려 방안의 좁은 하늘을 헤매었는가?
12
그러나 검은 눈썹은 또다시 피로에 떨면서,
14
주검의 억센 품안에서 몸을 떨쳐 휘어나려
15
오늘도 어제와 같이 고된 격투에 시달린 육신은
18
그러면 벌써 나의 배는 파선하고 마는 것일까?
19
한 조각의 썩은 널조차 나를 돌보지 않고,
21
평탄한 뭍에서도 온전히 그 길을 찾을 수 없는
22
진리에로 향한 한 오리 가는 생명의 줄까지도
25
오오, 한줌의 초라한 내 머리를 실어 오랜동안,
26
한마디 군소리도 없이 오직 나를 위하여 충실하던 내 조그만 베개
27
반딧불만한 희망의 빛깔에도 불길처럼 타오르고,
28
풀잎 하나 그 앞을 가리어도 千[천] 오리 머리털이 활줄같이 울던
29
청년의 마음을 실은 내 탐탁한 거루인 네가
30
이제는 저무는 가을의 지는 잎 되어 거친 파도 가운데 엎드러지면서,
32
나는 다시 한 번 온몸의 격렬한 전율을 느끼며,
35
내 착하고 충성된 거루의 긴 항행을 회상한다.
36
굴욕의 분함이 나를 땅바닥에 메다쳤을 제도,
37
너는 보복의 뜨거운 불길을 가지고 나를 일으키었고,
40
절망의 깊은 골짝 아래 풀잎같이 쓰러뜨렸을 그때에도,
41
너는 어머니와 같이 나를 달래어 용기의 귀한 젖꼭지를 빨리면서,
42
아침해가 동쪽 산머리에 벙긋이 웃을 때,
43
일지도 않게 늦지도 않게 새벽 항구로 나를 날랐었다.
45
우리들 청년의 세대의 괴롭고 긴 역사의 밤,
46
검은 구름이 비바람 몰고 노한 물결은 산더미 되어,
48
그 미덥던 너도 돛을 버리고 닻줄을 끊어,
49
오직 하늘과 땅으로 소리도 없는 절망의 슬픈 노래를 뜯어,
51
오오, 이것이 청년인 내 주검의 자장가인가?
52
나는 참을 수 없는 침묵에서 몸을 빼어 뒤척일 때,
53
거칫 손에 닿는 조그만 옛 冊子[책자]를 머리맡에서 집었다.
54
책장은 예와 같이 활자의 縱隊[종대]를 이끌고,
55
비스듬히 내 손에서 땅을 향하여 넘어간다.
57
틈틈이 빈 곳을 메운 낯익은 내 서투른 글씨,
58
나는 방안 그득히 나를 사로잡은 침묵의 城[성]돌을 빼는,
59
그 귀여운 옛 책의 날개소리에 가만히 감사하면서,
60
프르륵 최후의 한 장을 헛되이 닫을 때,
61
나는 천지를 흔드는 포성에 귓전을 맞은 듯,
62
꽉 가슴에 놓인 永囊[영낭]을 부여잡고 배개의 깊은 가슴에 머리를 파묻었다.
66
베개는 노래의 속삭임이 아니라, 위대한 진군의 발자국 소리를,
67
어둠은 별빛의 실이 아니라, 태양의 타는 열과 눈부신 광채를,
68
고요한 내 병실에 허덕이는 내 가슴속에 들어붓고 있다.
71
얼마나 깨끗하고 괴롭게 그들은 죽었는가?
74
주검까지도 사는 즐거움으로 부둥켜안은 청년의 아픈 행복을,
75
나는 두 눈을 감아 아직도 손바닥 밑에 고요히 뛰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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