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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자 소전(龍子小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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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11~12
이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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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소전(龍子小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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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경구(警句)가 책 속에 씌어 있기나 한 것처럼 초록빛 부사견을 늘인 책장에서 책을 나르기 시작한 후로의 용자는 말이 적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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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말이 적은 아이고 나이보다는 조숙하여서 철학자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용자라 단 하나뿐인 오랍 동생이면서도 일년 가야 서로 이야기하는 일도 없는 우리 남매였다. 나는 용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떠한 취미를 갖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언젠가 나의 책꽂이에서 하이네니 바이런이니 하는 시집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겼는데 그것이 용자가 빼가는 것인 줄을 알고서야 나는 용자가 문학에 취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었다―그러나 웬일인지 그런 후로는 원래 말이 적은 아이기는 하지마는 도통 집안에서도 입을 벌리지 않는다. 낮에는 온종일 병원에 가서 처박혔고 밤에는 일찍 온대야 해가 진 후고 내가 못 보아 그런 게거니쯤 생각하고는 별로 이상히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낮이나 밤이나 저 혼자 제 방에서 뒹굴다가 끼니 때나 되어야 안방으로 들어온다는 말을 어머니한테 듣고는, 바이런의 여독인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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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용자를 그렇게 만든 것이 나라고 생각하는 눈치다. 내가 문학서류를 사들이기 때문에―아니 용자를 문학 소녀를 만들기 위해서 저와는 부니가 떨어지는 책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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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그럼직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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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는 나도 문학 청년이었다. 중학 이학년 때부터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문학서적이면 되는대로 읽고 혹 씁네 하고 원고지 장을 사들인 때도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는 졸업기에 와서 더욱 맹렬하였다. 나는 멱살을 잡히듯이 끌리어 의전에 시험을 쳤다. 별로 자신도 없었다.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어도 좋다. 아니 안 되는 것이 되레 좋다. 이런 태도로 시험을 친 것이 다행히(지금 생각하면 조금도 다행한 것이 아니었지마는) 패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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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나와 문학과는 인연이 멀어졌지마는 문학을 그리는 정은 사라질 줄 몰랐다. 피뜩피뜩 신문이나 잡지에서 옛날 동창들의 이름이 발견될 때마다 그지없이 부러운 정을 느끼었다. 멀리 별을 따러 가는 동무들을 저 밑 구멍 속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하염없는 심사였다. 나는 실상 조금도 의학에 취미를 느끼지 못하면서도, 너희는 문학이면 나는 의학으로 몸을 세우리라는 엉뚱한 패기로 의학에 몰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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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혹시 장정이나 새뜻한 문학서류가 눈에 뜨이면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샀다. 말하자면 내가 문학서류를 사는 것은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서하기 위해서였다. 날로날로 문학적 지반을 닦아가는 동창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책이었다 ―봐라, 내게도 책이 있다. 언제든지 여유만 생기면 나도 너희들만한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자위(自慰) 행동에서 생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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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책을 사다만 놓고 한 권도 통독한 것이 없었다. 시라면 몇 개, 단편이라면 한두 개 틈틈이 ―그것도 시간 보내기 위해서 읽는 정도의 것이었다. 실상은 용자가 내 책상에서 문학서류를 빼다 읽는 것도 작년 봄에야 발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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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만 해도 내가 하이네 시집 속의 「오월의 노래」라는 시를 찾아볼 일만 생기지 않았던들 지금까지 몰랐을지도 모른다. 한 권 빼가지고는 한 권 갖다 꽂는 터라 책장이 그렇게 눈에 뜨이게 뵈는 일도 없었고 한 달 가야 한두 번밖에 문학 서적만이 들어 있는 이 초록 부사견이 늘인 책장에는 손을 대지 않는 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봄까지만 해도 나의 문고란 그지없이 빈약한 것이었다. 시집이 몇 권, 소설이 몇 권, 「태서명시의 감상」이니 「세계 문학 전집」이니 하는 따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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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중학시대 동창인 B가 찾아왔다. B는 작가로서 벌써 공고한 지반을 문단에 닦고 있는 사람이다. 그는 동반자 작가로 가장 촉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문학서적을 사라고 권한 것이다.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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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곰팡내나는 책만 사지 말고 문학 서적을 사게나. 나도 좀 얻어다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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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의 욕심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질투는 하면서도 B의 작품에 적지 않은 경의를 느끼고 있던 나는 B도 읽힐 겸 용자에게도 읽힐 겸 단번에 이백여원어치를 사들인 것이었다. 용자를 중심으로 아버지와 나 사이에 장벽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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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하릴없는 위인들의 마작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문학이 성한 나라는 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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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동경 유학까지 했다는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문학에 대한 이해가 적을까 하는 것이 나의 수수께끼였다. 용자도 아버지의 이러한 조전에는 몹시 머리를 앓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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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입을 안 여는 용자가 하루는 나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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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당신께서 동경 유학까지 하셨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계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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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격분한 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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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참, 어째 그러신지 모르겠다. 더욱 B군이 오면 그냥 화를 내시고… 문학하는 사람이 그렇게도 미울까? B군이야 인간적으로 본다면 참 사귀기 좋은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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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잠자코 있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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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문학을 한대서가 아닐 겁니다. 아버지가 싫어하는 것은―싫어하시는 게 아니지요, 무서워하는 것이지요―문학이 아니라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일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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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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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는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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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냐구요? 그야 뻔한 노릇이지요. B씨는 당국이 미워하는 사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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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의 말하는 횟수가 한 마디 한 마디 더 줄어갈수록에 집안에서는 큰 변이나 난 것처럼 떠들게 되었다. 전에는 그래도 제 직성이 풀리면 되나 안되나 안방에 들어와 이야기도 하고 나이가 허락하는 한도에서는 애교도 피우고 하던 것이 요새 와서는 아침에 제 방에 들어박히면 저녁이 돼야 밖에 나온다. 아버지는 그것이 모두 나의 탓이라 하였다. 내가 용자에게 문학서류를 권한 것이요, B가 드나들면서 그 되지 못한 사상을 용자에게 부어주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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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은 한 가지 장기(長技)를 가지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주견을 가지고 있는 나는 별로이 걱정을 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용자의 무언이 그렇게 칭찬할 만한 징후가 되지 못한다는 것만은 나도 시인하였다. 그래 병원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밥어멈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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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 오늘은 어디 좀 나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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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어보고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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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꼼짝 않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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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멈의 대답은 대개 이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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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가을부터 나는 갑자기 용자의 ‘무언’에 커다란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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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신문을 펴고 앉았다가 벌떡 일어났다. 홍, 박의 두 문학 소녀가 정사를 했다는 기사가 사회면에 꽉 채워졌었다. 원인은 염세(厭世), 동기는 S라는 어떤 시인의 자살과 K라는 역시 어떤 소설가의 염세 음독자살이 그들을 그쪽으로 끈 듯하다는 것이었다. C신문은 그들이 동성연애에 취하였다고도 하고 D신문은 홍 양이 실연으로 비관하는데 박 양이 동정한 나머지 정사까지 하게 되었다고 각각 주장을 하고 있으나 동기나 방법이야 어떻든간에 그들의 일상생활과 성격이 용자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나는 발견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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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자리에서 신문을 착착 접어서 감추었다. 집안 식구도 식구려니와 나는 용자에게 그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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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종의 위협까지 느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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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년 동안 데리고 있는 용자면서도 나는 도무지 용자를 모른다. 