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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창작단(新人創作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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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3.10~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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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新人創作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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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을 아무 불안이 없이 안심하고서(모랄을 의미함이 아니다) 읽을 수 있는 작가는 썩 흔치 못하다. 특히 신진작가들에게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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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조선문단에서 신인이라고 불리어지는 여럿 중에 그렇듯 불안이 없이 안심하고서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작가는 아마 최명익(崔明翊) 하나뿐일 것이다. 그의 출세작이라고 할는지「비 오는 길」을 비롯하여「무성격자(無性格者)」「역설(逆說)」「봄과 신작로」그리고 이번의「폐어인(肺魚人)」까지 그리 많지는 못한 작품이로되 그 어느 것을 물론하고 읽는 데 위태위태한 불안을 주는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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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안이 없이 안심을 하고서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일면, 그 작가가 사람으로 치면 소위 불혹지년(不惑之年)에 이르러 인생으로서 터가 잡히고 무게가 차듯이, 작품을 갖다가 조금도 무리와 파탄이 없이 극히 자연스럽게 완성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역량을 스스로 증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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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는 그리하여 말이 신인이지 역량에 있어서는 현 중견의 누구보다도 결코 빠질 염려가 없고, 따라서 최씨만은 한 사람의 기성 중견으로서 부족함이 없을 줄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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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신인이라서 치사할 것도 없고 중견이라서 그다지 영광스러울 것도 없고 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일부 신인들 중에는 스스로의 역량을 생각지 않고(보다도 과대평가하고서) 문단이 편벽되어 무슨 진급이라도 시켜주지 않는 양 앙앙불락(怏怏不樂)하여 불평이 대단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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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계제가 좋으니 현덕(玄德) ‧ 박노갑(朴魯甲) 양씨는 각기 이 달의 자작(自作)「골목」과「거울」과를 가지고 전기 최명익 씨의「폐어인(肺魚人)」과 한번 비교를 해보는 게 십상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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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물론 스스로야 쑬쑬한 작품이기는 하다.「거울」도 얌전하다. 아마 박노갑 씨의 어떤 작품보다도 못하지 않은 가작(佳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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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 ‧ 박 양씨는「폐어인」이 속이 꼭 찬 작품인 데 대하여「골목」이나「거울」은 여기저기 빈틈이 드러나서 엉성해 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폐어인」은 작자가 테마를 손아귀에 집어넣고 녹신녹신하도록 주물러낸, 그래서 작작한 여유가 보이는 데 대하여「골목」이나「거울」은 작자들이 테마에게 휘둘려 부치는 힘으로 빠듯이 어거를한, 그래서 마지막 붓을 데고는 후유 한숨을 내쉬고 이마의 땀을 씻었을 듯싶은 그러한 흔적이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리하여「폐어인」은 착 미더운 게 안심하고 읽어지는 데 대하여「골목」이나「거울」은 어딘지 생소한 게 읽는 마음이 불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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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양자간의 그러한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유래가 어느 곳에 있는가를 현 ‧ 박 양씨는 한번 생각해볼 도량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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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방 조선서 신인이라 하면 일본 내지인의 동인지 시대급을 두고 이름이다. 지위에 애를 타지 말고 역량을 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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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한 토막으로 작가가 되고 외교로 문단행세를 하던 시절은 옛말일 뿐 아니라 그렇게 해서 출세했던 사람의 존재가 날로 광채 희미하여감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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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인구는 물론 희소하여 그야말로 낳거라 붇거라 할 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김지이지(金之李之) 덮어놓고 넘나들어서야 가뜩이나 기성수준만 떨어트릴 것, 10년에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그는 반드시 영특한 후대(後代)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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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세계문학의 수준에 우리들의 목표가 있다고 부르짖은 그 기개가 장하지 않으냐. 