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똑바로 치어다보기 외람한 성모의 옷자락 같은 푸른 하늘에 물고기 비늘 양으로 뿌려진 조각구름의 떼─혹은 바닷가 모래밭에 널려진 조개껍질을 그대로 거꾸로 비취어낸 듯도 한 하늘 바다의 조각구름의 떼─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찾을 때 서슴지 아니하고 그것을 들 수 있는 그 아름다운 구름의 떼는─한때라도 마음속에서 잊어진 일 있던가.
3
고달픈 마음을 풍선같이 가볍게 하여 주는 것은 그 구름이어늘.
4
가벼운 바람에도 민첩하게 파르르 나부끼는 사시나무의 수풀─밤 하늘에 떨리는 별의 무리보다도 지천으로 흩어져 골짝 여울물같이 쉴새 없이 노래하는─자연의 악보 속에서 가장 귀여운 곡목만을 골라낸 그 조촐한 나뭇잎─그의 아름다운 음악이 잠시라도 마음속을 떠난 적 있던가.
5
피곤한 마음을 채워 주는 것은 그 음악인 것을.
6
살결보다도 희고 백지보다도 근심 없는 자작나무의 몸결─밝은 이지를 가지면서도 결코 불안을 주지 않는 맑고 높고 외로운 성격─그러기 때문에 벌판과 야산에 사는 법 없이 심산과 지협에만 돋아나는 고결한 자작나무의 모양이─그 어느 때 마음의 눈앞에서 사라진 적 있던가.
7
때묻은 지혜와 걱정을 잊게 하여 주는 그 신령들이.
8
지친 마음에 내 늘 생각하고 바라는 것은 그리운 지협의 조각구름과 사시나무와 자작나무. 산문에 시달려 노래를 잊은 마음을 비취어 주는 것은 그 거룩한 풍물이다. 쇠잔한 건강에 어간유를 마시다가도 문득 코를 스치는 물고기 냄새에 풀려 나오는 생각은 개울과 나무와 지협의 그림이다.
9
마음을 살릴 것은 거리도 아니오 도서관도 아니오 호텔도 아니오 일등선실도 아니오 여객기도 아니오 어간유도 아니오
10
다만 지협의 어간유─개울과 구름과 나무와 그것을 생각할 때만 나의 마음은 뛰고 빛난다.
11
구름을 꿈꾸고 나뭇잎 노래를 들을 때만 마음은 날개를 펴고 한결같이 훨훨 날아난다. 날아난다.
13
지난해 한여름을 거리에서 지내면서 피서 못 간 한을 한 편의 시 「지협」으로 때웠다. 지협의 풍경을 말하고 사모할 때에 나는 항상 주을 지협의 그것을 마음속에 떠올린다. 시의 성불성(成不成)은 모르나 상념만은간절한 것이며, 그렇듯 그곳의 풍물은 나의 마음을 끈다. 피서지찬(避暑地讚)을 쓰려 할 때 또한 먼저 떠오르는 곳이 그곳이다.
14
바다로 말하더라도 송도원이 훌륭하고 송도가 기승이요, 용현(龍峴)이 맑고 같은 동해안의 그다지 이름은 나지 못하였으나 독진해변(獨津海邊)이 조촐하다. 해변은 활달하여서 시원스럽기는 하나 바닷물이 산협의 개울물만큼 깨끗할 수는 없는 것이며, 주위로 말하더라도 넓고 헤벌어진 바다 보다는 아늑하고 감감한 산속이 고비고비에 신비를 감추어서 잔 맛이 하였다. 늘 푸른 한 포기의 황양목이 새삼스럽게 눈을 끈다. 버드나무의 드리운 가지 끝이 푸른 물을 머금었음이 확실하고 먼 과수원의 자줏빛이 더한층 짙었음이 분명하다. 집안의 봄은 새달 잡지의 지나쳐 민첩한 시절의 사진에서 오고, 거리의 봄은 화초 가지와 과물점에서 재빨리 느낄 수 있었으나, 이제는 벌써 눈에 띠는 모든 것에서 봄의 기색을 살필 수가 있게 되었다. 화초가게 유리창 안에 간직한 시네라리아, 프리뮬러, 시크라멘, 프리지어의 아름다움 색채의 화분은 벌써 창밖에 해방하여도 좋을 법하며 과실점을 빛나게 하는 감귤류의 향기와 가제 수입한 바나나의 설익은 푸른빛같이 봄의 조미(朝味)를 느끼게 하는 것도 드물다. 닥쳐오는 봄은 붙들 수 없는 힘이며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15
늘 오는 봄, 올 때 되면 꼭 오는 봄, 그까짓 얼른 오건말건 하던 생각은 없어지고 봄이 점점 절실히 기다려지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얼른 봄이 짙어 풀이 나고 꽃이 피고 나무가 우거지고 그 속에 새가 모이고 나비가 날고 벌레가 울게 되었으면 하는 원이 나날이 해마다 늘어갈 뿐이다. 자연의 짜장 좋음이 뼈에 사무쳐서 알려지는 까닭인가 한다. 너무도 흔하고 당연하기 때문에 무관하게 지내던 것이 차차 그 아름다움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 까닭인가 한다. 아무때 생각해야 자연같이 아름다운 것은 없다. 나는 이 심정을 결코 설운 참말을 들려줌이 시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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