다만 어릴 때의 용자, 용자를 길러낸 우리집의 교육 방법을 알 뿐이다. 그리고 용자가 꿈꾸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흔히 그런 나이에 많은 계집애인 것을 알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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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의 꿈은 집에서 길러준 것이다. 사대째 겨우 자식 하나로 대를 이어온 우리집이다. 내 위로 누이 하나가 있다가 출가하고 하나만이라도 더 하고 그지없이 바라다가 내가 일곱 살이 되자 터우리만 바라던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단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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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걸, 내 팔자에 자식이 둘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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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아버지는 가끔 화를 내시었다. 나도 그런 것을 몇 번 보았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죄나 진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가시면 어머니는 나를 붙들고 울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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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끝에 태어난 용자였다. 용자는 나보다도 귀염을 받고 자랐다. 샘을 하면서도 나 또한 용자가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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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갈수록에 용자는 불란서 인형 그대로를 닮아갔다. 더욱이 눈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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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랄수록 말소리에서는 티가 없어졌고 쇠방울 소리처럼 명랑하였다. 애송이 꾀꼬리처럼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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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미의 화신인 성싶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의 어떤 부분은 코가 되고 눈도 되고 입도 되어 그 완성된 미에서 다시 곱고 고운 목소리가 빚어진 것 같았다. 재롱도 눈에 뜨이게 늘어가고 말주변도 동이뜨게 자랐다. 그것은 마치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이 모이어 자기네의 장기대로 한 가지 한 가지 만든 예술품을 다시 종합시키어 만들어진 종합예술품―이런 느낌을 용자는 보는 사람들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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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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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버지와 가장 친히 지내시는 이 박사가 지어준 이름이다. 모르기는 하나 그렇게 얄밉도록 귀엽다는 뜻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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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박사는 자기의 감정이 전부 표현되지 못한 것 같은 불만을 느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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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것 그냥 집어삼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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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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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손님이 오면 반드시 아버지는 용자를 데리고 나갔다. 그들은 둘러 앉아서 이런 이야기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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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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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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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커서 뭣이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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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가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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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 허어 그래, 너 선녀가 뭔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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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나라에 있는 게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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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은 모두 이 박사가 데리고 앉아서 알으킨 것이었다. 일곱 살 때다. 집에서는 심심하면 용자를 데리고 입학준비를 시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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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발이 몇이냐, 용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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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지 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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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보다 개 발이 몇이나 더 많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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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귀찮아! 날 맹춘 줄 아는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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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입을 빼쪽하고 까만 눈동자를 핼끔한다. 그런 때의 용자 얼굴을 이 박사는 “고것 그냥 고것 그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아주 술어가 되어 집에서는 심심하면 고것 그냥 좀 사자고 덤비고는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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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오는 사람마다 용자를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별처럼 다루었다. 그것이 필경에는 용자 자신도 정말 제가 하늘에서 떨어진 선녀나 되는 것처럼 인식케 한 것 같았다. 용자는 걸핏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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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는 그런 것을 않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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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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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이 가까워올수록에 집안에서는 불안이 떠돌았다. 그래서 말끝마다 시험을 잘보라고 주장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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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을 못하면 별나라 선녀가 개굴창 두더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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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용자는 까만 눈동자를 한껏 크게 뜨고 묻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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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두 시험을 봐야 한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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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넌 별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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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알 수 없다는 듯이 잠자코 말았다. 그 표정은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용자만의 독특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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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태도는 용자가 커갈수록에 더욱 뚜렷이 나타났다. 그는 말끝마다 “그래, 나두?”를 내세웠다. 그래도 집에서는 그것을 가르쳐줄 줄은 몰랐다. 대개 “암, 그렇지!”하고 재롱으로만 알고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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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철이 날 때까지도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가장 높고 가장 권위있는 그런 존재인 줄만 여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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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졸업한 후까지도 저는 현대 조선의 여성들과는 어딘지 다른 것을 갖고 있는 초월한 존재처럼 자기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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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격을 가진 용자인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였다. 그러나 그러한 성격이―천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변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현재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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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야, 넌 왜 그리 방 속에만 처박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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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이렇게 물어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높다랗게 얹힌 푹 익은 가을날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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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떡해요? 물무당처럼 돌아만 다닌다면 아버지나 오빠는 또 말씀을 하실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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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지 않더라도 집에서는 이야기도 하고 심심하거든 병원에도 좀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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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에는 마가 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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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말적게 대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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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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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주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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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곤히 잠이 들려고 하다가 나는 용자의 부르는 소리에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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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에 용자는 내 책상 앞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아내가 제 친가에 가던 그날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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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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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는 가볍게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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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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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데도 시간이 있나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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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용자는 나글나글한 웃음을 생긋이 웃어보이고는 나의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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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귀한 손을 맞기에 충성을 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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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한동안 꿈꾸는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앉았다. 