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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統一案[통일안]에 對[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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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편의상 地文[지문]은 재래의 보통 記文法[기문법]에 의지해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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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三[삼], 四[사]년 간의 노력의 결정으로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制定[제정]하고 그 發表[발표]를 보게 된 것은 벌써 작년 여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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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學會[어학회]에 소속된 會員[회원]중에도 각자의 의견이 구구하여 甲[갑]은 이 方式[방식]으로 쓰고 乙[을]은 저 方式[방식]으로 쓰며 丙[병]은 또한 또다른 方式[방식]으로 써서 아무 統一[통일]이 없던 것이 의논과 절충과 타협을 백여 회 거듭한 뒤에 비로소 작년 여름에야 該會[해회] 會員[회원] 전원의 합의 아래 「맞춤법 통일안」을 세상에 발표하게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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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아직껏 아무런 統一案[통일안]도 없던 조선 글을 「이렇게 統一[통일]하여 보자」는 한 가지의 案[안]이 朝鮮[조선] 民衆[민중]의 앞에 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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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統一案[통일안]의 영향은 적지 않았다. 아직껏 너무도 무규칙적인 우리 글에 시달리고 또 시달리던 끝이라 일부 人士[인사]들은 무조건하고 이에 승복하였다. 아직껏의 無體系的[무체계적]인 글에 너무나 곤란을 받고 있던 처지라 「朝鮮語學會案[조선어학회안]」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지도 않고 무조건 이에 승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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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반대로 일부 人士[인사]들은 이 새로운 統一案[통일안]에 맹렬히 반대를 하였다. 그 이유로서는 모든 다른 것에 비해 배우기가 어렵다 하는 점에 있는 모양이다. 在來[재래]에는 音[음]을 따라 그냥 記寫[기사]하면 족하던 것이 어려운 方式[방식]을 내세워 「쉬운 것을 어렵게 만든다.」 하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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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부 人士[인사]는 語學會[어학회]의 統一案[통일안]을 條件附[조건부]로 지지를 하였다. 즉 원칙적으로는 語學會[어학회]의 案[안]을 지지한다. 그러나 案[안]에 있어서 枝葉的[지엽적]으로 무슨 혹은 誤認[오인] 등이 있는 점이며 또는 語學會[어학회] 會員[회원]들이 아직 모르는 말 등에 대하여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으며 지도 편달을 할 필요가 있다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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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구한 비평 아래 자라는 語學會[어학회]의 統一案[통일안]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과연 절대로 지지를 해야 할 것인가, 혹은 절대로 반대를 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條件附[조건부]로서 이를 지지할 것인가? 이 점에 대하여 고려해 보자는 것이 이 글의 目的[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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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씀에 臨[임]하여 筆者[필자]는 몇 번을 주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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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는 수 일 전 筆者[필자]도 가입한 文藝家[문예가]의 連名[연명]으로 語學會[어학회] 한글 통일안에 條件附[조건부] 지지 聲明[성명]을 발표한 일이 있다. 그런 관계상 이 글을 쓰면 혹은 어떤 성미급한 讀者[독자]는 이 글이 文藝家[문예가] 전체 意思[의사]를 代表[대표]함이 아닌가? 오해를 할지도 모르겠음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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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는 筆者[필자]도 한낱 文藝家[문예가]로서 그 쓰는 글의 分量[분량]으로 말하자면 朝鮮[조선]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대량이지만 文法學[문법학] 專門家[전문가]가 아니니만큼 붓을 들기가 힘들므로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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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등으로 주저하고 있었는데 語學會[어학회] 측의 某氏[모씨]도 쓰기를 권고하고 친구 가운데에도 권하는 사람이 몇 분 있어서 붓을 잡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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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기 쓰는 글은 절대로 筆者[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또는 非專門家[비전문가](단지 글을 많이 씀으로 저절로 느껴진 의견을 소유하고 있을 뿐)의 의견임을 여기 明言[명언]하여서 성급한 讀者[독자]의 오해를 예방하여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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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한 緖言[서언] 아래 이제 筆者[필자]의 쓰고자 하는 말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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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통일안이 다만 오늘날까지 혼란하게 써오던 우리 글을 한번 정리하는 첫 시험으로 아나니 여기에는 또한 不備[불비]한 점이 아주 없으리라고 스스로 단정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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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에서 統一案[통일안]을 發表[발표] 할 때의 聲明[성명]의 一節[일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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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不備[불비]한 점이 많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조선인의 一員[일원]인 筆者[필자]로서 그들에게 감사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보다도 우리글의 체계를 세우고 統一[통일]을 하자는 그 귀한 의도이다. 