그 챔피언을 문단은 실로 학수고대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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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懷南)의「수심(愁心)」과 아울러「실화」「폐어인」「골목」「거울」이 다섯 편의 작품을 한 다른 각도에서 보는 흥미를 나는 여기 맨 끝회까지 보류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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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의 주인공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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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의 이상옹(李箱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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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어인」의 현일(玄一) 그리고 ‘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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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건넌방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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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들여다보고 앉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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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얼마나 딱하고 걱정스런 사람들인고. 방금 축 처진 어깨에 고개를 깊이 떨어트리고서 거기 어디 길 한편 귀퉁이로 풀기없이 걸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얼른 따라가서 손목을 부여잡고 “어찌하겠느냐!”고 같이서 울고 싶은 사람들이다. 결코 회남 등 다섯 사람의 작자가 머리속에서 만들어낸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직접 작자 자신이 아니면 그의 친지나 아는 사람이요, 그리하여 현실적으로 많이 존재한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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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구만 못지않은 한 사람씩의 현대인이다. 감각이 그러하고 사색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들은 현대로부터 축방(逐放)을 당한 현대인이다. 그런데 축방은 당했으면서도 퇴거(退去)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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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해서 부리자고 고주파(高周波) 중공업이 2백 명의 선반공을 뽑는데 지원서를 들인 1만 명, 거기에나마도 참여를 못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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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이 허구많아야 그들에게는 전설과 같이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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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임(日賃)이 부쩍 1원씩이나 해도 손이 모자라 쩔쩔 매는 북조선의 노동시장도 그들의 세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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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잡지사는 구제기관이 아니란다. 진리다! 미상불 80명의 늡늡장병이 머리를 싸고 들이밀어도 꼬옥 가까운 놈으로 예정한 셋만 뽑아 옆집에서도 그 진리를 행동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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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국이 기술자가 모자라게 두통을 해도 그들에게는 화중지병(畵中之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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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의 의자는커녕 면서기도 꼭꼭 찼다. 또 감불생심(敢不生心)이기도 하거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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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머리를 두르고 갈 곳은 없는데 저녁때도 아침처럼 가난만 하다. 게다가 폐는 자꾸만 더 썩어들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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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직업을 얻자고 ‘현일’이 옛 학교를 찾아갔더니 빈대머리는 이 기회에 전업을 하란다.(누가 구두직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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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를 잡아먹자고 구멍을 지키고 앉았는 ‘도영’ 그는 열이 내리라고 지렁이를 생으로 집어삼키고서 피를 쏟지 않더냐——쥐덫에 친 쥐의 철학을 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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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팔아먹는 기능밖에는 아무것도 못 가졌다던 이상, 그러므로 그는 자살을 하면 제 시(屍)가 며칠 만에 상하기 시작하는지 그것을 골똘히 연구하기가 차라리 재미있었을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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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이 12관 미만이면 낙방이 되는 줄을, 그런데 제 체중이 약 12관 미만이어서 낙방에 자신이 생기자, 그다지도 부대끼던 순사시험을 마침내 치를 테라고 그의 악처에게 쏘아붙이던 ‘건넌방 김’ 그는, 이튿날 버젓하게 낙방이 되어가지고 돌아왔으렷다? 고 방정맞은 계집년한테 얼마나 또 가시 같은 구박을 받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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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쳐 보이던 그 방 중에서 제일 보배인 단벌양복은 분명코 그날 전당포 출입을 하고라야 말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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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생명이란 성가신 중하(重荷)다. 이 즐거울 수 없는 생명의 중하를 등에 걸머지고 현대로부터 축방을 당한 유태인 아닌 유태인들, 그렇다고 H. G. 웰즈의 ‘항시기(航時機)’가 없어서 19세기로든지 21세기로든지 퇴거를 하는 재주도 없고, 대체 어찌들 할 것인고? 그들의 거취를 그들만 못지않게 무능한 우리네 소설가들의 다 닳아빠진 몽당 철필 끝에다가만 그대로 맡겨두어야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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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차차로 연화대(蓮花臺)가 그리워서 이런 선량한 비명을 지르나 보다. 그러나 이것은 필경(筆耕)에 시달린 불면증의 소치요 나의 상태(常態)는 아니리라.
【원문】신인창작단(新人創作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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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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