잠도 안 오고 책도 보기 싫고 해서 시간이나 보낼까 하고 나온 게려니 했다. 그래서 나는 병원에서 생긴 일이며 친구들이 오다가다 하고 간 이야기 같은 것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였다. 한 친구의 어머니가 손자놈이 처음 보통학교에 들어가서 “미즈스꼬시”하고 배워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미즈꼬시”했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물이 되었다는 것 같은 계집애들 듣기에는 우스울 만한 것만 골랐건마는 용자는 그저 방싯하다가 만다. 그러더니 밑도 끝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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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대체 결혼이란 것을 어떻게 생각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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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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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외의 질문에 한동안은 대꾸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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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 도대체 뭣을 묻는 게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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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우두커니 앉았다가 행!하는 소리를 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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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런 얘긴 그만두셔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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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당찮은 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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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용자에게서 다음 이야기가 나올 때만 기다리고 앉았으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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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난 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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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들 새도 없이 휙 일어나 나갔다. 이렇게 한번 길을 터놨으니까… 하고 나는 굳이 붙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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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에 아내가 돌아왔기에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아내도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실상은 오빠한테는 자기 말을 절대 말라는 부탁이 있었다는 뒷다짐을 하고는 지금까지 내가 모르던 이야기를 이것저것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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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말 같아서는 용자는 가끔 혼자 운다는 것이었다. 외출하는 날짜는 한달에 평균 사오차, 용자는 무슨 말끝에선가 현재 나의 생활이 너무도 부르주아적이라는 것을 비난한 일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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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 말까지 합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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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는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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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요, 꼭 한번. 오빠두 좀더 괴로워보지 못한다면 돌팔이 의사로 늙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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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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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B씨요 왜 소설 쓰는 B씨 말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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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알아. B를 내가 모를까봐서 주를 다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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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프지 않게 핀잔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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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하구는 좋이 가깝게 지내는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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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다니기도 하는지는 몰라도 가끔 서신 왕복쯤 있는 줄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마는 B군을 그렇게 칭찬한다든가 가끔 선물 같은 것을 보낸다든가 한다는 것은 아내에게 듣고서야 처음 알았다. 학생 때에 어떤 의학 전문학교 학생이 쫓아다니어서 죽겠다고 이야기는 하면서도 뒤로는 몇 번씩 찾아도 다니고 일요일이면 산책도 했었다는, 내게는 금시초문인 이야기를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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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갑자기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누구를 상대로 하시는겐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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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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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더 꼬치꼬치 물어보고도 싶었지마는 용자가 제 낯을 깎일 만한 일이야 저질렀을 것 같지는 않더라도 아내 입만을 통해서 용자의 전모를 캐어보자는 용기까지는 있지 않았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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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하구 결혼하실 의사가 아니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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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아내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였을 때 나는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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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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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만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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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한 질 사지 않겠느냐고 왔을 때 나는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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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용자한테 좀 놀러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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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말을 비쳐도 보았지마는 B에게서는 그럼직한 기맥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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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만한 나이로―아니 현대 조선 여성에게는 용자씨가 모든 점으로 보아 가장 높은 수준에 놓여질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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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추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B가 용자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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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의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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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어볼까말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용자의 결혼에까지 말참견을 하기에는 나는 너무도 용자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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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에 나는 용자를 끌고 산책을 나왔다. 한강에라도 하고 나오다가 갑자기 어제 간호부들이 밤 가지를 꺾어들고 돌아오던 생각이 나서 안양으로 노정을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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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풀 쪽으로 걸어갔다. 중간 중간에서 아람 번 밤을 따다가 욕도 두어 번 먹었다. 그래도 그것이 어쩐지 재미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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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쪽에서 밤 가지를 사들고 천변을 끼고 내려오다가 안양에서 농장을 한다는 시인 H와 소설가 M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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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가 M이지요. M하구 H하구는 형제란 말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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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며 한번 H가 어찌 키가 작던지 자기네 동무 몇이 뒤를 따라가며 애개개! 하고 놀려주었다는 등 이야기를 하며 돌아보고 웃고 웃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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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문단 이야기며, 나의 친구 이야기, 용자는 용자대로 저희들 동무 이야기, 그중에는 나도 몇 번쯤은 만나서 아는 아이들의 이름도 가끔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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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로 앞에서 포도를 사먹을 제는 생활 이야기가 났다. 아니 내가 기회를 보아 생활로 화제를 돌린 것이다. 이윽고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더니 용자는 포도송이를 살그머니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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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말이 났으니 말이지마는 오빠도 생활을 좀 고치실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해요.”
 