무슨 일에든 체계를 세우기에는 너무도 태만하고 統一[통일]을 하기에는 너무도 排他的[배타적]인 우리의 습성으로 인하여 우리의 글이 아직껏 아무 일정한 체계가 없었고 統一[통일]이 없이 내려온 것은 이 고약한 民族性[민족성]의 産物[산물]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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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한 의도에 대하여 吾人[오인]은 무조건 찬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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統一案[통일안]의 幹線[간선]으로 세운 「並書[병서]」와 「語源[어원]」을 밝히자는 점도 또한 아무 이의가 없다. 아직껏의 된시옷이라 일컫던 「쓰, 삐, 찌」로 쓰거나 혹은 語學會案[어학회안]인 「씨, 삐, 찌」로 쓰거나, 어느 쪽으로든 統一[통일]만 해놓으면 무관한 것으로 된시옷과 並書[병서]가 혼란이 되면 거기에는 무규칙, 무질서가 발생할지나 어느 편으로든 統一[통일]만 되면 거기에는 異議[이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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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源[어원]을 밝히자」는 점은 文法[문법] 책임상 原則[원칙]으로서, 語學會案[어학회안]의 승리는 필경 여기있는 것이다. 「밥」 「을」 「먹」「는다」 네 개의 語源的[어원적] 單語[단어]가 합성되어 「밥을 먹는다」가 되는 것으로서, 그것이 發音上[발음상] 「바블 멍는다」라고 된다고 「바블 멍는다」라고 쓰면 안될 것과 마찬가지로 在來[재래]에 쓰지 않던 「ㄷ, ㅈ, ㅊ, ㅋ, ㅌ ㅍ, ㅎ, ㄶ,ㅄ」등 우리의 눈에 익지 않은 받침이라도 語源上[어원상] 이것을 인정치 않을 수가 없는 單語[단어]에 대해서는, 이 받침을 쓰자는 것은 부적당한 일로서 朴勝彬氏[박승빈씨] 一派[일파]가 이것을 「배우기 어렵다」는 구실로써 배격한다는 것은 너무도 편협되고 語學[어학]과 文學[문학]의 관계를 무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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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文法[문법]의 필요라 하는 것은 지극히 간단한 한 개의 말을 記寫[기사]하여도, 그 뜻을 구별할 수가 있기 위한 것이니, 朝鮮語[조선어]에 있어서 梨[리], 腹[복], 船[선]의 세 가지 뜻을 가진 「배」라는 이런 無可奈何[무가내하]한 불완전 文字[문자]는 할 수가 없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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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語源的[어원적]으로 보아서 넉넉히 구별할 수 있는 말을 「갔다」로 모두 써서 이해하기 힘들게 한 것은 高等[고등]한 文字[문자]를 가진 우리 民族[민족]의 너무나 큰 恥辱[치욕]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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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글이라 하는 것을 表音[표음]만을 표준하여 쓴다면 우리 글에 있어서는 子音[자음] 스물 넉 자와 그 組成[조성] 관계만 배우면 넉넉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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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고 있고 간에」를 「업고 잇고 간에」라 쓰는 것은 마치 「밥을 먹는다」를 「바블 멍는다」라고 쓰는 것과 마찬가지의 誤記[오기]라 아니할 수 없다. 배우기가 약간 힘들다는 이유로 「語源[어원]을 밝히자」는 귀중한 문제를 배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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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미 아래서 즉 表音[표음]과 동일하게 귀한 정도로서 語源[어원]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統一案[통일안]의 이 原則[원칙]을 쌍수를 들어 찬성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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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統一案[통일안]이 완전 무결한 것이냐 하면 該會[해회] 會員[회원] 諸氏[제씨]도 自認[자인]하는 바와 같이 결코 그렇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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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그들은 專文的[전문적]인 文學者[문학자]들이 아니고 상식적인 文法[문법] 硏究家[연구가]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의 모순과 인식 착오와 오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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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그들은 議論[의론]이 合一[합일]되지 않을 때에 쓸 最後[최후]의 방도를 그릇하였기 때문에 文法上[문법상] 틀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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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로 그리고 이 統一案[통일안](昭和[소화] 九年[구년] 一月[일월] 二三日[이삼일]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 著作[저작] 겸 發行[발행],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大原則[대원칙]인 語源[어원]과 語幹[어간]을 밝히자는 점을 너무도 스스로 유린하여, ── 즉 例外[예외]의 法則[법칙]을 너무도 많이 制定[제정]하여 배우는 자로 하여금 일일이 法則[법칙]에 의지하지 않고 기억에 의지하여서만 통달할 수 있게 만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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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대하여서는 이제 일일이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열거하면서 그릇된 점을 지적하겠지만 槪括的[개괄적]으로 몇 개 例[예]를 들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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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에서는 「로」로 인정한 것은 모순이 심한 예로서 「로」면 「로」, 「루」면 「루」로 어느 편으로든 統一[통일]을 하여야지, 어떤 경우엔 「로」요, 어떤 경우엔 「루」라 하여 일일이 배우는 자의 기억력에 호소하려고 하는 점 등은 統一[통일]을 도리어 흐리게 하는 무지한 일이라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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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조선]에 있어서는 「ㅗ」와 「ㅜ」의 구별이 매우 명료치 못하여 심한 것은 東大門[동대문]을 「둥대문」이라 하며 紅絲[홍사]를 「우라」라 하며 「ㅗ」음에 속한 것은 대개 「ㅜ」음으로 發音[발음]을 하니 前記[전기] 例[예]에 있어서도 「가까스로」, 「꺼꾸로」, 「자조」, 「골고로」등 모든 「ㅗ」로 統一[통일]하여 버리는 것이 정당하리라 생각한다. 