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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산에 계신 문우(文友)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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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이효석
이효석의 서간문. 서간문내용을 미루어 유진오가 동아일보에『화상보華想譜』를 연재하던 1938년으로 추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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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 계신 문우(文友)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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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의 피서 재미가 어떠신지, 아침 저녁이 시원해졌다고는 해도 거리에서는 아직은 죽을 지경입니다. 금강산에 가본 지 벌써 몇 해나 되는지 이런 무더운 때에는 사실 산속의 일국(一掬의 청량미가 간절히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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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오셨을 때에는 별반 대접도 못 드리고 연일 피곤만 하셨을 것을 미안히 여깁니다. 바로 떠나시던 날 ─ 그날은 아마도 가장 재미있는 날이 되었을텐데 형은 발이 빨랐습니다. K형의 집을 찾았을 때에 형이 이미 아침차로 떠나셨다는 말을 듣고 미상불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던 것은, 그날의 재미나는 건 다름 아니라 마침 시골서 왔던 어떤 문학부인이 형이 왔던 길에 한번 만나들 뵈었으면 하는 청이 제게 들어왔던 까닭에 그것을 그날로 해볼까 한 것이 애틋하게도 형의 자태는 이미 사라진 뒤였던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으면 형도 아마 같은 심정을 금하지 못 할 것입니다. 그날은 별수없이 K와 C 양 형과 그 거리로 나가 다방 영화관 식당의 순례로 하루를 지웠습니다. 그 뒤 이 두 분들과 짝이 되어 날마다 대동강행 ─ 보트와 맥주와 헤엄과 일광욕과 천렵과 잡담과의 일과(日課), 일주일을 못 넘어 전신이 새까맣게 끄을고 어깻죽지는 쓰라리게 되었습니다. 눈앞에서 제물에 피서가 된 셈이나 아무래도 산이나 바다만은 못한 것 같고 다시 집에 들어앉기 시작했더니 하루에 세 차례씩 냉수욕을 해도 몸에 땀이 되(升)로 흐르는 지경입니다. 그저 올도 또 한 여름 그러다 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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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만 함 셈이 됩니다만 계획하신 전작 소설의 집필은 잘 진척되시는지 시원한 속에서라면 아마도 생각에 하루 20매는 넘었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와 같이 짧은 시간에 되구말구 복닥거려 넘기지 않고 상당히 오랜 기일을 두고 착상하시고 집필하시니 반드시 넉넉하고 주밀한 좋은 작품이 되리라 믿습니다. 정진하셔서 문학에 빛을 더하십시오. 조선문학의 뜻이 별안간 새로워지고 차차 넓게 중목(衆目) 앞에 나타나게 되니 문학인의 준비와 기품에도 종래보다는 일단의 비약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든 참으로 좋은 작품이 아니고는 행세 못할 때가 온 것입니다. 자연의 형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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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별반 읽지 못하고 글자대로 땀만 흘리며 우유무위(優游無爲)의 여름을 보내고 있는 셈입니다만. 아직도 휴가가 한달 폭은 남았으니 무슨 또 변동이나 생길는지도 모르는 것이오, 남은 여름을 즐겁게 기다립니다. 자꾸 틀어져만 오는 북지(北支) 여행도 가을까지에는 해볼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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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기를 빌며 다음 편지에는 산속의 소식이나 그득 전해 주시면 앉은 채 산바람을 쐬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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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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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弟) 이 효 석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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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진 오 형
【원문】금강산에 계신 문우(文友)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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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李孝石) [저자]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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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7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