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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조금만 짤럿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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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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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조금만 짤럿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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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空[허공]에 둥실 높이 떠올라 中心[중심]을 잃은 몸이 삐긋할제, 精神[정신]이 고만 앗찔하야 눈을 떠 보니, 이것도 꿈이랄지, 어수散亂[산란]한 幻覺[환각]이 눈앞에 그대로 남어 아마도 그동안에 잠이 좀 든듯 싶고, 지루한 步調[보조]로고작 두點[점] 五分[오분]에서 머뭇거리던 掛鍾[괘종]이 그 사이에 十五分[십오분]을 돌아 두點[점]二十分[이십분]을 가르킨다。 요바닥을 얼러 몸을 적시고 흔근히 내솟은, 귀죽죽한 盜汗[도간]을 등으로 느끼고는 고 옆으로 자리를 좀 비켜눕고저 끙, 하고 두팔로 上體[상체]를 떠들어보다 上體[상체]만이 들리지 않을뿐 아니라 銳利[예리]한 칼날이 下腹部[하복부]로 저미어 드는듯이 무되게 처뻗는 陣痛[진통]으로 말미아마, 이를 꽉 깨물고는 도루 그자리에 가만히 누어버린다. 그래도 이 逆境[역경]에서 나를 救[구]할수 있는것이 睡眠[수면]일듯 싶어, 다시 눈을 지긋이 감아보았으나, 그러나 발치에 걸린 時計鍾[시계종]소리만 점점 歷歷[역역]히 鼓膜[고막]을 두드려올뿐, 다라난 잠을 잡을랴고 無理[무리]를 거듭 하야온, 두 눈뿌리는 쿡쿡 쑤시어 들어온다. 이번에는 머리맡에 내던졌던 로 ─ 드 眼藥[안약]을 또 한번 집어들어 두 눈에 點注[점주]하야보다가는, 結局[결국] 그것마저 失敗[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닫자 인제는 남어지로 하나 있는 그 行動[행동]을 애꼈음에도 不拘[불구]하고, 그대로 들어누운채 마지못하야 떨리는 손으로 낮후었던 람푸의 심지를 다시 돋아올린다. 밝아진 時計板[시계판]에서, 아즉도 먼동이 트기까지, 세時間[시간]이나 넘어 남았음을 새삼스리 읽어보고는 골피를 찌프리며 두 어깨가 으쓱하고 우그러들만치, 그렇게 그 時間[시간]의 威脅[위협]이 두려워진다. 時計[시계]에서 㤼[겁] 집어먹은 視線[시선]을 天井[천정]으로 힘없이 걷어올리며 생각하야 보니, 이렇게 屈伸[굴신]을 못하고 누어 있는것이 오날째 나흘이 되어오련만 아무 加減[가감]도 없는듯 싶고, 어쩌면 便秘[변비]로 말미아마 內痔核[내치핵]이 發生[발생]한것을 이것쯤, 하고 等閑視[등한시]하였던 것이, 그것이 차차 퍼지고 그리고 게다 結核性膿瘍[결핵성농양]을 이루어 痔疾中[치질중]에도 가장 惡性[악성]인 痔瘻[치루], 이렇게 무서운 痔瘻[치루]를 갖게 된 自身[자신] 밉지 않은것은 아니나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나의 本病[본병]인 肺結核[폐결핵]에서 必然的[필연적]으로 到達[도달]한 한 過程[과정]일듯도 싶다. 痔瘻[치루]하면 선듯 醫師[의사]의 手術[수술]을 要[요]하는 腫瘡[종창]인줄은 아나, 于先[우선] 나에게는 그럴 物質的[물질적] 餘裕[여유]도 없거니와 設或[설혹] 있다 하드라도 이렇게 衰弱[쇠약]한 몸이 手術[수술]을 받고 한 달포동안 시달리고 난다면, 그 꼴이 말못될것이니 이러도 못하고 저러도 못하고 進退維谷[진퇴유곡]에서 딱한 생각만 하야본다. 