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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4년의 한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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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11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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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의 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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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1, 2집에 발표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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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과의 작별과 시의 우위적인 독립을 위하여 『시작』지는 계간의 형식으로 1954년에 걸쳐 본호를 합해 3집을 발간했다. 제1집 ‘주장(主張)’란에 본지는 어디까지나 시인들의 지도적인 역량과 의욕과 작업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며 순수한 공동체로서 조직되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것은 성실한 시의 잡지로서의 정당한 주장이라는 것을 나는 수긍하는 바이다. 따라서 제1집과 제2집에 발표된 시는 현재 한국에서 활약하고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전 시인의 반수에 가까운 26명이며, 이는 즉 금년도에 있어서의 한국시의 경향과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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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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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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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篁)」이라는 시는 관념적인 서정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시인의 시는 언어의 뉘앙스만 위하여 현대나 그 속에 사는 인간의 위치가 전연 막연해지고 만다. “난 밋밋한 대와 나란히 서서 쏟아지는 태양의 파란 분수(噴水)를 마시는 것이 좋다”라는 구절은 시의 난해성도 못 되며 이 시인이 얼마나 자신의 사념의 혼란 속에서 정리를 못하고 있는가를 말한다. 그것은 즉 다음 구절 “대에 섞인 나를 나는 잊어버리고 대 대랑 산다”에서 그치는 것처럼 어떤 관념의 정신이 그의 시의 표현을 복잡화시키고 읽는 사람이 무엇을 읽었는지를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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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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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분의 요즘 시가 그 전에 쓰여진 어떠한 작품보다도 확연한 시대의식을 가지고 있는 데 대단한 관심을 갖는다. 더욱이 「돌아오지 않는 비행기」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의 경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시의 스타일로서는 어색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어느 지점에 불시착을 하였단 말인가”, “위대한 X국 해군의 힘마저 빌려 반드시 있어야 할 범위 안을……” 등 신문기사의 한 토막 같은 내레이션은 시의 경우로서는 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양식(良識)한 이 시인은 그의 지금까지의 작가적인 권위로서 우정 이렇게 쓸 수도 있으나 역시 표현의 방법이 낡다. 허나 후반의 절창은 이 작품이 얼마나 아름답고 현대의 절망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열한 정신적인 충격을 주고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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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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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환상 4」는 그분의 작품으로서는 실패작이다. 전쟁 후 이분은 과거의 여러 환경에서 많이 탈주했다. 그러나 시의 사념은 훌륭해도 표현의 방법이 유치하다. “용호야 용호 용ㅎ 용요ㅇ…… 다시 우우우…… 하고 내게로 달려오는 나…… 어느 것이 내냐!” 