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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론(新人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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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2
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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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人 論[신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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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序章[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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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정월은 新人[신인]들이 문단에 들어 오는 한개의 꼴올이 되어있다. 옛날 같으면 등용문이란 말을 쓰는 것이나, 현재엔 주지와 같이 賞金[상금] 얼마를 걸어서 입선작을 뽑아 표창하는 懸賞制度[현상제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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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신년호 지상에 많은 신인을 맞임을 기회로 당선작 심사방침에도 언급할 겸 간단히 新人論[신인론]을 試[시]하여 來號[내호]에까지 미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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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人[신인]이란 누구를 가르처 하는 말인가? 우리는 좀더 겸손히 이 글 제목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줄 안다. 年年[연년]이 신문이나 잡지의 신년 현상문예의 관문을 통해서 나오는 이들을 가르킴일까? 그렇지 않으면 조그만 동인잡지를 만들어 가지고 孤孤[고고]히 문학을 修道[수도]하는 이들을 가르침일까? 혹은 날마다 각사 편집실에 모여 드는 투고의 작자를 가리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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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두 지금 문단의 누구 누구처럼 이름이 알려져 버린 이들에 비하여 그들은 새로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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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들 자신도 그런 이들을 모두 통털어서 신인이라 일컫지 않는 것도 관례가 되어 왔으며, 신인들도 역시 자기를 소위 기성작가들에게 구별하면서도, 동시에 無名[무명]한 일개 投稿客[투고객]에 머무르기를 반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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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보면 문단에서 미미하나마 일정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중견이나 대가의 列[열]에 오르지 못한 一群[일군]의 작가를 신인이라 칭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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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의 ‘신인단편’이라든가, 혹은 東亞日報[동아일보]의 ‘신인은 말한다’라든가, 혹은 ‘新人[신인]콩쿨’의 자격을 보아도 이러한 暗黙裏[암묵리]의 或種[혹종] 수준이 잠재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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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준은 분명히 문단 경력의 弱小[약소]에 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신인을 논한다는 것은 앨써 이런 진부한 階別[계별]을 캐기 위해서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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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젊다든가, 문단 경력이 짧다든가 하는 것이 신인의 요건이 되지 않을 바에는 자연 신인의 본질이란 그 써내는 바 문학의 새로움에 있지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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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학 작품 가운데 있는 예술성의 新味[신미], 그것이 신인의 신인다운 所以[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인을 한 계단 아래 사람들로 생각하는 낡은 관념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새 제네레슌을 자기의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父兄[부형]은 언제든지 子弟[자제]보다 웃사람이라고 믿던 관념의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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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있어 어느 때나 새로움은 한개의 재산이다. 이 새로움으로 말미암아 문학은 국한된 세계의 영토를 늘려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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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른 반면 신인들 자신이 또한 별다른 의미에서 이런 그릇된 관념에 사로 잡혀 있음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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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아니라 문학상의 진정한 새로움과 연령의 약소나 문단 경력의 짧음과를 혼동하고, 신인이면 의례히 문학의 새요소를 가진 것으로 誤認[오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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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誤認[오인]에서 소위 기성문단에 대한 신인들의 전혀 무의미한 많은 불만이 생겨난다. 例[예]하면 不待論[부대론]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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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놓고 신인을 달마다 過待[과대]하고, 문학상을 주고, 또 무슨 무슨 특전을 준다고 해서 신인 가운데서 천재나 걸작이 簇出[족출]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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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러한 물질적 혹은 형식적인 好條件[호조건]이 신인들을 도웁는 의의를 무시하자는 것도 아니요, 또한 우리 문단이 재능과 학식있는 신인들을 올곧게 대우한다는 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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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도 과거 우리 문단이 신인들을 좀더 잘 길러줄 만한 환경이었더라면 현재보다는 좀더 나은 작가들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통감하는 바이나, 불가능한 줄을 뻔히 알면서도 부질없이 중얼거려 보는 얄궂은 심정은 암만해도 유쾌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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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新人[신인]대로 그야말로 萬年靑[만년청]으로 푸른 이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지 않은가? 