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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11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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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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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기를 자랑하는 마음과 가령 고양이를 자랑하는 마음과의 사이에는 어떤 차가 있는지는 모른다 . 옛것을 즐겨하게 되는 마음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아도 좋은 것은 그것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 이상의 것이 아니라 ― 도리어 이하의 것임을 안 까닭이다. 수백금의 고물과 한 마리의 얻어 온 고양이와 ― 두 가지가 다 사랑하는 것일 때, 눈앞에서 그 하나를 멸하게 된다면 물론 나는 고물을 버릴 것이다. 고양이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도기를 아낌없이 없애 버릴 것이다. 사실 고양이를 잃어버리느니보다는 만약 그 죽음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도기를 깨뜨려 버렸더면 한다. 고양이를 잃었음은 이 가을의 큰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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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랍뜰이 좁은 까닭에 개를 기르는 것보다는 고양이를 기름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첫여름 시골서 사람이 올 때에 어린 두 마리를 수하물로 부쳐 왔다. 24시간의 양식과 함께 나무 궤에 넣고 화물차에 실어서 수천 리 길을 무사히 온 것이다. 낯설은 타관이라 피곤하고 서먹해서 처음에는 비영거렸으나 곧 익어서 제 고장으로 여기고 제집으로 알게 되었다. 뜰에 내려가 꽃 포기 속에 숨거나 책상 아래에서 재롱을 부리거나 하는 외에는 방에서나 밖에서나 잠자는 것이 버릇이다. 세상에서 유아와 고양이가 제일 잠 많은 짐승이라는 것이나 아마도 하루의 반 이상을 잠으로 지내는 듯하다. 의자를 하나씩 차지하고는 그 위가 잠터가 되고 밤에는 물론 이불 속으로 기어든다. 앞집에 포인터가 있는 까닭에 근처를 조심스럽게 거닐다가 쫓기기나 하면 쏜살같이 소나무 가지 위로 올랐다가 방으로 뛰어들어와서는 책시렁 위에 당그랗게 올라가서는 거기서 또 안연히 잠이 든다. 몇 달을 지나니 사람의 표정과 언어를 얼마간 이해하는 것 같다. 방에서 혼자 그만을 상대로 하고 있을 때 확실히 정의 교류가 생겨 사람 이상의 동무가 될 적이 있다. 영리하고 귀여운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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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싫어한다는 사람이 있어서 이유는 교활한 짐승이라는 것이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 자신이 고양이보다는 열 곱 더 교활함을 알아야 한다. 교활이니 무어니 하는 백 가지의 악덕을 들 때, 사람같이 그 모든 것을 알뜰히 갖추고 있는 동물은 없다. 고양이가 아무리 교활하다고 해도 사람에게는 못 미친다. 이런 선입적 증오는 무의미한 때가 많다. 고양이나 개는 물론 소나 염소나 돼지까지라도 악한보다는 월등 순직하고 아름다워서 사랑하기에 값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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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에서는 쥐를 잡느라고 쥐약을 부엌 구석에 배치해둔 까닭에 그것을 먹은 쥐가 산지 사방에 쓰러진 모양이었다. 고양이는 왜 그리 욕심쟁이인지 내가 야속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활함보다도 이 욕심성이다. 쓰러진 쥐를 다친 모양이었다. 가을을 잡아들면서부터 별안간 병을 얻어 날로 축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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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아주머니가 간청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한 마리를 양도한 것이 남은 한 마리가 너무 적적해 하는 까닭에 더 자란 후에 주겠다는 약속으로 다시 찾아온 것이 어떻게 된 셈인지 병은 벌써 극도로 쇠했던 것이다. 남만을 원망할 수도 없으나 며칠을 못 넘겨서 목숨을 버렸다. 그날 아침 나는 잠자리 속에서 두 눈이 더웠다. 부끄러운 김에 얼굴을 돌렸다. 두어 주일이 지났을 때, 남은 한 마리도 비슷한 증세인 것이다. 하룻밤 집사람은 보에 싸가지고 수의를 찾더니 소화제인 듯한 산약을 몇 첩 지어 가지고 왔다. 설핀 약이 효력이 있을 리도 없어 고양이는 채 이틀을 참지 못했다. 부르제의 소설 「죽음」을 읽을 양으로 책상 위에 놓은 채 잠든 이튿날 아침 고양이의 몸은 찼다. 무슨 까닭에 거듭 오는 슬픔인고 느끼면서 가슴이 에이는 듯 쓰라리다. 우울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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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대한 동정 목숨에 대한 사랑인 까닭에 짐승의 죽음은 귀중한 보물을 잃어버림보다도 더욱 가슴을 찌르는 것이다. 슬픔은 사랑에서 온다. 사랑이 없을 때 슬픔도 물론 없다. 사랑하지 않음이 가장 마음 편한 노릇이기는 하나 그러나 슬픔이 큰 것을 예상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도 또한 없는 노릇이다. 사랑과 슬픔은 숙명적으로 사람을 얽어매 놓는 한 안타까운 인과인 듯도 하다. 개에는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 고양이에 실패했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 다시 기르게 될 것 같지는 않으나 만약 기르게 된다면 양육법을 착실히 연구함이 옳을 것이요, 둘째로는 엉터리가 아닌 좋은 수의(獸醫)가 나오기를 바라야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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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39. 11. 8
【원문】애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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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李孝石)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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