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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랑루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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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11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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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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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세계 영화계에서 우수한 영화감독 5명을 선정한다 하면 그 속에 반드시 존 휴스턴을 뽑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존 휴스턴의 작품은 특히 최근에 겨우 소개되었다. 즉 그의 감독 제1작은 「말타의 비보(秘寶)」인 바 이것은 그 주제를 대실 하메트의 동명 원작에서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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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트는 내가 여기서 설명하지 않아도 널리 알려진 하드보일드에 속하는 탐정작가이며 휴스턴이 그의 처녀작으로 「말타의 비보」를 영화화하였다는 것 역시 그가 하드보일드의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증좌이며 결국 작품에 나타난 것도 그러한 세계임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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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은 그 후 「황금」, 「아스팔트 정글」, 「아프리카의 여왕」등의 작품을 감독했다. 이러한 작품의 성공은 그로 하여금 최일선의 작가적 지위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영화기법에 의한 연출수법은 할리우드의 최대의 예술가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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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타의 비보」를 접한 후 무조건에 가까울 정도로 휴스턴을 지지하여 왔으며 그의 작가적인 이질성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던 차에 화가 로트레크의 전기(傳記)에 취재한 「물랑루즈」를 보게 되었다. 원작은 피에르라 뮈르의 『물랑루즈』이며 1950년의 베스트셀러인 것을 영국의 프로듀서 제임스 울프가 그 무렵 영국에 있던 휴스턴에게 말하자 그는 즉시에 승낙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휴스턴은 뉴욕에 돌아와 주역으로 생각했던 호세 페레에 전화를 걸었더니 파라 역시 “그 역은 내가 할 역이다”라고 즐거워했다. 휴스턴은 이 영화에 나오는 여우들은 될 수 있는 한 불란서의 여우를 쓸 것을 희망했으며 색채도 로트레크의 색조를 내는 데 고심하여 그것도 성공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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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의 거리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파리의 풍속과 로트레크의 비참한 사랑과 예술의 생애를 그린 이 영화는 휴스턴이 아니면 도저히 그려낼 수 없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나는 우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먼저 경이적인 색채 처리일지도 모른다. 되도록 중간색을 내는 데 애를 썼으며 참으로 단순화되고 로트레크의 그림처럼 회색을 기조로 하고 있는데 이것은 엘리엇에리소폰이 색채감독을 한 탓도 있겠지만 영국의 색채영화의 전통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에리소폰은 미국 『라이프』지의 컬러 사진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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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인 로트레크는 19세기 불란서 화단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화가였다.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 기형아로 되고 파리에 나가서는 매일처럼 물랑루즈에서 지냈다. 그는 물랑루즈에서 일하는 댄서나 그 분위기를 사랑하고 어떤 자학적인 기분으로 폭음한 끝에 창가(娼家)에서 밤을 보냈다. 그는 여자의 진실한 사랑에는 거의 접하지 못했으나 항상 자기는 마음과 행동으로 상대의 여자를 사랑했다. 영화는 물론 실재의 로트레크를 다소 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즉 라스트신 전람회는 1901년 그가 죽은 후에 개최되었으며 재세 중에는 루브르 박람회에서는 없었다. 또 한 가지 그의 전기를 읽으면 세간적인 일의 대부분을 창가에서 명령했다고 한다. 중요한 서류에 서명할 필요가 있어도 법률가를 우정 창가에까지 불렀으며 그는 모자를 쓴 채 나체로서 수명의 여자 나체를 묘사하였다 한다. 여하튼 이러한 실재와 영화는 개별의 것이겠으나 나는 감상을 위한 참고로서 적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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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훌륭한 신은 한두 곳이 아니다. 처음 캉캉 춤의 오랜 묘사에서 물랑루즈를 소개하는 방법은 압도적인 것이라 하겠다. 담배연기와 조명의 효과로 그려진 주장의 분위기는 아직까지의 영화에서 보지 못한 훌륭한 것이며 마리(콜레트 마르샨)가 뛰어나가 버린 후에 2층에서 내려다보는 몽마르트르의 뒷길의 표현은 로트레크의 색조에서 본 위트릴로의 몽마르트르 풍경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원화인지 복사인지는 몰라도 수많은 작품으로 몽타주되는 장면은 참으로 효과적이며 이러한 한 가지 예로서 미루어보더라도 이 영화 제작 스태프가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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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서민성의 묘출일지도 모른다. 로트레크는 혈족결혼 관계에서 온 탓인지 어려서부터 체질이 약했다. 그것이 최초에는 응접실로 가는 낭하에서 쓰러져 왼편 다리를 부러뜨리고 바른편 다리는 개천에 빠져 부러졌다. 부친은 그 때문에 불구의 자식을 싫어했고 로트레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퇴폐한 파리의 거리거리를 헤맸다. 4척 8촌의 몸과 고독한 정신은 결국 서민의 생활이나 인간을 그리게 하였다. 물랑루즈의 댄서들이 그러했고 창녀들이 그러했고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서민들이었다. 휴스턴은 처음부터 서민의 세계를 그리려고 하지는 않았으나 자연 물랑루즈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현실과 생활이라는 것이 나타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음악이 거의 샹송이라는 것도 로트레크와 물랑루즈와 밀접한 관계가 되어 샹송은 서민의 노래인 것이다. 이 시대에는 ‘6인조’의 선생이었던 에릭 사티가 활동하고 있었고 그 ‘6인조’의 한 사람인 조르주 오릭이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며 시대의 감정이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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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휴스턴은 원래 미술공부를 하기 위하여 21세 때 파리에 갔었다. 그는 화가로서 입신치는 못했으나 영화감독으로서 오늘날 로트레크와 물랑루즈 그리고 파리를 그리는 데 성공했으며 그가 지금까지 영화에서 그려낸 인간, 즉 인간의 행위가 목적에 달하기 전에 중도에서 좌절되어 버리는 것은 로트레크의 경우나 자기의 화가로서의 중단된 입장이나 거의 같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말타의 비보」에 있어서 주인공 험프리 보가트가 자기가 사랑하던 여자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경찰에 연락하고 형(刑)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며 아마 얼마 동안 지나면 너와 나의 사랑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주인공을 역경에 두고 그리는 수법은 한층 주인공의 강인성을 묘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것이 역시 하드보일드의 정신의 일단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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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페레는 무대에서 세련된 연기로 전체적으로 좋으나 예술가의 내면적인 고뇌는 그리 잘 나타내고 있지 못하다. 이와 반면에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와 깊은 정치적(情痴的)인 생활을 한 마리 샤레로 분한 콜레트 마르샨과 그와 대조적인 밀리암(수잔 플롱)은 모두 인상 깊은 연기를 하고 있으며 여기에서도 존 휴스턴의 정확한 연기지도는 빛나고 있다. 「물랑루즈」는 존 휴스턴의 작품 계열에서 볼 때 확실히 이질의 것에 속하기는 하나 그의 작가적인 기량은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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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화』(1954. 11)
【원문】물랑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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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환(朴寅煥) [저자]
 
  195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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