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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계용묵
1
전원(田園)에서
 
 
2
오늘까지 낚시질이 꼭 열흘짼가 보오. 가을 바람에 벼 이삭이 누르는 시절이면, 나는 고기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오. 형, 가을의 낚시질이란 참으로 여느 때의 그것에 비할, 그러한 성질의 것이 아니구려. 귀뚜라미 소리가 숲 속에 여물면 수족(水族)의 건강도 창포 속에 여무오. 그리하여 비록 술쪽 같은 작은 놈이 물린다 해도, 물살을 막 찢어 내면서 펄덕거리는 것을 보는 그 맛이란 여간 신묘한 것이 아니오. 더욱이 요지음은 고기 족속들의 정례 여행 시절이어서 왕래가 빈번하기 때문에, 여느 때의 곱절이나 고기는 물리는 것이오. 오늘도 다래끼가 철철 넘게 한 짐을 지고 들어왔구려.
 
3
형! 나는 창작도 잊었소. 독서도 잊었소. 아니, 침식까지 잊었다 함이 옳을 것이오. 첫닭이 울면 분주히 낚싯대를 메고 다래끼를 들고 떠나오. 십이 전짜리의 대패밥 벙거지를 머리에다 올려 놓기는 물론, 잊는 일이 아니오. 그리하고는 그날의 해가 지는 것을 아쉽게 강변에다 마련을 두고, 달 그림자 어리는 밤길을 더듬어 돌아오는 것이 아니겠소.
 
4
형! 이것이 도시에서야 그 언젠들 한 번이나 맛볼 수 있는 생활이겠소? 닭의 울음소리를 멀리 촌가(村家)에 두고, 그윽히 들리는 그 소리와 같이, 훤히 트이는 새날을 맞으며 안개 자옥한 강변으로 이슬 내린 풀밭 길을 달리어 나가는 그 맛은, 참으로 새날을 맞는 그러한 기분이오. 그리하여 이러한 기분을 한 아름 안은 채 낚시질에 맛을 들여, 세상의 뜬 시름을 깨끗이 잊고, 오직 나를 위하여 그 하루를 사는 것이오. 나를 위하여 사는 그 하루는 얼마다 깨끗한 하루이겠소. 형, 이것이 나로 하여금 날마다 강변에 한 폭의 풍경화를 꾸며 놓게 만드는 소이가 아닌가 하오.
 
5
형! 물론 형은 오늘도 볕이라고는 일 년 열두 달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하는 음산한 콘크리트 2층의 구석 방에서 신문 삽화에 진종일 지치다 지금쯤은 곤히 잠들어 떨어졌을 줄 아오. 얼마 전 편지에 보면, 이 가을엔 세상없어도 뚝섬으로 자리를 옮아야겠다고 했으니, 오죽이 진세(塵世)의 소음이 싫어서 통근하기 그토록 불편한 그곳으로 마음을 결단한 것이겠소. 형!
 
6
형! 한번 내려오시오. 철도 패스가 있겠으니 다만 며칠 동안이라도 농촌의 신선한 자연 속에 나와 같이 한번 풍경화의 주인공이 되어 보지 않으려오. 하늘 높고, 강 푸르면 말도 살진다는데 철도 모르는 형의 생활 속에 구석구석 들어찼을 듯한 티끌을 한번 농촌의 자연으로 씻어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함은 나의 지나친 생각이겠소. 게다가 형이 즐기는 붕어 장조림이 우리 집에는 지금 막 묵어나오. 부디 내려오시오. 백화점 지하실에 케케 묵어나 는 망둥이 조림에 비할 것이 아니오. 그래서, 며칠 전까지는 붕어 조림을 형에게 좀 부쳐 보낼가도 했으나 형을 한번 끌어 내리려고, 그리하여, 내려올 것을 믿고 부치기는 아예 그만두니, 꾸짖지 말고 내려오오. 기별하면 내 정거장까지 나갈테요. 그러면 답장 주시오.
 
 
7
10월 10일 밤
8
계용묵
【원문】전원(田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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