厚待[후대]만이 新人[신인]을 기르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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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새로운 문학만이 잘 기르면 잘 자라고 악조건 가운데서도 기를 쓰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新人[신인]이란 문학적인 새것을 가진 작가들 이름이다. 이 문학적인 ‘새것’을 갖지 않은 채 신인이라면 연령이 작고 문단경력이 짧은 만큼 損[손]이고, 문장기술 기타가 기성에 떠러지는 만큼 기성작가와 階別[계별] 낮게 하여 대우받아 족하다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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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신 이 ‘새것’을 가진 작가는 아무리 나이가 적고 문단 경력이 짧더라도 기성과 병렬하는 것이며, 기성에 있어선 後生[후생]이 可畏[가외]라고 脅威[협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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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적인 ‘새것’, 그것은 신인의 절대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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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에 우리는 문학적으로 ‘새로운 것’, 그것만이 신인의 절대 가치라 하였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문학 위에 새로운 가치를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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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우리는 이곳에서 문학적으로 새로운 것이란 무엇이냐를 묻지 아니할 수 없다. 무엇이 문학의 새로운 가치냐? 흔히 우리는 문학을 하나의 창조라고 한다. 창조란 낡은 것을 기초로 하여 새로운 것을 형성하는 작용을 이름이 아닐까? 결코 창조란 無[무]에서부터 有[유]를 맨들어 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마술이지 창조는 아니다. 그러므로 새것의 창조를 위하여는 어느 때나 낡은 것으로부터 문제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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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것이 새로운 창조의 거점이며, 기존의 것이 항상 창조의 母胎[모태]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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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로운 창조의 앞에 나타나는 낡은 것이란 언제나 부정될 대상으로 나타나는 법이다. 만일 그것이 부정되지 않으면 志向[지향]이 새로운 것의 창조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 한 고비의 부정을 통하여 기존의 것은 새것의 형성의 質料[질료]가 되고 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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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존의 것은 전승을 통하여 제 旧來[구래]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 재생산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하여 문학은 발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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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문학상의 새로운 제네레슌이란 항상 기존의 문학세계에 대하여 부정적 태도를 취한다. 이리하여 기존의 문학 가치라든가 권위라든가에 대한 부정의 포즈란 신인에 固有[고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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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존의 것에 대한 모든 부정이 새로운 창조의 출발점이 되고 새로운 가치 형성의 계기가 되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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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부정이란 것의 내용을 신중히 생각지 아니할 수 없다. 그 意氣[의기]에 있어 그 氣魂[기혼]에 있어, 기존의 것에 만족할 수 없어, 보다 새롭고 따라서 보다 높은 것의 창조자일려는 정열은 언제나 고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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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학은 모든 그 他[타]의 영역의 문학적 창조와 마찬가지로 단순한 의기나 정열만으로 개혁되고 발전되는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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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낡은 것에 대한 부정은 낡은 것에 대한 겸허한 수용과 그 수용을 통한 명철한 이해를 토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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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전쟁에 있어 敵土[적토]를 점령하려 할제 敵狀[적상]을 상세히 熟知[숙지]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熟知[숙지]한 기존의 것을 토대로 해야만 우리는 무엇이 아직 未存[미존]한 것인가를 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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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前人[전인]들이 어떠한 수준까지 와 있고, 그들이 개척해 놓은 領地[영지]의 넓이가 얼마나 되는가를 알어야, 새 제네레슌은 자기가 새로 개척한 신영토와 도달할 수준을 實測[실측]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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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신인들의 주요한 課務[과무]는 조선문학의 역사와 現狀[현상]에 대해 누구보다도 詳細明哲[상세명철]한 지식을 얻기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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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먼저 말한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일반적 필요의 의미에서도 그러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신인의 목적이 기성의 어떤 작가의 수준에 오른다거나, 혹은 현재 云謂[운위]되고 있는 기성의 수준에 도달할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실로 그 수준의 돌파 위에 새로운 세계를 건립하려는 데 있다는 특수하고 고유한 의미에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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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문학은 엄격한 의미에서 결코 한사람 이상의 