135
서슴는 기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136
“생활을 고치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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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부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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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생활은 너무 지나쳐요. 찬을 해먹는다든가 값진 옷을 해입는다든가 부리는 사람을 둔다든가 하는 것이야 하루 이틀에 고칠 것도 못 되고 또 그만한 의식이 없으면 못할 일이라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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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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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든다면 세숫물을 떠노란다든가, 구두를 닦으란다든가, 좀더 나가서는 부리는 사람을 아범이니 어멈이니 부른다든가 첫째 오빠더러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오빠 친구가 왔다가 들을까 겁이 나요”
 
141
나는 짹소리도 못했다. 이런 비난은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한테 들어온 터였다. 한번 S라는 친구가 놀러 와서 술을 나누다가 어멈이 “서방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내가 “왜 그러냐?” 하고 대답했다가 S한테 뺨까지 맞은 일이 있었다. 그때 용자도 옆에서 보았으니까 그때 말은 차마 꺼내지도 못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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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차로 우리는 올라왔다. 손아래 누이한테 책망을 듣기는 하면서도 이렇게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하게 된 것이 나로서는 기뻤다.
 
143
화신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다가 용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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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왜 결혼하지 않는대요?”
 
145
이런 소리를 힘도 들이지 않고 풀쑥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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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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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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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모르긴 모르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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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눈치를 슬쩍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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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무표정하였다. 용자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리어 사방을 휘돌아보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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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제가 B씨한테 동무를 하나 소개할까 해요,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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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를 소개한다? 그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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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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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자는 손을 가리고 웃었다. “왜”란 말은 잘못했다고 그제야 나도 깨달았다.
 
155
B와 결혼했으면 좋겠다―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싶으나 차마 정면으로 꺼내기는 거북스러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나는 단정하였다. 서로 존경하는 사이요, 또 그만큼 호의를 주고받는 바에야 결혼한대도 좋다고도 생각하였다. 아니, 아버지가 반대하더라도 용자와 나만 우긴다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으리라고 나는 그 순간에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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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것 없이 너 B군과 결혼하면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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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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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용자는 펄쩍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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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군에게 소개할 만한 동무라면 너와두 자별한 사일 게고 자별한 동무를 권할 만큼 B군을 알았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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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곧은 길을 푹 쑤시었다.
 
161
그래도 용자는 고개를 짤래짤래 흔들며,
 
162
“그건 오빠 오해지요, 절대 그런 건 아니예요. B씨한테 동무는 권할 수 있어도 저의 적임자가 아니예요. 그만큼 B씨를 믿기도 해요. 믿기는 하지만…”
 
163
“도시 모를 소리다. 제 몸을 맡길 만한 자리는 못 되지만 친한 동무는 권한다?”
 
164
“그래요!”
 
165
그렇다? 하고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황혼도 짙었지만 불 없는 자동차가 마침 앞을 뚫고 지나갔다. 나는 다시 걸으며 물었다.
 
166
“그럴진대 거기 반드시 이유가 있겠고나, 응?”
 
167
“이유? 그야 있지요! 말할게요? 그 이유는 B씨가 너무 가난하다는 것이겠죠! 말하자면 돈이 없는 탓이지요!”
 
168
“뭐야? 네 입으로?”
 
169
하고 나는 또 딱 섰다.
 
170
“그럼 저니까 이런 말을 하지요?”
 
171
“너니까 그런 말을 한다?”
 
172
나는 또한 놀라 보였다.
 
173
“그래요, 저니까 그런 말을 하여요.”
 
174
용자는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175
개명 앞을 지나도록 우리는 한마디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176
개명 앞에서 용자는 전차를 탈 듯이 하다가는,
 
177
“오빠, 사과나 좀 사가지고 갈까요?”
 
178
하고 넌지시 나를 쳐다보더니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기색도 없이 그대로 과일 가게 앞에 서서 이것저것 값을 따지더니 사과와 배를 각각 한 봉지씩 사든다. 그러더니 별로 나더러 가자는 말도 없이 그대로 회작회작 앞을 서 간다.
 
179
나는 용자의 과일 봉지를 받아서 손에 들고 밤나무 가지를 용자에게로 넘기었다.
 
180
집에 온 때는 으수이 어두웠다.
 
181
두 남매가 나란히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그지없이 기뻐하였다. 마루 끝에 나란히 앉아서 세수를 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겸상이 놓여 있다. 용자와 겸상은 처음이었다.
 
182
어렸을 때는 한상에서 밥도 먹었고 찬을 가지고 악다구니를 한 적도 있지마는 철난 후로는 이것이 처음이다.
 
183
“얘, 밥 먹자.”
 
184
나는 누이의 손을 끌듯이 청하였다.
 
185
밥을 먹는 동안에도 나의 머릿속에서는 아까 길에서 들은 용자의 말이 주책없이 머리를 들고 일어섰다. 나의 생활을 비난하고 나의 의식을 조롱하는 용자, B의 불온한 사상에 공명을 하여 그를 그지없이 존경하고 있는 용자― 그 용자로서는 하고 싶어도 못할 말이었다.
 
186
나는 용자를 모른다. 모르기는 하지마는 그가 나보다 한걸음 앞선 진보적인 사상을 갖고 있다는 것만은 잘 안다. 나의 생활이 너무 부르주아적이라고 비난한다는 소리로 미루어본다든지, 나의 초록빛 부사견을 늘인 책장에서 한 권 한 권 없어지는 책 이름을 들어보더라도 용자는 확실히 나를 한걸음 앞섰다.
 
187
아니 현대 조선 여성 중에서도 용자는 모든 점에서 뛰어날 것이다. 입으로는 소위 이상이니 인격이니 하는 것을 식은 죽 먹기로 노닥이면서도 한 사람도 그 위대한 이상을 살리는 예를 얻어보기가 드문 지금의 조선이다. 그중에서 용자는 확실히 모든 점에서 초월하였다고 나는 생각해온 터이다.
 
188
“아까 네 말은 도시 못 알아듣겠는데…”
 
189
저녁상을 물리고 사과를 벗기는 하얀 손을 내려다보고 앉았다가 나는 이렇게 용자를 건너다보았다.
 
