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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전(六日[육일])날 주신 편지는 오늘 받았읍니다. 왜 그런지 오늘은 더우기 당신이 그립구려. 편지는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몇번이나 불렀다오. 공허를 향하여 숙희! 하고 부르고는 아무 대답이 없을때에 당신 사진을 꺼내어, 그 longing eye에 한껏 키쓰를 했답니다. 아,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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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사이에는 왜 그렇게 고운달이 뜨는지요. 차마 혼자는 그 달을 못 보겠읍니다. 혼자 보기에는 좋다는 것보다 도리어 눈물이 나요. 얼굴에 향유를 바르듯, 그 달 비친 송림의 땅에 내 얼굴을 부비며 입 맞춘다 하여도 아깝지 않을 S寺[사]의 달밤은 회색 소나무 그늘…… 아, 비단결을 째는듯이 처량하게 우는 풀벌레 소리…… 나의 간장은 그만 녹는듯 합니다. 언제 한번 아니 오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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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같아서는 정말 적적해요. 어제는 백연암 웃골에서 들국화를 따며 하루를 지냈고. 오늘 오전은 작은 산위에 올라가서 반나절을 지냈답니다. 사면은 추색(秋色)에 잠기고 하늘까지 높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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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은 푸른 비단폭이 되고 흰 구름은 연꽃 수(繡)가 되어 이 대지를 덮었읍니다. 아, 님이 계시면 기어이 노래하고 싶은 오늘이었읍니다. 그러나 그가 없으니 어찌 하겠읍니까? 아, 저 하늘이 거울이라면 K성에 계신 우리님 얼굴을 볼수 있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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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학교에 가겠지요. 그러나 공부하시기 괴로우면 학교를 그만 두어도 좋습니다. 졸업은 안해도 우리들이 ××社[사]나 잘 경영해 가면 남부럽지 않게 살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할수 있는데 까지는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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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5일 지나서는 북해도에 갔던 기행문을 쓰렵니다. 이달이나 지나서 상경하겠어요. 그러나 지금 같아서는 자주가고 싶어요. K城[성]으로요. 유 계신 곳으로요. 큰일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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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는 아무것도 안되겠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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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수학여행에 금강산을 가시렵니까? 가게 되거던 말씀해 주시요. 여비가 없으면 드릴터이니…… 나는 몸이 차차 건강해 가는듯 합니다. 이곳은 꽤 선선하고요. 손님이 몇 없고요. 약수가 출렁출렁 넘치고요. 주인집에 기르는 개가 내가 벗어놓은 양말을 물어 가고요. 어제 밤에 설봉산에서 범이 울고요. 그리고 지금 나는 좋은 포도를 많이 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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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혼자 먹기는 재미가 없어! 안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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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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