「가까스루」는 「ㅜ」의 音[음]이 더 많고 「새로」는 「ㅜ」의 音이 더 많다. 이런 不明瞭[불명료]한 관측 아래 統一[통일] 없이 만들어 놓은 점은 氏[씨]들이 하나의 상식적인 학자들이지 과학적인 학자가 아닌 까닭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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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조선] 사람의 發音[발음]에 있어서 「ㅅ, ㅈ, ㅊ」 行[행]에서는 「ㅣ」와 「ㅡ」의 音[음]이 대단히 명료치 못하다. 「아츰, 아침」 「아즉, 아직」 「가슴, 가심」 등 일일이 다 例[예]를 들 수는 없되 「ㅅ, ㅈ, ㅊ」行[행]의 것은 대개 이러하다. 이런 가운데서, 그 「ㅅ, ㅈ, ㅊ」行[행]의 「ㅡ」와 「ㅣ」의 음의 구별을 비교적 선명 명확하게 나타내는 地方[지방]은 유독 平安道[평안도]만이 厚音[후음]을 그대로 하거니와 「가슴, 오즉, 마츰」 등에 있어서도 확연한 발음을 그냥 가지고 있다. 만약 「아츰」이랄지 「아침」이랄지 작정하기 힘들 때에는 原形的[원형적] 聲音[성음]을 그냥 가지고 있는 平安道[평안도]의 方言[방언]을 참고하여서 최후의 결정을 내리는 것이 당연하거늘 아무런 표준도 없이 「마침, 가슴, 가진(各色[각색]), 아침」 등으로 쓰자고 제창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러한 名詞[명사], 形容詞[형용사] 등도 잘 연구하고 참고하여 가장 정확하다고 萬人[만인]이 인정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그것으로 統一[통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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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統一案[통일안]의 큰 결점의 하나는 그들이 朝鮮文法[조선문법]에 대하여 너무도 무지하므로 語根[어근]에 대한 認識[인식] 錯誤[착오]가 많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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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 굿」을 「낚, 굮」이라 한 것 등 平安道[평안도] 等地[등지]에서는 現在[현재) 「소낭그」 「배낭그」 등으로 會話[회화]하는 것으로 보아도 명료하며, 더우기 平安道[평안도] 地方[지방]에서도 「木島[목도]」를 「낭그도」라 하지만 「도」라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存在[존재]도 안한 것으로 보아도 짐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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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 九頁[구혈]에 「語源[어원]이 분명한 것」이라는 例下[예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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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편입하였는데 인것은 認識[인식] 錯誤[착오]로서 넘(越)는다는 「넘」에서 「넘어」진단 말이 나오고, 는(伸)다는 「늘」에서 「늘어」진단 말이 나오고, 떨군다는 「떨」에서 「떨어」진단 말이 나온 줄 안 모양이나, 「넘」과 「너머지」와 「늘」과 「느러지」와는 전연 독립한 말로 볼 수가 있으니, 왜 그러냐 하면 의미에서든 모양에서든 아무 유기적 연락을 발견할 수가 없음으로다. 더구나, 「떨군다」는 말은 「떠러진다」는 말의 「떠러」의 略語[약어]인 것이 마치 「무겁다」의 「무겁」이 「묵직하다」의 ……數行未詳[수행미상]…… 보아도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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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맞춤법의 致命傷[치명상]이라고 볼 가장 큰 결점은 이 맞춤법의 生命線[생명선]인 「語幹不變[어간불변]」에 대한 例外[예외] 法則[법칙]을 너무도 많이 制定[제정]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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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다」는 「웃」이라는 語幹[어간]을 가진 字[자]가 왜 形容詞[형용사]로 변할 적에는 「우습다」라고 변하여야 하나, 「놀다」라는 「놀」이라는 語幹[어간]을 가진 字[자]가 왜 「놀」이 변하여 「노나, 노니」로 갈리어 「놉니다」가 되고 「노오니」가 되어서 語幹[어간]이 무상히 변화하냐? 더구나 가장 머리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숳(雄[웅])」이라는 명사와 「(雌[자])」이라는 명사(性[성]을 구별하는)가 動物名[동물명]과 합하여 合成語[합성어]를 이루는 경우에는 당연히 「숳개, 앎닭, 숳놈, 앎쥐, 숳돼지, 앎것」 등으로 써야 할 것을 단지 表音[표음]대로 한다는 구실 아래 「숫개, 암닭, 숫놈, 암쥐, 숫돼지 암것」이라 制定[제정]한 等事[등사]는 마치 「바블 멍는다」라고 써야 한다는 理論[이론]과 마찬가지로서 自家[자가]의 生命線[생명선]인 理論[이론]을 스스로 깨뜨려 버리는 망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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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例外[예외] 즉 「묻(埋)」에서 나온 「무덤」이라든가 「죽(死)」에서 나온 「주검」따위까지도 그 語源[어원]을 밝혀서 「죽엄」 「묻엄」이라 하여, 특별한 例外[예외](예컨대 「조」 「쌀」이 「좁쌀」이 되며 「불」 「삽」이 「부삽」이 되는 등)를 제하고는 語源[어원]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大原則[대원칙]을 세워 놓아야 배우는 사람도 기억하기 쉬울 것이며 서로 뒤바뀌지도 않을 것이어늘 語學會[어학회]의 통일안은 너무도 變則[변칙]을 많이 認定[인정]하여, 기억의 번거로움을 痛嘆[통탄]케 하니 이것은 再考[재고] 三考[삼고]할 필요가 있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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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한글 맞춤법 통일안」의 册子[책자]를 검토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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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頁六[혈육]) 「語幹[어간]의 끝 ㄹ이 ㄴ, ㅂ과 「ㅗ」 위에서 주는 말」 이라는 例下[예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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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ㄴ 위에서 ── 울다 우나 우니 길다 기나 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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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ㅂ 위에서 ── 놀다 놉니다 같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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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 위에서 ── 놀다 노오니 갈다 가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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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認識[인식] 錯誤[착오]에서 나온 것이다. 