190
용자는 사과 벗기던 손을 쉬고 차근차근히 나를 뜯어보고 다시 칼을 놀리더니 두번째 나를 뜯어본다. 그러고는 엉뚱하게 나글나글한 웃음을 띄우더니,
 
191
“못 알아들으시겠어요?”
 
192
하고 또 한번 생긋이 웃는다.
 
193
“글쎄, 너는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마는 난 듣기엔 퍽 부니가 뜬다.”
 
194
나는 담배에 불을 또 한개 붙이었다.
 
195
“가령 네가 보통 다른 아이들과 같다면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마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너는―적어도 너만은 그런 말을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소리는 저 철없이 날뛰는 아이들이나 할 소리같이 나는 생각했는데… ”
 
196
마치 어른들에게 상서나 할 때처럼 나는 조심조심 이렇게 말했다.
 
197
용자는 그래도 잠자코 앉았었다. 사과덩이가 쟁반을 굴러서 떨어졌다.
 
198
용자는 사과를 깎던 그대로의 포즈로 한동안 앉았다. 꿈을 막 깬 듯한 대글대글하는 눈동자는 거미줄 같은 응시(凝視)를 나의 얼굴 어느 구석엔지 쏘고 있다.
 
199
“오빠.”
 
200
나는 대답 대신에 눈을 커다랗게 떠서 보였다.
 
201
“오빠, 말씀 잘하셨어요.”
 
202
나는 그것이 진담인지 빈정대는 말인지 구별치 못했다. 그래서 우두커니 앉았으려니까 용자는 눈을 두어 번 깜짝한다. 그 사품에 눈물 두어 방울이 삐져 흐른다.
 
203
“오빠만이 나를 그렇게 해석했을 뿐 아니라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나는 의식에 있어서든지 미에 있어서든지 어떠한 점으로나 현대 조선의 여성들과는 유가 다른 아니, 나는 어려서 내가 나 자신을 생각해오던 별나라 선녀 그대로라고 믿어왔어요. 동무들간에도 또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었고, 나는 또 그대로 그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해왔지요.”
 
204
여기까지 말한 용자는 옷고름짝으로 자그시 눈등을 누르고,
 
205
“허지만, 인제는 그러한 환상이 여지없이 깨어졌어요. 나는 나의 동무들과 조곰도 다른 데가 없는 그네들과 같이 아주 평범한 말하자면 과도기의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여성인 것을 최근에 와서야 발견하고 있어요.”
 
206
“그건 어떤 점에서?”
 
207
“모든 점에서―학교를 졸업할 임시예요. 그때면 모여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 졸업후에 어떻게 한다는 것이지요. 대개는 결혼이고 다음이 유학 ―그러나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내노라고 나서서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누구나 나만한 행운아가 있으랴? 하는 자부심을 가진 아이들이지요. 결혼을 해도 어떤 대학 출신 아무개라든가, 어느 학교 교수 아무개라든가, 음악가니 미술가니 동무들의 선망을 받을 만한 상대가 아니면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이렇듯 뽑혀진 행운아들의 자랑을 들을 때도 나는 남들같이 부러워한다든가 시기를 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었어요. 대학 출신인 약혼자도 없었고 동경이니 아메리카니 하는 데 유학을 갈 만한 형편이 못 되는 것을 알고서도 나는 너희들이 암만 그래도 나만은 못하리니! 하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것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아버지가 길러주신 그 ‘별나라 선녀’라는 인식이 다 큰 오늘날까지도 나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일 겝니다.”
 
208
“그것은 나도 잘 안다.”
 
209
나는 사죄하듯 천천히 말했다.
 
210
“어렸을 적의 그 소위 선녀 의식이 너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는 어떤 불안을 느껴왔다. 어떤 때 네가 저만을 위하라고 고집을 핀다든가 무엇이든지 저만이 잘한다고 뽐낸다든가 하는 태도를 볼 때마다 죄는 어머니나 내게 있으면서도 그것이 몹시 못마땅해 보이는 때가 많았었다. 그러나 그것도 너의 장래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저것이 저대로 컸다가는 나중에 어찌될꼬? 이런 불안이 늘 나를 위협했었다. 그러고 그때가 닥쳐온 것이다.!”
 
211
용자는 아무 말 없이 사과를 집어 벗기어 쌍동쌍동 접시에다 썰어놓는다.
 
212
“하지만 난 조금도 그때가 온 것을 슬퍼하지는 않아요. 이렇게 일찍이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게 된 것이 한편 생각하면 섧기도 하지마는 기뻐요.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볼 별나라 선녀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한 그 순간에는 밤을 새워 울었어요. 그러나 기왕 별나라 선녀가 아니고 또 못 될 바에야 하루라도 일찍이 그런 자기도취에서 해탈하는 것이 얼마나 나 자신을 위해서 축복된 일인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선녀는 못 됐지마는 이제부터는 인간이 된다는 희열까지 느끼었어요. 선녀가 된다는 것은 로맨틱한 꿈이더니 인간으로 해탈했다니까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절박한 감이 새로 솟아나더군요…”
 
213
용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용자 자신은 너무나 평범한 용자라는 것을 내세우지마는 나는 또 나로서 용자에게서 새로운 비범을 발견하였다. 연애, 결혼, 사회, 인생―모든 부분에 용자는 언급하였다. 문화주택이나 피아노나 꿈꾸고 있을 용자 또래 나이로 그만한 견해를 갖고 있다는 그것이 벌써 용자의 비범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그러고 그 뛰어난 비범을 발견함에서 나는 또 별나라 선녀를 꿈꾸고 있을 때 시대의 용자에게서 받던 것과 비슷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었다.
 