날이 밝는다고 거기에 별 뾰죽한 수가 있는것도 아니로되, 아마도 이것은 딱한 사람의 가얄핀 慰安[위안]인듯 싶어 어떡하면 이 時間[시간]을 보낼수 있을가, 하고 그 手段[수단]에 한참 窮[궁]하다가 僥倖[요행]히도 나에게 吸煙術[흡연술]이 있음을 문득 깨닫자, 옆의 新聞紙[신문지]를 두손으로 똥치똥치말아서 그걸로다 저쪽에 놓여있는 성냥값을 끌어내려가지고 卷煙[권연] 한개를 입에 피어문다. 平素[평소]에도 지침으로 因[인]하야 밤卷煙[권연]을 삼가왔던 나이매 한먹음을 조심스리 빨아서 다시 조심스리 내뿜어 보고는 그래도 無事[무사]한 것이 神通[신통]하야 좀더 많이 빨아보고, 좀더 많이 빨아보고 이렇게 나종에는 强烈[강렬]한 刺戟[자극]을 얻어보고저 한가슴 듬뿍이 吸煙[흡연]을 하다가는 고만 아치, 하고 재채기로 始作[시작]되어 괴로히 쏟아지는 줄기침으로 말미아마 결리는 가슴을 만저주랴, 쑤시는 下體[하체]를 더듬어주랴, 눈코 뜰새없이 퍼둥지둥 억매인다. 이때까지 혼곤히 잠이 들어 있었는듯 싶은, 옆방의 患者[환자]가 마저 나의 기침이 옮아가 쿨룩어리기 시작하니 한동안 競爭的[경쟁적]으로 아래웃방에서 부즈런히 쿨룩어리다 及其也[급기야] 얼마나 괴로움인지, 어그머니 하고 자지러지게 뿜어놓는 그 呻吟[신음]소리에 나는 뼈끝이 다 저리어온다. 나의 괴로움보다는 그 소리를 듣는것이 너머도 약약하야 未安[미안]한 생각으로 기침을 깨물고저努力[노력]을 하였으나 입 막은 손을 떠들고까지 극성스리 나오는 그 기침을 어찌 할 길이 없어,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罪悚[죄송]스리 쿨룩어리고 있노라니 날로 더하야가는 아들의 病[병]으로하야 끝없이 哀痛[애통]하는 옆방 그 어머니의 嘆息[탄식]이 더욱 마음에 아파온다. 아들의 病[병]을 고치고저 헙수룩한 이 절로 끌고와 佛前[불전]에 祈禱[기도]까지 올렸건만 도리어 없던 症勢[증세]만 날로 늘어가는것이, 목이 부어 밥도 못먹고는 하루에 겨우 밈 몇 수까락식 떠넣는것도 그나마 돌라놓고 마는것이나, 요즘에 이르러서는 거지반 보름동안을, 웬 딸국질이 그리 甚惡[심악]한지, 每日[매일]같이 繼續[계속]되므로 겁이 덜컥 났던차에, 게다가 어제 아츰에는 보꼬개에서 偶然[우연]히도 쥐가 떨어저 아차 인젠 글렀구나, 싶어 때를 기다리고 앉었는 그 어머니였다. 한때는 나도 어머니가 없음을 슬퍼도 하였으나 이 情景[정경]을 目睹[목도]하고 보니, 지금 나에게 어머니가 게섰드라면 슬퍼하는 그 꼴을 어떻게 보았으랴, 싶어 일즉이 父母[부모]를 여윈것이 차라리 幸福[행복]이라고 없는 幸福[행복]을 있는듯이 느끼고는 후 ── 하고 가벼히 숨을 돌리어본다. 머리맡의 지게문을 열어제치니 가을바람은 선들선들 이미 익었고, 구슬피 굴러드는 밤버레의 노래에 이윽히 귀를 기우리고 있었던 나는 불현듯 몸이 앞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무었이 슲었는가, 까닭모르게 축축이젖어오는 두 눈뿌리를 깨닫자, 열을 벌컥 내가지고는 네가 울테냐 네가 울테냐 이렇게 무뚝뚝한 態度[태도]로 卑劣[비열]한 自身[자신]을 얼러보다, 그래도 그 보람이 있었는지 흥, 하고 콧등에 冷笑[냉소]를띠우고는 주먹으로 방바닥을 우려치고, 그리고 가슴우에 얹었던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焦躁[초조]히 훌터본다. 너 말고도 얼마든지 울수 있는 蒼頭赤脚[창두적각]이 허구많을터인대 네가 우다니 그건 안되리라고 쓸쓸히 비웃어던지고는, 동무에게서 온 片紙[편지]를 두손에 펴처들고 이것이, 네번째이련만 또 다시 敬虔[경건]한心情[심정]으로 謹讀[근독]하야 본다.