정당히 그 語源[어원]과 變化[변화]를 캐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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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 울으나, 울으니 (울니), 울읍니다(욻니다), 울으오니, 울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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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변화되는 것이지 결코 氏[씨] 등이 認識[인식]한 바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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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 우나, 우니, 웁니다, 우오니, 우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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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 地球上[지구상]에 생활하는 전 人類[인류]의 習性[습성]으로 볼 수가 있지만 「ㄹ」과 「ㄴ 혹은 ㅁ」이 결합될 적에는 십중팔구 「ㄹ」의 音[음]은 死音化[사음화]되고 그대신 源字[원자](예컨대 굶고가 發音上[발음상] 구 ― ㅁ고로 됨)가 길게 發音[발음]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울으나, 혹은 울나」의 ㄹ이 죽고 그대신 「우」가 길게 발음되어 「우 ― 나, 우 ― 니, 우 ― ㅂ니다」라고 발음된다고 文字上[문자상]으로까지 그렇게 써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表音[표음]을 본위로 語幹[어간]을 무시하는 論[논]으로서 그것을 만약 그렇게 써야 한다면 「굶다」를 「굼다」로 「삶고」를 「삼고」로 써야 옳을 것이며, 이것을 文法[문법] 파괴를 의미하는 망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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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長) 길니(혹 길으니) 길나(혹은 길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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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耕) 갈니(혹 갈으니) 갈나(혹은 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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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制定[제정]하여 習性[습성]에 의한 慣音[관음] 때문에 語源[어원]을 무시하는 일은 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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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대신 發音法[발음법]을 制定[제정]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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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이 ㄹ과 ㄴ이 접속된 동사, 형용사 등에 있어서는 ㄹ의 音[음]은 죽고 그대신 源字[원자]가 길게 발음되어 「기 ― ㄴ, 가 ― ㄴ, 우 ― 나, 노 ― 니」로 된다고 制定[제정]하는 편이 合理的[합리적]이요, 記文[기문] 후에 구별하기도 쉬울 것이다.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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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이], 종일 갈니(혹은 갈으니) 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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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이 있으면 前者[전자]는 往[왕]으로 볼 것이요, 後者[후자]는 耕[경]으로 볼 것이로되 語學會[어학회]가 지금 제정한 방식대로 兩者[양자]를 다, 「종일 가니 곤하다.」하면 구별점까지도 흘러가게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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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單語[단어]를 記寫[기사]할지라도 그것만으로 넉넉히 무엇을 表現[표현]하는 글자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됨이 吾人[오인]의 理想[이상]이나 「다리(脚, 橋)」혹은 「배(腹, 梨, 船)」 등과 같은 無可奈何[무가내하]한 것은 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文法[문법] 制定[제정]의 不備[불비]로 말미암은 難別[난별]은 절대로 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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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라 쓰면 기어간다는 뜻인지 길다는 뜻인지 구별하기 힘들며 「가니」라 쓰면 往[왕]한다는 뜻인지 「耕[경]한다」는 뜻인지 구별하기 힘든 지금의 統一案[통일안]을 좀더 수정하여 耕[경]에는 절대로 「갈」, 長[장]에는 절대로 「길」의 語根[어근]을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는 原則[원칙]을 세우고 發音上[발음상] 死音化[사음화] 長音化[장음화]의 法則[법칙]을 「기억하기 쉬운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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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까닭이며 원인이 없이 語幹[어간]을 밝히어 적지 않기로 制定[제정]한 例[예]로는 또 제一七項[일칠항])(9―P3)을 들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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슳프다, 앓브다, 끓브다, 믿브다, 낮브다, 궂브다, 밭브다, 깃브다, 잇브다 등 분명한 語幹[어간]이 「브다」의 合成語[합성어]를 무슨 까닭으로 슬프다, 아프다, 그프다, 나쁘다, 구쁘다, 바쁘다, 기쁘다, 이쁘다, 라고 書[서]하여 옳다고 주장하였는지 이것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그 가운데서도 「믿브다」 「낮브다」 「밭브다」 「잇브다」 등은 그 發音[발음]에 있어서도 현저히 「넷 밧 낫 잇」의 윗자의 발음과 「브다」아랫자의 발음이 구별되어 입에서 나오거늘 語源[어원]을 무시하고 「프다」 「쁘다」의 兩種[양종]으로 구분하여 본시 단순한 것을 일부러 복잡화하여 버린 것은 아무리 생각하여도 그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형용사에 있어서(P 26) 「믿업다」 「웃업다」라고 밝혀 써야 할 것을 「미덥다」 「우습다(아마 「섭」의 誤記[오기]인 