214
용자와 마주앉아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나는 그야말로 별나라 선녀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나의 누이 용자를 데리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워졌다. 별나라 선녀가 용잔지 용자가 별나라 선년지 별나라 선녀가 되다 만 것이 용자인지 어수선하였다.
 
215
―그것은 마치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고 앉았는 것 같은 심경이었다.
 
 
216
3
 
217
10월 20일
 
218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다. 그러나 연애란 밥알이 곤두선 사람들의 손장난이다.
 
219
울음! 울음 우는 사람을 보고 울지 말라는 사람처럼 쑥스러운 사람도 없지. 울음이란 인간생활의 한 토막이니까.
 
 
220
10월 23일
 
221
담배라도 피우고 싶은 오늘의 하루다. 담배! 담배란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초월한 사람이? 그렇지 않다면 자포자기한 사람이? 아니지, 초월한 사람이 만든 것은 달이겠지. 그리고 자포자기한 사람이 즐겨서 창안해낸 것은 술이고.
 
222
―담배란 회색 안개에 싸여 자욱히 내어다보이는 인생의 길을 턱을 괴고 앉아서 응시하던 사람이 만들었을 게다. 말간 연기! 담배란 좋은 것이야. 하지만 담배에 연기란 것이 없다면 담배도 술과 같고 말 게다. 오! 파란 담배 연기여!
 
 
223
10월 25일
 
224
돈, 돈이란 반드시 여성이 만들었을 게다. 그것도 별나라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성이―돈이 동그랗게 생긴 것도 여성이 만든 탓이겠지. 여성은 돈에서 나서 돈으로 돌아간다 . 돈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여성은 이 세상에 살아갈 재미가 없다고 자살할 것이다. 남성이란 여성을 위해 산다. 그 증거로는 그들도 돈을 존경한다. 지전이란 돈은 그래서 남성들이 만든 돈이겠지…
 
 
225
10월 27일
 
226
장개석, 공군 토벌을 또 성명, 오―어울리지 않는 중국의 돈키호테여!
 
 
227
10월 30일
 
228
다 그만두고 결혼이나 할까보다.
 
 
229
11월 1일
 
230
종일 눕다. 그러나 잔 것은 아니다. 자지 않자던 것도 아니다. 자려고 애만 쓰다가 못 잔 것이다. 칼로틴 두 차례. 밤에 B에게 편지를 쓰다. 아니 썼다가 찢다. 인제 쓸 필요도 없겠지. 그와 나는 딴 남이 됐으니까.
 
231
여기까지 읽다 말고 나는 책을 탁 덮어놓았다. 웬일인지 더 읽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232
이것이 이제 스무고개를 넘은 계집애의 일기인가 했다. 제 사생활에 대한 기록이 혹 없는가 다시 두어 장 넘겨보았으나 없다.
 
233
열시가 지났었다. 동무 집에 놀러 갔더라도 거반 돌아올 시간도 됐겠고 해서 그대로 나오려다가 그래도 하고 다시 서너 장 넘기니까 언뜻 ‘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또 눈에 뜨인다. 나는 그 조목을 또 훔쳐 읽어보았다. 날짜는 11월 ○일 이었다.
 
 
234
지니다니아는 날 좋아하고,
235
나는 또 에텔카가 좋다네
236
에텔카는 그이가 좋다던데
237
그이는 또 지니다니아만을 사랑한다니…
 
 
238
그가 좋다 하는 그 여자가 그를 좋아하고 그 여자가 존경하는 그가 또한 그 여자를 사랑한다면 오죽이나 좋으리. 그렇건만 생각지 않은 사람에게서 사랑의 끈이 던져지고 사랑하던 그에게서는 싫어하던 사람과의 결혼 통첩장이 날아온다. 이것이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소위 운명이란 것이겠지. 그래도 이 서글픈 희극을 가리켜 사람들은 즐기어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239
그날 밤 나는 늦도록 잠이 자지지 않았다. 용자는 열두시가 넘어서야 돌아 왔다. 밖에서 미안하니 어쩌니 하는 계집아이들 목소리가 나는 것을 보면 동무들이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가는 모양이었다.
 
240
아내를 깨워서 저녁에 사들고 들어온 사과와 과자를 내어보내면서도 나는 모르는 체했다.
 
241
“잡디까?”
 
242
“아뇨.”
 
243
아내는 근심스러운 듯이 고개를 쌀래쌀래 흔든다.
 
244
“눕지도 않았습디까?”
 
245
나는 또 한번 물었다.
 
246
“책상에 엎드렸어요. 이것 오빠가 작은아씨 주라고 사왔다고 그래도 모르는 체하겠죠. 아마 우나봐.”
 
247
“울어?”
 
248
“아마 그런 것 같아요.”
 
249
나는 자리옷을 입은 채 용자 방문 앞에 섰다. 아내 말대로 책상에 엎드리어 스미어 우는 모양이었다.
 
250
“얘, 들어가도 좋으냐?”
 
251
달래듯 이렇게 기척을 하려니까 용자는 깜짝 놀란 모양이더니 뒤미처 대답이 나왔다.
 
252
“그만 자겠어요.”
 
253
그래도 들어갈까 하고 망설이다가 그럼 일찌거니 자라고 하고는 나도 이불을 뒤집어썼다. 아내가 무어니 무어니 묻는 말에 대답하기가 귀찮기 때문이었다.
 
254
그랬더니 이번에는,
 
255
 “오빠, 주무슈?”
 
256
하는 용자의 말 소리가 되레 내 방문 앞에서 났다. 내가 못 들은 줄 알고 아내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257
“오빠, 주무슈?”
 
258
“오냐, 나간다.”
 
259
나는 미리 담배갑과 성냥을 찾아 들고서 용자를 따라 들어갔다. 눈물 줄기가 다 마르지 않았다.
 
260
“현숙이한테 갔었니?”
 
261
“아뇨.”
 