결코 현대시는 이러한 것이 아니다. “공중에서 분해하는 나의 육체에 홍소(哄笑)의 만가(輓歌)를 보내는 악마의 합창대가 있었다”는 마지막 구는 이 시인이 대단히 로브로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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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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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는 상징화된 형식으로 한국의 현실과 그의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시인의 슬픔과 인생의 애수가 간략한 몇 줄로써 이렇게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인이 얼마나 실력이 훌륭하다는 것을 좌기(左記)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두고 그리던 곳 언어와 풍습이 같을 뿐” 이 한 구절한 해도 이 시가 내포하고 있는 정신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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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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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란 적어도 우리나라 시는 이분의 「독백」과 같은 것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출발이 좋은 뜻에서나 나쁜 뜻에서나 지난날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마치 보들레르의 시를 읽는 것과 같이 처참하고 불길하다. 어떤 의미에서 쓴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현대적인 시의 감각이나 사유에서 볼 때 무척 떨어져 있는 것을 느끼는 반면에 한 편의 시로서 충분히 세련되어 있다고도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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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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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분의 시를 많이 읽어 보았다. 별로 우수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혼」은 좋은 시다. 이것은 잘 정리되어 있으며 언어의 배열이나 이미지가 아름답다. “이렇게 못 잊어 그리다가 저렇게 애태우며 죽어갔다는 것이다…… 근시안이던 그 소녀는……” 시인에게 있어서 절실한 체험을 노래할 적에 왕왕히 빠지기 쉬운 설명적인 수법을 잘 피하고 있으며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게 하는데 “아아 들려오는 소리 피 울음소리”는 너무 생(生) 것이 되어 감상에 흐르고 있는 느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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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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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여류시인으로서는 그의 작품이 단연 훌륭하다. 그에게는 여성으로서의 유달리 섬세한 관찰력이 있으며 느끼며 있는 것을 잘 표현할 줄 아는 힘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이 시인으로서의 최초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데 전연 이러한 것도 없이 달려드는 시인이 많은 요즘에 와서는 문제가 된다. 「하나의 약속을」은 전반적으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척 산만한 곳도 감상에 기울어진 점도 있다. 그러나 무엇을 이야기하겠다는 것만은 역력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내가 본 그의 수편 중에서 그리 좋은 작품은 아니나 이 여류시인의 다감성은 놀랄 만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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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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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隣人)」은 릴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 시인의 과정을 알려준다. 물론 그의 시에 깊은 사념은 없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고 표현하고 있는 것은 서구적인 리리시즘과 상통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태도는 무척 진실한 것이며 꽃과 같이 곱다. “죽을 적에도 우리는 모두 하나하나로 외롭게 죽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래는 어떤 인간에게 있어서나 고독을 간직하고 있을 때에는 공통된 심리이며 이를 쉽게 더욱 알아들을 수 있게 노래하는 이 시인을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찾기 힘이 든다. “그들이 나의 이웃이 된 것은 그들에게 죽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여기에 많은 공감을 가지며 너무 안이하게 이 시인이 생각하고 있다면 자칫 통속성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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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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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전반과 후반은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일시적 콤플렉스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떤 시감에서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는 이미지의 투영에 그저 자신을 내던지고 만 것 같다. “나의 주증(酒症) 같은 순수가 첫 날밤의 홍치마 자락에 구토질을 해도 막아낼 약 한 톨이 없다.” 