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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청주유죄(新淸酒有罪)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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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9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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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淸酒有罪[신청주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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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歡樂極兮怒奈何[환락극혜노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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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자정이 지난 새로 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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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기어나온 ×씨는 영원 그것같이 굳이 잠긴 자기 집(참말로 말하면 처가)의 대문 앞에 설 때에 온종일 마음놓고 한껏 먹은 술이 아깝게도 휙 깨어버리고 몸이 으쓱 떨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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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입술이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눈 하나 까막거리지도 않고 분에 복받치어 색색하며 자기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을 자기 부인의 얼굴을 머리속에 그려보고는 다시 한번 으쓱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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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문간에 머리를 기대고 서서 오늘 지낸 일을 애처롭게 뉘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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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학교에서 조금만 일찍 나오거나 조금만 늦게 나왔던들 그 패들을 아니 만났을걸! 가자고 끄는 것을 아니 따라갔었으면 좋았을걸! 제일 회만 마치고 돌아왔어도 이 지경은 아니 되었을걸!……이렇게 돌이켜 생각하니 애꿎은 운명이 발을 구르고 싶게 안타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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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들어가서 당할 일도 당할 일이려니와 늦도록 아니 돌아오는 자기에게 제일착으로 곤란을 주려고 계획적으로 잠가놓은 이 대문의 곤란을 우선 벗어나야 하겠는데 아무리하여도 별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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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치자니 장인인 목사님까지 잠이 깰 것이고 작은 소리로 하자니 집을 지은 본새가 양풍(洋風)이 섞여서 하인들이 있는 데까지 들리지 아니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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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저래 하노라니 근처에서 땡땡땡 세시 치는 소리가 들리었다. 그는 조급한 마음에 담을 넘어 들어가기로 결심을 하였다. 담을 넘어 들어가기로 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용이하지는 아니하였다. 문자 그대로 천신만고 다 겪어가며 겨우겨우 담 위에 가로타 앉으니 후유 한숨이 길게 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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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는 마음을 지배한다는 비(非)하나심식 작용으로 한숨을 쉬고 보니 자기라는 사람이 처참하여 보이고 처참하여 보이니 안해가 괘씸하였다. 아무리 남편이 좀 늦게 돌아왔기로니 대문을 걸어 잠그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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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밖으로 뛰어내려 어느 여관으로라도 가버릴까 하다가 그러한 생각만이라도 무서운 것 같아서 얼핏 쿵하고 안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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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제일 난관은 겨우 벗어났으나 정말 큰일은 부인을 만나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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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등이 환하니 커져 있는 채 죽은 듯이 고요하여진 방문 앞까지 사뿐사뿐 걸어가서는 대문간에서보다 이상으로 마음을 졸이며 망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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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넘어갈 때는 큰맘을 먹었더니 문고리 잡고 발발 떤다”는 속요(俗謠)가 이 장면에도 적용이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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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이직도 반은 남은 취기에 용기를 얻어 헴밭은 기침을 한마디 하고는 방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조심조심해서 여는 판인데 별안간 “누구야” 하는 비단을 찢는 날카로운 소리……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부인의 최극도로 성이 난 폭발의 제일성이었었다. ×씨는 예기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으나 그 소리의 날카로움에는 진저리가 치게 놀라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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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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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목에 퇴침을 베고 날아갈 듯이 사리고 누웠던 부인은 뢴트겐선 이상의 유력한 시선으로 머뭇머뭇하며 공순으로써 항복의 뜻을 보이느라고 국궁하고 섰는 ×씨에게 와르르 달려들어 양복 위포켓을 와락 잡아 당겼다.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금년 여름에 월부로 지어 입고는 아직 두 달밖에 아니 준 실크 폴라양복이 본새좋게 쫙 찢어지며 ×씨는 한바탕 흥청흥청 휘둘리었다. ×씨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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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뒤이어 부인의 “이게 무어야” 하는 아까보다도 더 날카롭고 더 분노에 복받친 소리가 ×씨로 하여금 무의식중에 두 손으로 귀를 가리게 하였다. 다시 한번 부인은 손가락으로 ×씨의 중등을 가리키며 “이게 무어야” 소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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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비로소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보자마자 그의 전신에서는 냉수를 찌트리는 것 같은 식은땀이 좌르르 흘러내렸다. 문제의 처소에는 무엇이 있었던가? 그것은 ×씨가 평소에 매고 다니던 혁대 대신에 에로 그것을 의미하는 여자용 연분홍 허리띠…… 그리고 상의한 듯이 조르르 빠진 양복바지의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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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비로소 발견한 ×씨의 표정이 어떠하였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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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야? 어느 년하고, 바꾸어 매었어?! 응” 하고 부르짖으며 부인은 ×씨의 넥타이를 당시랗게 움켜쥐었다. ×씨는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잡아 흔들리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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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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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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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마디 말이 날카롭게 중복되는 동안에 ×씨의 양복은 폭탄을 맞은 활동사진의 희극배우와 같이 갈래갈래 찢기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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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한참 승강이를 하는 동안에 장인님인 목사님이 자던 잠을 놀라 깨어 달려왔다. 달려와서 그 광경을 본 목사님은 한말 내지도 못하고 입이 떡 벌어진 채 눈이 휘둥그래져 가지고 한참이나 섰다가 그 자리에 꿇어앉아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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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자비하신 하나님 아버지시여! 죄많은 당신의 아들을 용서하십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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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부인은 하인을 성화같이 불러 ××동 ×××씨에게로 급히 와주시라고 명함에 적어 택시를 보내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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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을 듣고는 제아무리 ×씨이며 목사님도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씨가 무어라고 비로소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여는 것을 목사님이 가로채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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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야 이게 웬일이냐 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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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도 말 마세요. 저 따위를 저 따위를 사내라고……나는 싫여요. 제가 딴 계집을 외입하고 다니는데 내가 무엇이 답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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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이애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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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글쎄……학교 선생놈이 직원회를 합네 하고 기생년을 끌고 절간에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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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무슨 소리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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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가 있어요…… 아까 낮에 학교 급사가 와서 직원회 때문에 절에 나간다고…… 그래서 늦게 들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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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그만 분을 참지 못하여서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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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부인의 입에서 한마디 한마디의 폭백(暴白)이 나올 때마다 한군데씩 물리고 꼬집히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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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야단이 계속되는 동안에 ××동의 ×××씨는 자정 후 네시에 명함과 같이 택시로써 맞으러 보낸 옛날의 애인이요, 아직도 연연히 잊지 못하는 이 싸움의 주인공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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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와서 왔다는 기별을 하자 머리를 풀어헤뜨린 부인은 버선발로 뛰어내려와 ×××씨로 하여금 한말의 대화도 허락치 아니하고 택시를 그대로 몰아 어디론지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문간까지 쫓아나온 목사님과 ×씨는 멍하니 서서 그 뒤를 전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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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別乾坤[별건곤] 1930년 9월호>
【원문】신청주유죄(新淸酒有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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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별건곤(別乾坤) [출처]
 
  193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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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8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