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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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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7
김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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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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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큐라의 이야기보다는 파스큐라 이를 전제로 삼고서 나의 사념(思念) 한 바를 써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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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큐라 - 파스큐라를 알 만한 사람은 그것이 어떠한 모임이었고 그간 어떻게 되었다는 것을 대개는 짐작할 것이다. 다다나 마쁘와 크게 틀림이 없 었다고도 말하려면 할 수 있겠고 어떤 운동을 모발(謨發)하려는 준비 행동 이었었다고 보아주려면 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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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큐라. 여기에는 여러 사람이 모이게 된 것이다. 톨스토이안도 있고 화잇도맨의 사도가 있었으며 루나찰스키의 신봉자에다 나와 같은 따위의 부 득 요령이 가담하였던 진묘한 회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같이 현상에 대한 불만들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현상의 불만으로만 가지고서 잡다한 종족이 모임에 어떻게 그 수명이 길기를 바랐으리요. 사람마다 그 수명 의 연장을 기다린다는 것보다는 어떠한 운동 기운의 발효의 촉진을 꾀하려 하였고 따라서 미구(未久)한 장래에 분해가 있을 것도 예기하여 왔었던 것 이다. 더 손쉽게 말한다 하면 자기네들의 계몽을 위하고 또는 속빠르게 사 상적으로 순화되기를 꾀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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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예술의 존엄이라든지 이로 하여 태생되는 예술가네의 통틀어 갖고 있는 우월감을 갖느니보다는 생활과 처지에 상념의 전부를 바치었었고 생활 구조의 추이에 육감을 집중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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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밤을 새워가면서 신흥예술론을 되풀이도 하였었던 것이요 문화의 침입됨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여왔던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성인(聖人)이 못된 탓인지 사람놈의 욕도 하여 보았고 닭애의 교미에 실감이 적더라는 우수꽝스러운 이야기도 하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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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큐라.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 피아(彼我 *그와 나)에 모르는 일이다. 있어도 고만일 것이요 없다한들 그의 애달픈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 이 기억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만큼 나와 파스큐라에는 불가 분의 인연이 맺게 됨이다. 누구의 매개를 받은 탓도 아니고 다만 나 자신의 생활, 여기에서 발로되는 상념이 너무나 많이 동일(同一)되는 까닭이다. 제 아무리 사상적으로 순화되기를 꾀하고 색채의 농후를 바랐지만 그리 속히 될 리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바라는 데에 있어 조금아치라도 허예심(虛譽心)이 섞여 있지 아니하였더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기에 좀 곤란하다. 지금인들 어째 그러하지 않을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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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예술의 황홀지경을 상아대(象牙臺)를 흔구(欣求)하려는 이 따위도 도박 심성을 가지고는 있지 않다. 날로 제 몸의 안면이나 사지가 기계화됨에도 곰팡이 난 철칙을 묵수(墨守)하려는 배가죽 두터운 상각(想覺)은 없다. 다만 배양받은 온실이 용광로가 이 모든 환경이 나로 하여금 파스큐라 와 깊은 관계를 이은 것이다. 환경에 절대 지배를 받게 되느냐 또는 그렇지 않느냐는 것은 나는 모른다. 다만 나 자신만은 이 관습과 환경으로 하여 사상적으로 진취함에 곤고(困苦)와 주저가 있다는 것만을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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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능금 하나를 어떻게 보고 그리는 것이냐. 능금의 피형(皮形)만을 실재성을 그리고 있는 것이냐. 이 땅 위에도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많이도 는다. 그러나 그중에 능금을 먹어 보고 능금의 맛을 알고 능금과 인생과의 관계를 알고 그리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 나는 이것도 모른다. 어떠한 예술이든지 다 이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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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것이 그리도 존엄할 것이 없다. 하부 구조인 생활에 조그마한 지동(地動)이라도 있으면 상부 구조의 하나인 예술에는 몇 배 더 큰 영향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잘 알고 싶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아직 멀었기 때문에 파스큐라라는 것이다. 이로 하여 파스큐라의 기억이 자꾸만 새롭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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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배웠었다. "예술의 발생은 유희 본능에서 생기었다고." 예술은 실생활에서 도피하려던 것은 아니다. 다만 이것을 연○(軟○) 시키고 위안 시키자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이설이 여기 있을 것이다. 원시인에 있어서 예술이 곧 생활의 일부이었다고 말하며 그 사람네의 실생활의 전부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 어쨌던 유희 본능이 가장 많은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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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돌려 보자. 예술 그 자체가 얼마나 많이 본래의 의의에서 유 리되어 있느냐. 생활에서 유리화된 예술, 이것을 고지(固持)하는 사람들이 또 어떻게 많음이냐. 이 사람들은 감히 예술의 발생은 유희 본능에서 생기 지 아니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예술의 존엄성을 보지(保持)하려고 그 러나 나는 그 말만은 듣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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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운 중에 예술의 발생은 유희본능에서 생기었다는 한 구절만은 나로 하여금 가장 많이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생각하여 왔기 때문에 그네들의 말을 믿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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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도 생활에 있어 예술에 있어 파스큐라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람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환경과 교화에도 그 연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의 작품에 있어서도 번번히 유쾌한 파정만을 거듭할 뿐이다. 이 도무지 어찌된 일이냐. 아마도 파스큐라인 까닭이 여기 있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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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날 뒤에 조그마하나마 미술 단체가 생길 것이다. 이 단체가 파스큐라 의 전철을 밟을지 또는 의외의 방면으로 질주하게 될는지 모른다. 라․후오큐가 갖고 잇던 혈기와 격정과 탐구심들은 다 같이 갖고 있다. 아직 태중에 있는 미술단체 그리고 파스큐라. 라․후오큐와 또 나의 것들이 어떠한 종국을 맺을 것이냐. 영원히 파스큐라로 있을 것인가. 또는 순화될 터인가. 나 자 신 이외에는 걱정할 까닭도 없는 문제이다. 파스큐라 파스큐라 얼마나 부르기 좋은 이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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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26.7.1~2
【원문】파스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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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복진(金復鎭)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26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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