春園[춘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며, 두사람의 民村[민촌]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며, 세 사람의 芝溶[지용], 네사람의 泰俊[태준]을 탐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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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열사람의 春園[춘원], 수므사람의 民村[민촌], 설흔사람의 芝溶[지용], 마흔사람의 泰俊[태준]이 있어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조선의 문단이란 실로 기성복 시장 같이 숭겁고 심심하고 너절한 것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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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세계는 한사람의 獨制者[독제자] 이외엔 그 餘[여]의 모든 同傾向[동경향] 혹은 유사의 작가는 亞流[아류]의 운명을 授與[수여]하는 냉정하고 엄격한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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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가도 春園[춘원], 저기 가도 民村[민촌], 앞을 보아도 芝溶[지용], 뒤를 보아도 泰俊[태준], 이래선 우리 문단이란 3,4인의 진정한 작가 외에 수십 수백의 無能者[무능자]로 충만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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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떤 작가인 것을 알려면 그가 누구를 모방했는가를 볼 것이며, 그가 얼마나 훌륭했는가를 알려면 그의 師匠[사장]을 얼마나 이겨 넘겼는가를 보면 족하다”고 말한 어느 비판가의 말은 이곳에서 우리는 짭짜리 음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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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문학이란 것도 학교와 마찬가지다. 교과서를 그냥 졸업 후에도 되풀이 하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고 하는 것과 같이, 우리 신인은 현재의 조선문학을 졸업하지 않어서는 안된다. 마치 응용문제를 주는 태도로 우리는 현재 혹은 기존의 조선문학을 테스트로 살리지 않고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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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시 말해 둘 것은 교과서도 모르고 응용문제를 풀려는 태도를 교과서를 그대로 외이고 다니는 졸업생과 같은 신인들이 문단에 범람하고 있는 현상을 지적치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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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기성작가의 많은 아류는 무능하면서도 선량한 학생으로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나 조선문학에 대한 一片[일편]의 지식과 교양이 없어 意氣[의기]만이 壯[장]한 응용가는 惡性[악성]의 무능자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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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惡性[악성]의 무능자를 만들어 내는 기초는 어디 있느냐? 그것은 물론 우리 문학의 역사가 짧은 곳에도 있고, 전통이 권위를 갖지 못한데, 그 他[타] 여러 곳에 있을 수 있으나, 주요한 依據點[의거점]의 하나는 외국문학의 나쁜 모방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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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기이한 것을 위장하여 人目[인목]을 속일려는 즉 좀 먼곳의 것을 모방하여 그 은폐된 모방으로 창조를 대신 할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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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東京製帽[동경제모]에다 영국제 렛텔을 붙여 파는 상인의 악덕과 추호의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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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도 나는 신문잡지의 懸賞作品[현상작품] 選者[선자]가 이런 사기에 속고 있는 것을 적지 아니 볼수가 있는 것으로 우리 비평은 당분간 文壇經濟警祭[문단경제경제]의 역할을 겸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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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조선문학의 상태를 어떻게 아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우선 모든 신인이 적어도 2,30분 간에 조선문학의 現狀[현상]을 누구에게나 간명히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준비를 가져야 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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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현상의 분석과 더불어 역사의 이해를 겸해야 하는 것으로 마치 발자크를 공부하여 도달한 것이, 객관적으로 보면 ‘졸라’인 때 만일 우리가 졸라가 발자크를 후예란 것을 모른다면 그와 같은 喜劇[희극]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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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 자신은 문학사의 새로운 주인공이라 自任[자임]하고 있는데, 곁에서 보면 실상 문학사의 낡은 유물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문단의 영역적인 넓이, 작가의 특질, 상호관계, 그리고 정신상의 계보적 관계 등의 인식은 총체적으로 조선문학의 현재의 도달점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우리는 꽤 容易[용이]히 그 수준을 뛰어 넘을 가능성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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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성수준의 超剋[초극]이 어떻게 되는냐? 즉 어떠한 주체적 준비가 창조의 의식내용을 형성하느냐는 것은 또한 별개의 문제다. 이것은 明日[명일]의 조선문학이 어떠한 방향을 걸어갈 것이냐는 문제와 동일한 것으로 전혀 일반문학 이론, 비평의 최대 문제로 이곳에서 논할 바 되지 못하나, 신인들의 여러가지 각도와 방면에서 수행되는 창조적 모험을 통하여 우리는 이 방향을 볼 수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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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급무는 하루바삐 문단에서 기성작가의 유니폼을 빌어 입은 에피고넨 群[군]을 一掃[일소]할 것과, 通鑑[통감]도 못읽고 과거를 보러 오는 것과 같은 三文[삼문]선비의 蠻勇[만용]을, 또한 그것이 낳는 문학청년적인 불만을 공부에 해소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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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회에 다시 이 문제에 미치고자 이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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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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