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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병(無病)하고 건강할 동안은 그런 줄 저런 줄 모르고 지내다가도 일단 내가 병이 난다든지 혹은 가환(家患)이 있다든지 할 때는 번번이 의료관계에 있어서 가외의 신경을 써야 하는 불행을 우리는 종종 겪는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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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박이 조카아이 하나가 바른편 옆구리가 결린다면서 삼사일 학교를 쉬더니, 필경 몸져 드러누워 몹시 앓고 열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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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시 선병질로 허약하던 아이요, 벌써 작년 가을부터 따끔따끔 아프다던 자리라 첩경 늑막염인 듯싶고, 그러니 응당 입원을 시켜야 할 것이지만 형편이 여의치 못해 우선 영(靈)하다는 한방의 하나를 청해다 보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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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늑막염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치열(治熱)을 해야 하겠다는 것이고, 늑막염을 열부터 다스리겠다는 말이 양의(洋醫)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 아무려나 그의 약을 한동안 써보았다. 했더니 삼사일 만에 요행 그 심하던 환부의 동통은 멎었으나 열만은 여전하여 오후 두시로부터 네시 그동안은 39도 2,3분을 매일같이 오르내리고 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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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의 한의의 말에도, 물이 잡힌 것 같으니 병원에 가서 보이고 물을 뽑는 게 좋겠다고 하여 어느 개업의의 왕진을 전화로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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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장사에 누를 끼치겠으므로 누구라고 지명은 하지 않겠으나 전자에도 내 집에서 여러 번 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한 일이 있어 피차간 알기는 아는 터이요, 겸하여 호강을 하자고 의사를 제 집으로 부르는 것은 아닌 줄 저편에서도 잘 알았을 것이고, 따라서 급환이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병자인 것도 짐작은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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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는 오후 네시에 걸었는데 어떤 타인이 받더니“선생께 말씀해서 가시도록 하겠다”는 대답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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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시까지 까맣게 기다리다 못해 또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이번에는 의사 자신이 나와서 방금 환자가 많아 갈 틈이 없고, 가더라도 밤에 늦어서나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에 가마는 대답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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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을 청하는데 의사가 십여 시간 후나 그 이튿날로 미루는 것도 해괴한 소리지만 할 수 없이 기다려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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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거나마 그날 밤에도 이튿날 아침에도 씨는 마침내 오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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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또다시 뇌꼴스럽게 재촉을 하거나 또는 다른 개업의를 청하기도 마음이 상하고 하여 무리한 줄은 알면서도 인력거에 태워가지고 도립의원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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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다를까 오전 열시가 조금 지나선데, 그러니 여느 때면 평열이어야 할 것이 진찰 전에 열을 재본즉 38도 6분이나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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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환부를 진찰하기 전에 의사는 열이 오른 것을 가지고, 나더러 거진 책망 비슷하게, 이런 환자를 무리를 해서 데리고 오다니 될 말이냐고 하는데는 나는 눈물이 날 만큼 그의 의사적인 양심이 고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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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가 개업의로서 그러한 말을 했다면, 당장도 개업의에게 그렇듯 반감을 품은만큼 결코 솔직하게 그의 양심을 고마와하지 못하고, 영업적으로 왕진이 더 이익이니까 하는 수작이거니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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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립의원을 나오면서 나는 생각했다. 국가는 인품을 보아서 의사면허를 내줄 일, 그리고 의료기관은 개인의 영리적인 수단에 맡기지 말고서 국영으로 한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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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新報[매일신보] 1939.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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