듯)」라고 한 것 등 어떤 것은 語幹[어간]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어떤 것에는 인정한다는 아주 복잡하기 짝이 없는 법칙 ── 법칙이라기보다 도리어 混則[혼칙]을 제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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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法學[문법학]에 대한 專門的[전문적] 지식을 못 가진 筆者[필자]로서는 알 수 없는 朝鮮[조선] 文法上[문법상]의 混線[혼선] ── 예컨대 ㄷ 받침의 語幹[어간]을 가진 형용사와 동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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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듣(聞) 듣고 들으니 들으면 들어(動詞[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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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닫(閉) 닫고 닫으니 닫으면 닫어(動詞[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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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굳(堅) 굳고 굳으니 굳으면 굳어(형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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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ㄷ 받침이 변하지 않고 그냥 있는 것 등에서도 무슨 일정한 法則[법칙]을 세워서 「어떤 型[형]의 것은 ㄹ로 변한다. 어떤 型[형]의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철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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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조차 合理的[합리적]인 법칙을 세워서 그 변화를 法則的[법칙적]으로 제정하여야겠거든 語學會[어학회]의 統一案[통일안]에서는 그렇지 않고 合理的[합리적] 변화까지도 한낱 會話上[회화상] 變態[변태] 發音[발음]에 구속되어 異例[이례]로서 認定[인정]하여 버린 것은 크나큰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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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우기 그 변화라 하는 것이 「어떤 型[형]은 어떻게 변하고 어떤 型[형]은 어떻게 변한다」는 暴則[폭칙] ─ 예컨대 語幹[어간] 끝 ㅅ이 변하는 예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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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해놓고 같은 ㅅ달린 語幹[어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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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으로 아무런 변화를 입는 것과 「變化[변화] 法則上[법칙상]의 구별점」을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배우는 자는 일일이 「續[속]」에서는 변하고 「湧[용]」에서는 아니 변하며 「癒[유]」에서는 변하고 「笑[소]」에서는 변하지 않는다는 朝鮮語[조선어] 單語[단어] 數十萬種[수십만종]을 일일이 변화 方式[방식]을 기억하여 두지 않으면 안되도록 만든 것은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커다란 過誤[과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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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또 그저 넘기지 못할 점은 朝鮮語[조선어]의 「타」 「코」 「케」 「터라」등을 모두 무시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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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語[조선어]에 있어서 吐[토]에는 「하게」 「하고」 「하다」 「하더라」가 변하여 「케」 「타」 「터라」가 되는 것은 音便上[음편상]의 변화 만이 아니라 文法上[문법상]의 변화인 것은 漢字音[한자음]의 끝에 달린 「하지」 「하고」 등을 보면 분명한 일이니 「斷定[단정]치 못한다」 「淸潔[청결]케 된다」 등의 「치」며 「케」는 「하지」와 「하게」가 합해진 것으로서 「단」이며 「청결」이라는 語幹[어간]에 「지」나 「게」가 붙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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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原則[원칙]〕〔容認[용인]〕〔排擊[배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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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하다 부지런ㅎ다 부지럲다 부지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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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法則[법칙]을 세웠으니 이런 모순은 없을 것이다. 朝鮮文[조선문]에 있어서 子音[자음] 한 개만으로 하나의 독립된 文章[문장]을 구성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예외를 인정하자고 이런 이상야릇한 文學[문학]을 지어 놓고 ……數行未詳[수행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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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타」는 「하다」가 아니니 버릴 것이라 할진대 「ㅎ다」도 「하다」가 아니며 더구나 윗글자에 ㅎ받침 덧붙인 것과 「다」의 합성은 「하다」가 아니니 절대로 「하다」 「하게」 「하지」 「하고」로 쓰지 않으면 모두 안된다 할 수밖에 없다. 吾人[오인]은 「하다, 하지, 하고」의 略字[약자]인 「타, 치, 코」는 認定[인정]할지나 「字音[자음] 單介[단개]로 一單字[일단자] 를 구성한다」는 ㅎ의 독립성이며 더욱 한 개의 독립된 語原形[어원형]인 「가」 「정결」 「부지런」 등에 ㅎ을 덧붙여 「갛, 정겷, 부지럲」등은 거부하지 않을 수가 없다.
109
ㅎ字[자]에 관한 것을 쓰는 동안에 또 생각이 나는 것은 形容詞[형용사]에 있어서 ㅎ 받침의 남용이다. 예컨대,
112
등으로 마치 語幹[어간]이 「그렇, 누렇, 이렇 벌겋」 등으로 인정하고 그 변화의 예로서
114
이러니 이런 이러면 누렇다 누러니 누런 누러면
115
등이라 하였는데 이것도 語學會[어학회] 諸氏[제씨]의 朝鮮[조선] 文法[문법]에 관한 지식 부족에서 생겨난 것이다.
116
朝鮮語[조선어] 形容詞[형용사]에 있어서 語幹[어간]의 끝字[자]에 받침이 없는 字[자]는 아래 「케, 코, 타」의 吐[토]가 붙는다. 예컨대,
121
단 語幹[어간]이 「ㅣ」나 「ㅡ」로 끝나거나 받침이 있거나 한 字[자]는 보통으로 변한다. 예컨대,
129
이와 같이 일정한 법칙으로 변화하는 말을 이상야릇한 ㅎ 받침을 붙여가지고 그것으로는 合理的[합리적]으로 설명이 안되니까 語源[어원]의 변화를 여기서도 또 뒤집어 씌워놓은 것은 朝鮮[조선] 文法[문법]을 너무도 어지럽게 만든 망동이다.
