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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因緣) 맺어진 여인(女人)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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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7
채만식
1
因緣[인연] 맺어진 女人[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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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지가 이상했기 때문에 ‘맨 처음으로 인연 맺어졌던 그 여인’ 을 누구로 내세워야 좋을지 모르게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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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 아니라 그를 정확하게 픽업한대도 그런 사람이 작품 속에 나오지는 아니했소. 그런 때문에 ‘맨 처음으로 인연이 맺어진 그 여인’ 이라고 하지 아니하고 그저 ‘인연이 맺어진 여인들’ 이라고 좀 고쳐준다면 그저 이야기거리가 좀 나올 듯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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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로 또는 연애 이상 이상(?)으로 인연 맺은 여인이라는 것이 조금도 거짓말이 아니라 다섯손가락으로써 넉넉히 꼽을 수가 있소. 자랑하는 것이 아니요 염복(艶福)이 박함을 탄식할 지경이오. 그리고 순전히 친구로서 사귄 여인까지 합한다면 팔구 인 내지 십여 인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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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몇몇 농친구가 모여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십 명을 세는 사람, 사오십 명을 세는 사람이 있는 좌중에서 내가 그 말을 하니까 대부분은 신용을 아니하고 그중 한 친구는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너는 천하의 대바보니라” 고 합디다. 옳은 말이라고 나도 생각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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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 명이 찰까말까하는 아는 여인 중에서 두 사람을 작년에 쓴 장편 중에다 방계인물로 넣지 아니했겠소. 그랬더니 그중의 한분이 어떻게나 분개하는지 정말 땀이 빠졌소. 이후 부분을 고치느라고 조선일보사를 여러번 쫓아다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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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불 살아 있는 사람─더구나 그가 속 좁은 여인네인만큼─모델삼기가 난처한 일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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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단편으로 모델삼은 여인들은 실제인물은 거의 하나도 없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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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즈음 와서 한가지 적지 아니하게 실망한 일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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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신의 작품이나 또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 중에 나오는 여주인공 혹은 중요한 여자들…… 그들과 현재 조선에 있는 실재의 여인들을 비교해볼 때에 그들 실재의 인물들이 훨씬 뒤떨어져 있음을 나는 금년에야 비로소 깨달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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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일반 인텔리 여성들, 그들은 표면으로 보기에는 봉건사상을 청산하고 자유주의를 충분히 소화하였으며 더러는 거기서 다시 한 계단을 더 나아간 듯하지만 실은 도무지 그렇지가 아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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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적으로 자유주의나 그 이상의 계단은 까마득하고 봉건사상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는 이가 90%나 되는 듯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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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은 그들의 쌓은 학력에 비하여 훨씬 얕고 취미는 행세거리로 음악이 고작이요 신문의 일면은 고사하고 사회면을 볼 만한 정도의 회화도 알아듣지를 못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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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복의 무늬와 빛깔을 선택하는 것을 보아도 어쩌면 그다지도 색채의 조화에 대하여 취미가 저열한지 모르겠읍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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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나 직장이나 가정의 여인네라면 본시 그들에게 그러한 모든 것을 쌓을 길이 거부되었으니까 그렇다고 하겠지만 이름이 인텔리층이요 또 그만한 정도의 것은 알고 이해하도록 되어 있을 터인데 실은 그렇지가 못하니 불가해의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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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늘어놓으면 아마 아미(蛾眉)를 거슬르고 고운 목소리로 호령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러나 사실이 사실인데야 어찌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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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조선의 인텔리 여성 전부가 다 그렇다는 것도 아니요, 또 적으나마 내가 아는 여인네의 전부가 그렇다는 것도 아니라 그 대부분(만)이 그렇다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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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현실에 실재한 인물들이 재래(在來)까지의 작품 중에 나타난 인물들보다 모든 점에 있어서 레벨이 얕은 것이 그 원인이 어떻게 되어 생기었으며 또 작품의 인물을 그와같이 레벨 높이 취급해야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은 여기서 캘 문제가 아니겠지요마는 어쨌거나 섭섭한 일로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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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방금 살아 있는 사람─더구나 그가 친구라든가 혹은 친구의 아낙이라든가 한 때문에 모델삼기가 어렵다는 것으로 해서 앞으로 내가 쓰는 소설에는 ‘인연 맺은 여인들’의 실재인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듯하오.
【원문】인연(因緣) 맺어진 여인(女人)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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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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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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