262
나는 또 물었다.
 
263
“어디가 아프냐?”
 
264
용자는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고 방석을 내려 깔고는 저는 책상 앞에 가서 앉았다.
 
265
오랜 침묵이 찾아왔다. 나는 그대로 앉았기가 너무도 멋쩍어서 과자를 먹다 사과를 깎다 했다. 입이 달아서 두 개째 사과를 깎으려고 할 제다.
 
266
“오빠.”
 
267
하고 용자는 내려앉듯이 몸을 일으켰다.
 
268
“B씨 혹 만나보셨어요?”
 
269
“그래.”
 
270
“언제쯤요?”
 
271
“그저껜가 저그저껜가.”
 
272
“뭐라고 내 말 하지 않아요?”
 
273
“아니.”
 
274
사실 B는 그날 와서 한 삼십분 다녀갔을 뿐이었다.
 
275
어떻게 보면 말을 꺼내려고 몹시 망설이는 눈치도 같았으나 저와 나와 단 둘이 있는데도 그대로 일어서는 것을 속으로는 의아하면서도 내 억측이었거니 했을 뿐이다.
 
276
“아무 이야기도 없어요?”
 
277
용자는 내가 기이는 줄 아는 눈치다.
 
278
“아무 얘기두―왜 무슨 일이 생겼니?”
 
279
“아뇨.”
 
280
“그럼?”
 
281
용자는 잠잠했다.
 
282
나는 용자와 B사이에 어떠한 알력이 생겼다는 것만은 아까 일기에서 본 것과 종합해서 짐작했다. 용자와 B사이라면 결국은 결혼 문제가 아닐까 했다.
 
283
“왜, B군과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니?”
 
284
“그래요.”
 
285
하고 용자는 순순히 대답하였다.
 
286
“문제라면 결혼 문제겠구나?”
 
287
그 말에는 잠자코 있다가,
 
288
“언젠가 내가 B씨한테 여자를 하나 소개한다고 그랬지요.”
 
289
“그래?”
 
290
“그것이 어쩌다가 틀렸어요. 틀리고 나서는 문제가 제게로 옮겨왔어요. 나도 처음엔 B씨와 결혼할까도 했더니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내가 얼마나 엉뚱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291
“그건 또 어째서?”
 
292
“내가 B씨와 결혼하려고 했을 때는 적어도 나는 B씨를 잘 안다고 생각했고 또 나 자신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랬지만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하니까 그것은 내가 그전에 별나라 선녀가 되려고 하던 그때와 똑같이 어리석은 공상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있어요. 첫째 나는 B씨의 그 씩씩한 진보적인 사상에 공명하고 나 자신 공명자라고 자인했어요. 그러고 B씨에게 재산이 없다는 그것을 되레 자랑으로 생각해왔어요. 기쁨으로도요.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그러고 나는 돈이란 것을 초월했다, 결혼에 있어서 재산이란 것은 조그마한 조건도 되지 않는다―이런 것은 현대 여성 전부의 상식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말을 못하거나 않는 아이들은 동무한테 조롱을 받아요. 나만 해도 그랬어요. 그런 아이를 보면 사람같이도 보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그랬던 나 자신이 돈에 눈이 어두운 여성이라는 것을 최근에 와서야 발견하였어요!”
 
293
B가 돈이 없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는다는 말을 내니까 한다고 하던 그 말이 여기 닿는 말이로구나 하고 나는 용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294
“처음엔 정말 그랬어요. 돈! 그까짓 것은 없어도 좋다. 그랬던 것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에 B에게 심지어 집 한 칸이라도 있었으면이라든가, 그에게 생활비만이라도 생산력이 있었으면이라든가 이런 욕망이 불현듯 떠올라요. 나는 그래도 그런 욕망이 꺼지겠거니 하고 믿었으나 날로날로 커가는 것을 발견해요. 혹 동무 집에 갔다가 살림 사는 것을 보고 와서는 심지어 집만이라도 하는 욕망이 인제 본능적으로 나를 지배하게 되고 말았어요.”
 
295
“그야 인간의 본능이니까 그것이 B군과의 결혼에 장해가 될 것이야 없잖으냐? 그리고 B군만 하더래도 그만한 것을 깨달은 너고 보니 이해도 해줄 것이요, 그러한 심경을 툭 털어놓고 이야기한다면 되레 탐탁할 것 같은데!”
 
296
“그것이 소위 기분이라는 게지요. 로맨티즘이라는 게지요. 우리 동무 중에도 이 기분에 속은 사람이 많아요. 단순한 로맨티즘인 것을 아주 진보적인 사상이나 되는 것처럼 과대평가해가지고 자기는 돈을 초월했다든가, 학벌을 초월했다든가 스스로 믿고는 아무 생각 없이 결혼을 했다가 얼마 후에야 그 위대한 무섭게 진보적이라던 사상이 단순한 관념이요 로맨티즘이었다는 것을 발견하고서 허덕허덕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어요. 그런 것을 본 나로서 또 나의 그 무섭게 뛰어났다는 그 사상이 관념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고 싶지를 않거든요.”
 
297
“그만하면 나도 알겠다.”
 
298
하고 나는 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듣고 보니 그야말로 용자 아니면 못할 말이었다. 돈이 없다고 결혼 않겠다는 말을 이처럼 드러내놓고 할 만한 여성도 그리 흔치는 않으리라고 했다. 그리고 또 이만큼이나 생각하는 여자라면 B와 결혼해도 큰 잘못은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생각되었다. 만약 용자가 B와 결합하는 것이 용자의 소원이라면 그들의 생활만은 집에서 떠안아도 좋다고 생각하였다.
 
299
“B군과 결혼 못하는 이유가 그것뿐이란 말이지?”
 
300
“그렇지요.”
 