암만 잘 생각해도 나는 모르겠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이러한 때 시의 의미보다도 이해가 앞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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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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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험난한 시대에 「생명」과 같은 시를 쓰는 이 시인은 한편 부럽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작품인지 20년 전 작품인지 그 시대성을 전연 찾지 못하는가 하면 인생주의에 빠진 이 시에는 황홀한 시인의 환상이 잘 그려져 있다 삽븐 등촉 . “ 밑에 앉으면 숨결은 부드러운 육향”…… “나비는 훨훨 새벽바람에 떠났어도 파란 생명은 화심(花心)에 커가고 있다……” 젊은 시인들이 잘 모르는 우리말을 곱게 다듬어서 시를 쓴다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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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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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애절한 노래다. 솔직한 말과 감정이 흐르는 시다. 그러나 시인의 반성은 이러한 데 있다. 그대로 마음먹고 느끼고 있는것은 시의 안이성을 의미할 뿐이다. 이분은 바리톤 가수처럼 굵은 목소리로 노래할 줄 알면서도 음조를 모르는 때가 많다. 그것은 비극이다. 이 시에서도 그런 데가 많이 있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끝에 가서 더 높은 데로 올라가 고향을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시의 효과를 노린 것 같은 느낌이 있으나 월남한 이 시인의 현실성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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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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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견지에서 이 시인은 문제를 제기시킨다. 여기에 발표된 “헬리콥터처럼 하강하는 POESIE는 기관총진지를 타고”는 아마 난해할 것이다. 현대시는 왜 난해하냐 하면 그것은 현대의 제상이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자기의 환상과 현실을…… 신념과 망각을…… 과거와 미래를…… 그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자동기술법이 트리스탄 차라 류의 다다이즘으로 변한 것은 유감된 일이며 이런 방식 때문에 그의 작품이 실패할 때가 있다.(나는 여기서 말하고 싶은 일은 최근 일부의 시인들은 현대시는 다다이즘이나 쉬르레알리슴의 사고와 표현방법을 하는 줄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 시인이 얼마나 무식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의 이 시에는 보통사람이 전연 상상치도 못할 기발한 점이 많다. 그리고 그것은 이채로운 것이며 비약적이다. 그러나 성공한 시가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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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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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에서」는 그것이 비단 시의 제목이 아니라도 우리는 정막과 고적을 느낀다. 이 시에서 그는 역시 이러한 것을 그리려고 했고 그 데생은 정확하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와 대상은 지금까지 많은 시인들에 의하여 노래가 불려왔으며 누구의 마음 한구석에도 간직되어 있는 것이다. 너무도 시적인 시……라고 하면 그는 나를 욕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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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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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너무 시를 쉽게 생각하고 있다. 단지 하나의 반항정신이나 실존의식이 뚜렷하면 시가 되는 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에 시작되는 구절과 “이런 경각에 내가 만나고 싶은 여인이여…… 피아노의 팔십일 건(鍵)을 자재로이 튀기어서 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울리라”는 몹시 모순된 상념인 것 같다. 시에 있어서의 시인의 희망은 감상에 지배되는 것이며 이미 그러한 시대는 지났다. 나는 여기서 S. 스펜더의 말을 빌리고 싶지는 않으나 왜 많은 자기의 말을 다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단음부들의 선율은 정치가나 권세 잡은 자들을 감동케 못한다”는 좋다. 그러나 잡음과 같은 여러 이야기는 시의 권태를 의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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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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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란 시는 이분의 이름을 독자에게 오래 기억하게 한다. 시가 성장하는 동안…… 적어도 한국과 같이 보수적인 토지에서 이러한 시가 나타난 것은 그 표현에는 아직 미숙한 점이 있으나 반가운 일이다. 그것은 시의 혁명을 초래할 수도 있으며 낡은 세대와 시인에게 보내는 매서운 도전이기도 하다. “혹은 너는 테러리스트 불덩어리 같은 너의 초호활자(初號活字)는 시방 메마른 늑골 앞에 주먹을 내어민다.” 