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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회미암(低廻迷暗)의 발원(發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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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12.11
채만식
1
低廻迷暗[저회미암]의 發源[발원]
 
 
2
무섭게 평범한 나다. 그러고도 재물이라고는 캐러멜 한 갑 빠지지 아니하는 공첨(空籤)을 뽑아가지고 세상에 나온 인생이건만, 해마다 섣달 그믐이면 영락없이 나이 한 살씩은 먹어야 할 의무를 강제받은 ○○군적 존재다.
 
3
그런 철 저런 철 모르던 때는 역시 그런 것 저런 것 모르고 나이도 먹고 세배도 했다. 열살 안 적에는 설빔과 세배돈 맛에 세상에는 둘도 없이 기뻤었고, 이십대에는 인생이 늘 이렇지 무슨 변하랴 싶어 걱정이 없었고(그러면서도 배운 풍월로 장히 섭섭한 체하는 센티한 문자적(文字的) 유희를 하였지만) 그러다가 삼십대를 척 디디고 넘어서서는 1밀리의 에누리도 없는 전(全)내기 한숨이 나도 모르게 후 내쉬어진다.
 
4
“또 한 살을……”
 
5
표절의 폄(貶)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만감교지(萬感交至)’라는 문구를 차용 아니할 수가 없다.
 
6
우울의 인플레다.
 
7
그래도 낙일(落日) 같은 여세가 있는지 알콜의 자극을 받으면 우울이 울분에로 전화 폭발한다. 비틀거리며 밤 깊은 거리에서 아무도 듣지 아니하게 기염을 토한다.
 
8
“시일(是日)은 조상(弔喪)고?”하고 외친다. 그러나 그 다음 말은 “나는 영웅을 기다린다”라고 창작한다. 한심한 기염이여! (略[략]) 두 개의 선이 선명하게 보일 변화로부터 오는 굵다란 자극을 받고 싶다.
 
 
9
7월 열흘 이후 창작은 고사하고 수필 한토막 변변히 쓰지 못하였다.
 
10
일에 얽매어 시간이 없다고 남한테는 변명을 한다. 그러나 남은 속였어도 나는 속지 못한다. 밤을 새워가며 술을 퍼먹고 다니고 찻집 출입을 일과로 하고……
 
11
탐구와 천착(穿鑿)으로부터 교활하게 고의로 눈을 돌린 것이다.
 
 
12
무엇보다도 움켜쥘 대상을 알 수가 없다. 행여 정신이 들어 잠들기 전 한 시간이나 잠깬 아침 몇 분 동안 이부자리 속에서 보이잖는 형상을 포착해 보려고 지친 신경을 학대는 해보나 도무지 몽롱한 것이 눈앞에 어른거릴 뿐 정체는 보이는 것이 없다.
 
13
세상은 ‘리얼리즘’을 말한다. 그것은 마치 요즘 젊은 사람이 그린 계통의 양복을 입는 것과 같이 문단의 한 유행이 된 감이 있다. 그것을 보고 일부에서는 ‘소설’을 관에다 넣어 발자끄와 합장을 하려고 든다. 발자끄의 새로운 음미나 문학적 유산을 상속받는 것은 좋다. 그러나 현대의 리얼리즘이 결코 발자끄에로의 복귀는 아닐 터이다.
 
14
어떻게 ‘리얼’시켜야 할 것인가?
 
15
이것은 발자끄의 재음미에서 그 일단이 엿보여질는지 모르나 발자끄의 묘사가 그 해답은 아닐 것이다.
 
 
16
나는 나의 저회(低廻)와 미암(迷暗)의 발원을 알고는 있다. 그저 그뿐 그 이상 더 찾을 재주도 없고, 더구나 그것에 일조(一條)의 광명 같은 것을 비춰줄 힘은 더구나 없다.
 
17
그러니까 나는 눈발 머금은 세모의 하늘과 같이 무겁고 우울하다.
 
18
지구덩이를 집어들고 불이 이글이글한 태양에 ‘호딴나게’(砲彈投[포탄투]) 해 버렸으면……
 
 
19
<朝鮮日報[조선일보] 1934. 12. 11>
【원문】 저회미암(低廻迷暗)의 발원(發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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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회미암의 발원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4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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