301
용자는 자신있게 대답한다.
 
302
“그것만 해결지어준다면?”
 
303
“그건 어떻게요?”
 
304
“어떻게든지!”
 
305
용자는 한참 나를 노리고 보았다. 그러더니,
 
306
“그 방법으로는 두 가지가 있겠지요. 하나는 나의 의식 수준을 훨씬 높여서 그따위 부르주아 근성을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일 게고, 또 한 가지는 누가 있어서 말하자면 어떠한 재벌이 B씨 대신 나의 그 허영, 허영이지요, 그것을 만족시키어주든지! 이 두가지겠는데 첫째는 나 자신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겠고 보니 결국은 오빠가 그 재벌의 역할을 해주시겠다는 그 말씀이겠죠?”
 
307
사실 나의 해결이란 것은 그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되레 나는 용자가 말한 첫째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308
“어떻게든지 너희들의 생활비만 보장된다면 문제는 없을 것 아니냐?”
 
309
그러나 이 갸륵한 오라비의 호의를 용자는 싸늘한 웃음까지 뭉쳐서 걷어찼다.
 
310
“고맙습니다. 그처럼이나 저를 생각해주시는 것만은 그지없이 감사해요. 허나 난 그러한 방법을 여기 적용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311
“그건 왜.”
 
312
나는 얼떨떨해서 물었다.
 
313
“그건 결국 B씨를 타락시키는 것이겠지요. 난 결혼을 하기 위해서 B씨를 타락시키고 싶지는 않아요. 그가 그것을 받지도 않겠지마는 만약에 받는다면 나는 B씨를 업수이 여기게 될 겝니다.”
 
314
용자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자리를 고쳐앉으며 사과를 껍질째 한입 딱 물어떼는 것이었다.
 
315
“그러면 어떻게 할 테냐?”
 
316
조심조심 이렇게 묻는 말에 용자는 모든 것을 청산했다는 듯이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317
“깨끗이 단념하는 게지요. 그러고는 오직 B씨의 아내 될 만한 정도까지 나의 의식 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할 따름이지요.”
 
318
이러한 일이 있은 후로의 용자는 무시무시한 생각이 들 만큼 명랑해졌다. 밤낮 할 것 없이 집에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지는,
 
319
“걔가 인제는 문학을 떼버린 게다.”
 
320
하고 되레 그러한 용자를 대견하게 여기시었다.
 
321
용자가 문학을 떼버리는 통에 나는 누이와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이듬해 겨울을 맞았다.
 
322
용자의 말을 빌린다면 너무나 귀족적이요 부르주아적 생활도 변함이 없이 지속되었다. 생활 태도란 그 인격과 사상의 반영인 것이다. 부르주아 그대로의 머리를 갖고 있는 내게 다른 생활이 있을 리가 만무한 것이다.
 
323
어쩌다 용자는 병원에 와서 제게는 좀 과한 돈을 청구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서슴지 않고 주었다. 하루는 자기의 동무 하나가 집이 가난하다고 그 어머니가 어떤 유곽에다 팔려고 한다 하며 백여원의 돈을 졸라대기까지 하였다.
 
324
하루는 아이들 옷감을 끊으러 나왔던 어머니가 돈을 가지고 가면서 요새 용자 돈 쓰는 이야기를 하여서 내게서 돌려가는 어머니 용돈과 아버지한테서 돌려가는 용돈 전부가 용자의 손으로 새어 빠지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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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가 그렇게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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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아했지마는 내게서 가져간 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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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에 어디다 쓰는지 모르겠다더구나. 오늘 아침엔 아버지두 그러시더구나. 아마, 아버지한테서는 이 달에만 돈십원이나 착실히 갖다 쓴 모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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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오는 것두 없죠?”
 
329
“없지!”
 
330
나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그제서야 생각이 들었다.
 
331
“지금 집에 있겠죠.”
 
332
“아니다. 마포 제 이모 댁에 가서 어제두 안 왔다. 오늘두 안 오건 좀 나가봐야지. 커단 것이 맥깔없이 왜 가 있다니?”
 
333
그때 간호부가 전화가 왔다고 알리었다.
 
334
“누구요?”
 
335
“모르겠어요. 종로라나 보던데요.”
 
336
전화는 뜻밖에 종로서 박 형사한테서 온 것이었다. 내가 박진문인 것을 다지고는 당신의 누이동생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337
“왜 그러십니까.”
 
338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물으니까,
 
339
“박용자라는 여자가 무슨 사건으로 여기 와서 있으니 곧 좀 오시오.”
 
340
수화기를 내던지듯이 하고 나는 종로서로 달리어갔다. 사건은 해외서 들어온 어떤 청년에 관련된 것인 듯하였다.
 
341
여러 가지 방법으로 면회를 청하였으나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사흘째 되던 날이다. 박 형사 주선으로 겨우 면회실에서 용자를 보는 순간,
 
342
“이따위 짓을 해가면서까지 B와 결혼을 해야 하는 거냐!”
 
343
고 고함을 쳤던 것이다.
 
344
그렇건만 용자는 매서울 만큼 침착해서 요염하게까지 보이는 웃음을 띠고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345
“아녜요, 오빠. B를 떼어버린 지가 언제라구요! 난 B를 따라가려다가 그만에 지나쳐버렸지요. 글 쓴다는 자들은 결국 고짓밖에 못하겠더군요. 원고지에다가는 엉뚱한 패기를 보이지만… 딱 큰 일을 당하면 자라 모가지처럼 패기가 쑥 들어가나봐…”
 
346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서만 있었다.
 
 
347
〈「신가정」23․24호, 1934년 11․12월〉
【원문】용자 소전(龍子小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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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자 소전 [제목]
 
  이무영(李無影) [저자]
 
  # 신가정 [출처]
 
  1934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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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4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