언어의 박력과 구성을 아는 시인이 별로 없는 오늘의 한국에서 이 시인의 장래가 많이 촉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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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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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시간」은 아름다운 착상이다. 그리고 무척 시각적인 이미지로 구성되고 있다. 허나 “달러를 치러야 하는 애정을……” 운운은 도리어 어색하여 새로 시를 쓰는 분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약점이다. 그는 현실의 비극을 그리기 위하여 생생한 이펙트를 그대로 가지고 왔으나 하늘이 푸른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그대로 하늘이 푸르다라고 쓰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가를 모르고 있다. “반영되는 거울 속 미지수 ─ 꿈의 시간에서 이별한 애정을 설명시킨다” 이런 구절은 이 시가 우위성에 가깝다는 것을 말한다. 여하간 새로운 시의 방향을 그가 모색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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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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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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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 아워」는 시대풍자를 위한 시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이 시인의 언어를 위한 새타이어의 세계인가? 오래 시를 쓰면 확실히 매너리즘이 생긴다. 멋쟁이 말과 재미있는 수식사로 이루어진 이 시는 영화의 해설문 같다.……내가 이런 표현을 했다고 실력 있는 이분은 조금도 겁내지 않을 것이며 도리어 건방진 놈 하고 웃을지 모르나 나는 조금도 우습지가 않다. 시인이 시를 쓸 적에 먼저 제목을 붙인다면 이러한 시가 생길지 모른다. 여하간 김 시인은 관찰력이 강하고 언어의 위트를 살리기에 애를 썼다. “수도(首都)의 결손부대…… 즉흥에 넘치는 맥주의 거품…… 그러나 우리들의 구매력은 1943년제의 헬멧을 쓰고” 그저 멋있는 말이라고 하기에는 좀 긴박한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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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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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여기에 실린 시는 참으로 놀라운 작품이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다른 어떠한 사람의 것보다도 훌륭한 작품일는지 모르겠다. 그는 시에 있어서 모든 문화적인 체계를 조리 있게 세우고 있으며 그리하여 철학도 얘기하고 사회학도 얘기하고 사랑도 하고 눈물도 흘린다. “마법의 꽃은 사탄에 의하여 꺾이었다” ……건방진 제목이다. 하지만 그의 시가 가지는 훌륭한 가치 때문에 건방질 수도 있고 그는 입술을 다물고 목을 끄덕거릴 수 있다. “그의 청춘은 육체에서 좌절되었고 바람과 세월과 고통이 거기 구배(句配)져 갔다. ……그것은 영원이었다. 나의 현실에서는 하늘이었고 바다이었고 푸른 초원이었다…… 나는 갠지스강의 그 정적을 젊음으로 거부하였었다……그러나 5월은 갔다 카리에스를 앓던 소녀도 갔다. 단조화현(短調和弦)의 교착도 사라지고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그냥 만물은 흘렀다. 나는 태양계의 습성으로 오늘에 서식하고 있었다. 에피쿠로스의 유혹도 아베마리아의 노래도 이제는 없다.” 제한된 매수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시의 절반을 인용했다. 우리들이 손쉽게 엿볼 수 있는 것은 현대인으로서의 냉철한 감정의 억제이다. 그는 비극을 말함에 있어 조금도 이성의 동요를 느끼지 않고 있으며 흥분된 기색이 없다. 인간에게 있어서의 영원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늘을 바다를 초원을 영원이라고 할 때 시의 영원성은 어떠한 것이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서슴지 않고 이러한 시라고 대답하겠다. 그는 비단 이 작품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좋은 기재(氣才)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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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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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동키호테 탄생일」은 그저 작품으로서는 대단히 재미있는 시다. 시인이 늙으면 세상일이 우스꽝스럽게 보이고 자신을 자학할 수도 있고 희화화하게 되는 모양인데 아마도 그렇게 되기도 힘이 들 것이다. 하지만 이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심각한 생각이 든다. 차츰 허무해지고 눈물이 흐를 것 같다. “인생이란 때 묻은 봇짐을 짊어지고……” 여기에는 인생의 희비가 섞여 있는가 하면 시를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시인의 허탈한 정신이 잘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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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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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타일러보는 폐허의 꿈 아닌 꿈”이라는 결구로 끝나는 이 시는 현실에 대한 영탄과 비분과 절망을 그의 종교적인 관념에서 써보려고 했다. 