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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창작적 실천에 있어서 신조로 하시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최근 2,3년간 말썽이 되어 있는 리얼리즘을 귀하의 창작적 체험에 비추어 여하히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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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묘사가 설화체보다 바르고 낫다고 생각하였으며 지금도 그 개념이 채 빠지지 않으나 문제는 표현에 있다고 생각한다. 표현이 여실하다면 설화체도 묘사체보다 도리어 높은 효과를 나타낼 터이니까. 그러나 항용 묘사체는 표현이 더 일의적인 까닭에 나와 같은‘미신’을 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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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는 새소리같이 짧으면서도 별같이 빛나고 대쪽같이 곧고 시내같이 맑아야 할 것이니, 이것은 열 번 말하여도 백 번 적어도 오히려 부족한 작가의 금과옥조(金科玉條)여야 한다.‘해가 반짝반짝 빛난다’‘꽃이 아름답게 피었다’의‘반짝반짝’도‘아름답게’도 필요하지 않으니 과잉의 형용사는 도리어 식상을 일으켜 생명을 해하는 수가 많은 까닭이다. 명사와 동사가 역학적으로 약동하여야 할 것이며 지리한 묘사나 따분한 되풀이를 뱀같이 싫어하여야 할 것이다. 숫자같이 똑똑 떨어지지 않는 인생에 있어서와 같이 작가는 작품에 있어서도 과감한 할애(割愛)와 용맹한 정리를 단행하여야 한다. 불필요한 소재에 미련을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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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조는 문장학의 제일과일는지도 모르나 누구나 다시 한번 음미하여 볼 때라고 생각한다. 생각만이었지 지금까지의 작품엔 아직 이것을 시험하지 못하였다. 그러니까 이런 필요를 절실히 느끼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신조에 맞는 작품을 써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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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와 눈에 담을 세우고 2,3년간이나 잡음을 물리친 까닭에 소위 말썽거리가 되었다는 리얼리즘의 논토(論討) 시비를 물으며 물론 그것을 불명예한 일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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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얼리즘이 그 어느 방향의 것이든 간에 그 역 행문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행문의 리얼리티를 잊고서야 관념의 리얼리즘인들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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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행문의 리얼리티를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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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조에서 말한 것을 되풀이할 수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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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즘이든 로맨티시즘이든 그 외의 무슨 방향, 무슨 색채의 것이든 작품이란 결국 작가 자신의 일종의 발명품이니 그 주체가 신이 아닌 이상‘인생의 재현’이란‘생활의 발명’의 환어(換語)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소여(所與)의 토막토막이 인생을 소재삼아 포즈를 꾸미고 구성하고 정리하고 ― 하는 것이 발명의 사무요 발명인 이상 기지(機智)가 있어야 하니 지혜없는 따분한 묘사에 사람은 풍미 없는 요리를 대할 때와 같이 표정을 찌푸릴 것이다. 실제 인물의 회화를 한마디 빼지 않고 그대로 기록하여 놓는다고 여인의 용모를 천, 백어(百語)를 허비하여 사생하여 놓았다고 ― 그것은 결코 리얼리즘이 아니다. 발명은 저능을 모르고 저능은 창작의 세상의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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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이 발명을 살리는 것은 행문의 생명이다. 모름지기 간결하고 비약적이어서 최소의 문자로 최대의 사실과 감정을 암시하고 표현하여야 한다. 굵은 주선만을 그리고 자여는 감상하는 사람의 상상에 맡겨 두어야 한다. 훈도와 같이 지나쳐 친절하지 말고 교수와 같이 냉정하여야 한다. 쫓아오지 못하는 학생은 낙제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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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같이 짧으면서도 별같이 빛나고 대쪽같이 곧고 시내같이 맑고 ― 이 고도의 표현에서 비로소‘리얼리즘’은 시작된다. 리얼리즘이 난사(難事)가 아니다. 실로 발명과 표현이 난공(難工)인 것이다. 토대공작을 돌보지 아니하고 리얼리즘을 시위함은 사다리 없이 사과를 따려는 것과 같다. 무의미에 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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