 
 
3
金兄[김형]께
4
甚[심]히 놀랍습니다.
5
이처럼 사람의 일이 막막할수가 없읍니다. 울어서 조곰이라도 이 답답한 가슴이 풀릴수있다면 을마든지 울것같읍니다.
 
 
6
이것은 나의 이 事實[사실]을 人便[인편]으로 듣고 너머도놀란 마음에 慌慌[황황]히 뛰올랴 하였으나, 때마츰 自己[자기]의 아우가 過[과]한 喀血[객혈]로 말미아마 정신없이 누었고, 그도 그렇건만 돈 없이 藥[약] 못쓰니 형된 마음에 좋을 理[리] 없을테니 이럴가 저럴가 兩難之勢[양난지세]로 그 앞에 憂鬱[우울]히 지키고만 앉었는 그 동무의片紙[편지]였다. 한편에는 아우가 누었고, 또 한편에는 동무가 누었고, 그리고 이렇게 時急[시급]히 돈이 必要[필요]하련만 그에게는 왜 그리 없는것이 많었든지, 奸巧[간교]한 交際術[교제술]이 없었고, 卑屈[비굴]한 阿諂[아첨]이 없었고 게다 때에 찌들은 自尊心[자존심]마저 없고보매, 世上[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靑年[청년]에게 處世[처세]의 길을 열어줄수 없어 그대로 내굴렸으니 드듸어 말 없는 變質[변질]이 되어 우두머니, 앉었는 그를 눈앞에 보는듯하다. 아 나에게 돈이 왜 없었든가, 싶어 부질없은 한숨이터저나올때, 동무의 片紙[편지]를 다시 집어들고 읽어보니 그 字字句句[자자구구]에 맺혀진, 어리석은 그의 純情[순정]은 나의 가슴을 커다랗게 때려놓고,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마땅히 걸어야할 길을 嚴肅[엄숙]히 暗示[암시]하야 주는듯하야 友情[우정]을 저리고 넘는 그 무엇을 느끼고는 感激[감격]끝에 눈물이 먹으머진다. 며칠있으면 그는 나를 찾아 오려니, 그때까지 이 片紙[편지]를 고이 접어두었다 이것이 兄[형]에게 보내는 나의 答狀[답장]입니다. 고 그주머니에 도루 넣어주리라고 이렇게 마음을 먹고, 封套[봉투]에 片紙[편지]를 넣어 요밑에다가 깔아둔다. 지금의 나에게는 한 卷[권]의 聖書[성서]보다 몇줄의 이글발이 至極[지극]히 恩惠[은혜]롭고, 거츠러가는 나의 感情[감정]을 매만저 주는것이니, 그것을 몇번 거듭읽는 동안에 더운 몸이 漸次[점차]로 식어옴을 알자, 또 한번 람프의불을 낮혀놓고 어렴풋이 눈을 감아본다. 그러다 虛空[허공]에 둥실높이 떠올라 中心[중심]을 잃은 몸이 삐끗 하였을때 정신이 고만 아찔하야 눈을 떠 보니 時計[시계]는 석점이 될랴면 아즉도 五分[오분]이 남았고, 넓은 뜰에서 虛荒[허황]히 궁구는 바람에 法堂[법당]의 風磬[풍경]이 穩穩[온온]히 울리어 오는것이니, 아 아 가을밤은 왜이리 안밝는가, 고 안타깝게도 더진 時間[시간]이 나에게는 너머나 怨望[원망]스럽다.
【원문】밤이 조금만 짤럿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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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정(金裕貞) [저자]
 
  조광(朝光) [출처]
 
  1936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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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