130
물론 ㅎ 받침을 전연 거부함은 아니다. 語幹[어간]에 당연히 ㅎ 받침이 붙을 것은 붙여야 할 것이다. 「넣(入)」 「좋(好)」 「쌓(積)」 등 기타 ㅎ 받침으로 된 者[자]는 당연히 그렇게 써야 할 것이지만 「하고」든 「하지」든 「하다」든의 「하」를 떼어다가 ㅎ받침으로 한다든가 혹은 ㅎ의 독특한 一個字[일개자]를 만든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뿐 아니라 배격할 만한 일이다.
131
이런 일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語學會[어학회]의 統一案[통일안]에도 「귀하지 안하다」의 略語(약어) 「귀찬타」는 「귀찮다」라고 제정하였다.
132
원래 우리의 글은 諺文[언문]이라 하여 兒女輩[아녀배]나 무식 계급에만 상용되고 言語[언어]라 하는 것은 개개인의 습관상 그 발음이 변화무쌍한 것인데다가 소위 諺文[언문]은 아무런 音[음]이라도 자유자재로 나타낼 수가 있는 보배로운 글자이니만큼 그 사이 四百年[사백년] 간은 朝鮮[조선] 文法[문법]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유로이 뻗었다. 그런데다가 또한 朝鮮[조선] 民族[민족]의 특수한 성벽 때문에 音價上[음가상] 불규칙함이 너무도 많았다.
133
더욱 그 가운데도 ㅅ, ㅈ, ㅌ, ㄷ, ㅊ 받침의 구분이 명료하지 않은 점, 예컨대, 光[광]은 분명한 「빛」이지만 色[색]은 「빗」인지 「빛」인지 분명하지 않으며, 債[채]는 「빗」인지 「빋」인지 「빛」인지 분명치 않으며 表[표]는 「것」인지 「겆」인지 「겉」인지 명확하지 않다.
134
의미 없는 音便上[음편상]의 發音[발음]이 또한 많으니 石[석]은 분명한 「돌」이로되 朝鮮[조선] 全土[전토]의 태반이 「돍」으로 발음하고, 겨울도 「겨욹」으로 발음하며,
135
「ㄽ, ㄳ」 받침으로 발음되는 말 가운데도 「ㅅ」은 공연히 들어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 말이 많으며,
136
「ㅍ」 받침과 「ㅂ」 받침의 구별점이 명료하지 못하고 「ㅋ」 받침과 「ㄱ」 받침의 구별점이 명료하지 못하며,
137
「ㅜ」와 「ㅗ」의 구별이 확연하지 않으며(예컨대 「너무(過)」인지 「넘오」인지 「자주」인지 「잦오」인지),
138
「ㅅ, ㅈ, ㅊ」 行[행]의 「ㅣ」와 「ㅡ」가 분명하지 않으며 (예컨대 「편집」인지 「편즙」인지 「아침」인지 「아츰」인지 「며칠」인지 「며츨」인지, 「ㅐ」와 「ㅔ」의 구별이 분명치 않으며 (예컨대 「가운데」 인지 「가운대」인지 「아레」인지 「아래」인지,
139
이 밖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모호한 것을 모두 엄연한 法則下[법칙하]에서 규칙적으로 통일을 해야 할 것이다.
140
이런 모든 막연한 말에 대하여 語學會[어학회]에서는 무슨 일정한 法則下[법칙하]에서 統制[통제]를 하자는 것이 아니고 단지 慣用語[관용어](不完全[불완전]하기 짝이 없는)를 주로 삼고 아무 법칙도 없이 이 者[자]는 이렇게 저 者[자]는 저렇게 이 모양으로 되는 대로 꾸며놓았으니 혼란된 法則[법칙] 또는 수없이 많은 變則[변칙]은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통일안의 致命的[치명적] 결점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142
또 漢字音[한자음] 개정에 있어서도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통일안은 중대한 과오를 범하였다.
143
「ㄴ, ㄹ, ㅇ」 行[행]의 「야, 여, 요, 유, 이」의 寫記[사기]에 있어서,
150
라 하여 첫머리에 갈 때는 「ㅇ」行[행]으로 쓰고 아래로 들어갈 때에는 제 本音[본음]대로 쓴다는 것은 噴飯[분반]할 만한 일이다.
151
한 가지의 뜻을 나타내는 한 개 글자를 우, 가운데로 구분하여 다른 자로 쓰자 하는 것을 이 통일안밖에는 없을 것이다. 語原型[어원형]의 변화를 인정하기를 아무리 좋아하는 그들일지라도 여기까지는 너무나 심하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152
이것 모두가 不規則[불규칙]하기 짝이 없는 朝鮮語[조선어] 表音[표음]에 너무나 구속된 결과이니 만약 表音[표음]에만 치중을 하려면 극단으로 極樂[극락]을 「극낙」이라 하고 年老[연로]를 「연노」라고까지 왜 하지 안했는지 의심나는 바다.
153
한 가지 뜻을 나타내는 음은 한 개이고 단 한 개밖에는 없다. 즉 계집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는 「녀」의 한 개, 좋다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는 「량」의 한 개만이다. 단 「ㄴ, ㄹ」行[행]의 「ㅕ, ㅑ, ㅛ, ㅠ, ㅣ」라 結成[결성]된 글자는 첫머리에 올려 놓일 적에는 그 첫 子音[자음]은 죽고 母音[모음]만 발음된다.
154
이런 법칙을 세워서 發音上[발음상]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 당연하거늘 그들은 글자의 변화를 인정하여 文法[문법]의 不統一[불통일]과 복잡함을 스스로 초래한 것은 기괴한 일이다.
