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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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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공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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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 혜함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때보다도 달라 요새는 한 장의 편지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내적 생활이 어디 의지할 곳 없이 쓸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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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말씀도 하였으나 제게는 문학보다 더 근본적인 생각이 요새 마음을 할퀴고 있습니다. 웬일인지 생애의 여간 심상한 일을 당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날이 갈수록 공허감이 더욱 뼈를 깎습니다. 단순히 의지할 애정이 없어서 만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인간적인 괴로움이요 허무감인 듯합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 극히 쉬운 노릇이 됐어요. 지금 생각 같아서는 언제나 그것을 조용히 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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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이 계속되고 식욕도 점점 줄어지면서 의기가 아주 저악(阻惡)해졌습니다. 이노우에(井上園子)의 연주를 들으러 전 토요일에 떠나려고 벼르다가 갑자기 시들해져서 그만두었습니다. 형의 말씀마따나 나이를 먹었을 뿐 아니라 마음이 아주 늙은 것 같습니다. 꿈의 한계가 점점 줄어가고 죄어감을 생각하면 서글픈 생각에 몸부림을 치고도 싶습니다. 앞으로의 반생이 얼마나 생광이 있겠습니까. 초조와 낙망이 계속되다가는 냉정한 최후적인 절박함이 솟군 합니다. 생애의 커다란 변화기 ─ 라느니보다 위기에 처해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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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플랜을 이것저것 세워 보다가도 별안간 그것이 무의미하게 생각되면 그만 의기가 잦아들곤 합니다. 물론 이런 심경이 차차 변해 가기를 바라는 것이요 ─ 날씨가 따뜻해지면 좀 나아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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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유물적인 인간의 일이오니 생활의 조건이 달라지면 괴롬도 또한 극복될는지 모르겠사오나 이렇게 막다르게까지 생각해본 적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절박감이 얼른 한때의 악몽처럼 지나가기를 한편 은근히 기다리는 마음도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지내온 일생을 돌아다 보고 참으로 만족해 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사람의 욕망같이 어느 때까지 창창하고 누추한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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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렇게 두서없는 생각이 요새는 자꾸만 마음을 괴롭힙니다. 정 답답해지면 바람 쏘이러 언제나 올라가겠습니다. 적극적인 계획을 서로 말하면 얼마간 마음도 잡힐는지요.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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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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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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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6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