허나 “주여 나를 건지소서” 한마디 외친 또 다음 순간 “어느 유화(油畵)에선가 영화……” 운운 “해방과 휴식 속에 내가 편히 누웠다” 이런 구절은 개념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가 시에서 말하는 그의 의미의 심연을 알기 위하여 나는 몇 번씩이나 이 시를 읽고 겨우 결론적으로 알게 된 것은 내성과 탈피의 과정에 이 시인이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형식이 유치한 것은 할 수 없는 일이긴 하나 더욱 눈에 걸리는 것은 ‘해방’ 과 ‘불(弗)’ 의 대조는 너무 통속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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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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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질서라는 것을 생각하여 읽어 보았다. 그러나 이 시인의 비애는 잘 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질서와 형상’ 이것이야말로 현대시의 중요한 모멘트라고 하겠다. 그럼으로 해서 이 작품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은 곱게 화장한 여자의 외형 같은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체험해 왔는지는 전연 알 수가 없다. 이 시인의 시작의 역사는 그를 중견의 위치에 둔다. 허나 그의 작품이 언제나 완성을 피하고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얻지 못하고 있는 데 기인되는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에스프리의 문제이다. 무척 압축된 상태를 그리면서도 평이한 언어로 자신을 객관화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역시 다음에 오는 느낌은 요약해서 상기(上記)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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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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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 시인은 사상(思想)으로 많은 편력의 세월을 보냈다. 그 때문에 우리들은 그의 작품을 접하지 못했고 그가 현재 어떠한 것에 사색의 정열을 기울이고 있는지 참으로 궁금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우리에게 대한 응답의 한 방법으로 「아베마리아」란 시를 제시해 주었다. 나는 이 시를 조용하게 낭독을 하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면 독자는 어떻게 이 작품을 생각할 것인가? 여하간 고난과 신음의 시대를 벗어나 이 시인은 운명의 곤란을 막연할지 모르나 마리아에게 고백하고 있다. 사상적으로 전향한 서구의 시인들이 가톨릭교에 귀의하듯이 이 시에 넘쳐흐르고 있는 것은 정신적인 귀의의 고백이다. 우선 복잡을 순화시키고 마음의 뉘우침을 냉정히 표현했다. 그가 애태우며 그리워하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현재는 막막한 무형(無形)의 존재로 남아 있으나 마음의 구원만은 변함이 없고 즐겁다. 물론 형용에 있어 사고(思考) 이상의 쓸데없는 언어가 많다. 그리고 다소 감상적인 것을 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시인의 새로운 도정을 바라보고 축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 시를 다시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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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51
「잠을 위한 서곡」은 그의 근작으로서는 성공에 가까운 작품이다. 이 시인은 가장 현대적인 감각과 사고를 하고 있으나 아직 그에게는 표현상의 기술이 부족하다. 물론 그의 시를 위한 언어는 그 누구보다도 새롭고 인상적이다. 말하자면 언어의 투영이 아름답다. 그러나 시의 전부는 이러한 것이 결정짓지는 못하는 것이다. “뢴트겐 사진처럼 희끄무레한 황혼……”에서 시작하는 이 시는 상기한 어떤 애로적(隘路的)인 것을 제외하고서는 제법 현대적인 불안과 시인의 위치를 잘 나타내고 있다.
 
 
52
김상화
 
53
시에 있어서의 스타일을 자기적인 것으로 가지고 있는 몇 사람 안 되는 시인 중에 이 시인은 속한다. 그는 새타이어와 위트를 자랑한다. 그것이 무척 효과적으로 작품을 이끌고 간다. ……그러던 그가 요즘에 와서 더욱 새로운 것을 향해 과거의 작품에서 탈피하려고 할 때 그 과정기의 작품은 많은 곤경에 빠지기 쉬우며 자신도 모르는 언어와 씨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에 있어서의 보캐뷸러리는 마치 사진에 있어서의 ‘노출’과 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언하고 싶다.
 
54
김남조 씨의 「설목(雪木)」과 임하수 씨의 「무덤 앞에서」는 신인의 작품으로는 괄목할 작품이다. 모두 잘 정리되어 있으며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 (시에서 노래한다와는 별도로)하려는 의욕이 잘 그려져 있다.
 
 
55
나는 끝으로 제 집과 1 제2집을 통독한 후에 결말적으로 느낀 것은 최근의 시인들이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시대와 그 제상에 대하여 간단없이 대결하는 데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며 전전(戰前) (6·25)의 시인보다도 그 후에 나타난 시인들의 작품이 훨씬 내용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오늘의 사회와 현실이 빚어내는 반향이 무엇이라는 것을 잘 체득하고 있는 것 같다. 시에 있어서의 새롭고 젊은 세대에 대한 영광을 동학(同學)하는 필자가 여기서 바치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인 것이다.
 
 
56
─『시작』(1954. 11)
【원문】1954년의 한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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