155
「여객」이라 써서 「女客[여객]」인지 「旅客[여객]」인지 「餘客[여객]」인지 분간하기 힘들게 만드느니보다 「녀객」, 「려객」, 「여객」으로 쓰고 「여객」이라 발음하게 정하였으면 글은 글대로 알아보기 쉽고 法則[법칙]은 法則[법칙]대로 무리한 原型[원형] 변화를 制定[제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音價[음가]는 音價[음가]대로 말하게 될 것이다.
156
그 밖에도 漢字音[한자음]에 관하여서는 생각할 바가 많다. 「ㄷ, ㅌ」行[행]의 「ㅕ, ㅑ, ㅛ, ( ), 이」는 일률적으로 「ㅈ, ㅊ」行[행]으로 쓴다 하는 것도 더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이지만 이것은 이대로 統一[통일]을 한다 할지라도 字原型[자원형]이 달라지는 것 같은 무리까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예컨대 女[여]가 여와 녀로)묵과하기로 하고,
157
「뎌, 됴, 듀, 뎨」와 「져, 죠, 쥬, 졔」를 「저, 조, 주, 제」로 「텨, 툐, 튜, 톄」를 「쳐, 쵸, 츄, 쳬」로 「샤, 셔, 쇼, 슈」를 「사, 서, 소, 수」로 적는다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158
「저, 조, 주, 제」와 「져, 죠, 쥬, 졔」(뎌, 됴, 듀, 뎨를 포함한)를 구별하고,
159
「처, 초, 추, 체」와 「쳐, 쵸, 츄, 쳬」(텨, 툐, 튜, 톄를 포함한)를 구별하고,
160
「사, 서, 소, 수」와 「샤, 셔, 쇼, 슈」를 구별하여 漢字[한자]에서 온 音일 경우 「ㅅ, ㅈ, ㅊ」行[행]의 것은 「ㅕ, ㅑ, ㅛ, ㅠ」로 쓰고 순조선말은 「ㅏ, ㅓ, ㅗ, ㅜ」로 써서 兩者[양자]를 구별하여야 하지 않을까?
164
하여 「상」은 조선 말을 대신하는 자요, 「샹」은 漢字音[한자음]을 나타내는 者[자]로서 위는 受饍[수선]의 뜻으로 아랫 것은 受傷[수상]의 뜻으로 구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면 한 개 단어를 보고도 그 뜻을 알아내기가 매우 편리하지 않을까? 여기 「체」라 하는 단어가 있을 때 그것은 조선 말의 「하는 체」의 「체」든가 「薜[벽]」를 뜻함이고, 「( )」라 썼으면 「體[체]」라는 漢字[한자]에서 온 것의 音[음]으로 볼 수 있도록 제정하였다면 매우 편하지 않았을까?
165
이런 의미에서 肺腑[폐부]를 「폐부」라 하고 惠澤[혜택]을 「혜택」이라한 것은 매우 찬성하는 바지만 桂樹[계수]는 「계슈」라고 世界[세계]는 「셰계」라 하고 滯留[체류]는 「쳬류」라 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줄 믿는다.
166
女人[여인]을 「계집」이라 한다든가 在[재]의 尊語[존어]를 「계시다」라고 한 것 등은 일종의 사투리의 산물로서 무의미한 것이다.
167
또 한 가지 語學會[어학회] 통일안의 수정할 점은 接續語[접속어]거나 修正語[수정어]거나를 막론하고 「요, 이요, 지요」로 하여 번져가는 점이다.
168
여기서도 또한 文法[문법]의 혼란을 조장한 셈이니 接續語[접속어]와 修正語[수정어]를 당연히 구별하여 一日正然[일일정연]하게 해야 할 것이다.
169
接續語[접속어]는 「요, 지요, 이요」로 修正語[수정어]는 「지오, 이오, 오 (단 오는 동사나 형용사의 수정어에 한해서 씀)」로 이렇게 구분하여 어떤 文章[문장]의 중간 한 토막을 보고도 接續語[접속어]인지 修正語[수정어]인지 구별할 수 있도록 制定[제정]할 필요가 있다.
170
또 한 가지 「의」의 뜻을 나타내는 격음에 대한 제정이 불규칙적이다.
171
「봄바람」이라고 發音[발음]되는 春風[춘풍]을 「봄바람」이라 쓰고 「책상뀌」라 發音[발음]되는 「机角[궤각]」을 「책상귀」로 쓴다 하는 것은 語學會[어학회] 文法[문법]의 眼目[안목]인 發音上[발음상]으로 보아도 「의」라는 뜻 대신으로 듣게 되는 격음이 아무 代用者[대용자]도 없이 소멸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172
어떤 부호를 작정하여서 당연히 그 「의」의 代用物[대용물]인 격음을 나타내도록 해야 할 것이 마치 영어에 있어서 「앤드(and)」의 부호로 此[차]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할 것이다.
173
더우기 語學會案[어학회안]의 기괴한 점은 「받침이 없는 글자 아래에는 ㅅ을 붙인다 하는 점이다.」
174
무시하자면 다 무시하고 사용하자면 다 사용할 것이지 「산길, 山路[산로]」 「몸종, 親婢[친비]」 「신동, 履紐[리뉴]」 「상빗, 顔色[안색]」 등은 註[주]를 달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건 어떻건 그대로 쓰고, 받침이 없는 字[자]에 한에서는 「뒷놈, 後者[후자]」 「냇물, 川水[천수]」 「샛길, 間路[간로]」 등으로 써서 「뒤놈, 내물, 새길」이라 쓰지 말자는 이 모순된 理論[이론]을 이해할 수가 없다.
175
제 六[육]장에 있어서 外來語[외래어]에 대하여,
176
① 새 文字[문자]나 부호를 쓰지 아니한다.
178
라고 한 그 제二[이]조는 시인할 것이로되 제①조는 또한 무리한 暴論[폭론]으로서 「F」 「V」등의 조선 글의 源字[원자]만으로는 나타내지 못할 말은 새 符號式[부호식] 文字[문자]를 만들어 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179
그 밖에도 筆者[필자] 개인의 의견으로는 수정하고 싶은 곳이 적지 않지만 너무 지루하여 그만 그치기로 하고 아래 두어마디 더 적어서 이 累累[누누] 數千語[수천어]의 결말을 맺으려 한다.
181
요컨대 이상에 쓴 적지 않은 글은 모두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를 편달하고 그 불비한 점을 수정케 하기 위하여 쓴 것이다.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통일안을 사랑하는 까닭은 한글의 體系[체계]를 세우자는 意圖[의도]와 統一[통일]하자는 意圖[의도]와 語源[어원] 語幹[어간]을 밝히자는 意圖[의도]에 있다.
182
그런지라 이 글에 있어서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통일안을 공격한 모든 점은 모두 한결같이 統一[통일]을 파괴하는 점, 體系[체계]를 혼란케 하는 점, 語幹[어간]을 무시하는 점 등에 대해서다.
183
대체로 言語[언어]가 先生[선생]하고 文法[문법]이 後生[후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84
先生[선생]한 言語[언어]가 개개인의 習性[습성]에 따라 혹은 地方地方[지방지방]의 慣習[관습]에 따라 혼란되고 불규칙하게 된 것을 文法[문법]이라는 者[자]가 體系[체계]를 세우고 正道[정도]로 인도하고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
185
다시 말하자면 誤導[오도]된 言語[언어]를 正路[정로]로 인도하고 혼란된 言語[언어]를 정리하는 것이 文法[문법]의 귀중한 책임이다.
186
그런데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통일안은 그 의도만은 바로 출발하였지만 體系[체계]를 세우는 데 있어서 理論上[이론상]의 體系[체계]를 세우지 못하고 오로지 習性[습성]에 의지한 慣行語[관행어]에 끌리어 여기 附隨[부수]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그 本意[본의]를 잃은 감이 많다.
187
訛音[와음]에 구속되지 않고 理論上[이론상]의 體系[체계]를 세워 「言語[언어]」를 「文法[문법]」으로서 인도하여야 할 것이어늘 訛音[와음]에 너무도 치중하여 「꺼꾸루 바루」 「세로 모로」 등의 噴飯[분반]할 일까지 저질러 놓은 것은 애석한 일이다.
188
더구나 朝鮮[조선]에서 가장 정확한 訛音[와음]을 그대로 전하여 온 平安道[평안도]의 發音[발음]은 무시한 채 「기와 지」 「규와 쥬」 「슈와 후」의 구별이며 「시와 스」 「치와 츠」 「지와 즈」 「오와 우」 등의 구별을 잘못하여 「금슬」을 「금실」이라 하고 「규측」을 「규칙」이라 하며 「편즙」을 「편집」으로 「지대고」를 「기대고」로 「흉본다」를 「숭본다」등으로 한 것은 적지 않은 망발이다.
189
그때 통일안을 발표할 ( )의 聲明[성명]에서도 「이것은 아직 불비한 것이며 장차 더 알아지는 대로 수정함을 게으르지 않겠다」는 뜻을 附言[부언]하여 두었으매 꾸준한 노력과 꾸준한 硏究[연구] 아래 하루 바삐 完成[완성]의 城[성]에 이르기를 기다리는 바이다.
190
대체적으로 글이라는 것을 가장 광범히, 가장 많이 活用[활용]하는 사람은 文士[문사]들이니 이번 文士[문사]들이 連名[연명]으로서 朝鮮語學會[조선어학회]의 맞춤법 통일안을 지지한다고 聲明[성명]한 것은 여러 가지의 뜻으로 보아 매우 의미깊은 일로 안다.
191
마지막으로 또 한마디 附言[부언]코자 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朝鮮人[조선인]들은 흔히 排他的[배타적]이라 하는 점을 잊지 말고 불비된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를 용인할 만한 雅量[아량]을 가지라는 것이다.
192
자기네들이 몇 해를 두고 토론하고 또 토론한 끝에 결정짓는 것이니 경솔하게 수정할 수 없다는 야스꺼운 심리로 정당한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反抗的[반항적] 態度[태도]를 취한다 하면 이것은 그들의 지금까지의 功[공]을 다 말살하고도 남음이 있을 만한 劣行[열행]이니 부디 그런 마음을 먹지 말고 진실한 태도로 불비한 점을 수정하기에 노력하여 달라는 간절한 부탁이다.
193
(一九三四年[일구삼사년] 八月[팔월] 十四日[십사일]∼二四日[이사일]
194
≪朝鮮中央日報[조선중앙일보]≫ 所載[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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