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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빈을 지나며 주신 엽서는 반가히 받았읍니다. 형의 소식을 알지 못하여 늘 궁금하던 중에 사뭇 엽서에나마 편안하시다는 소식을 들으니 형의 얼굴을 뵈온듯 기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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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방황 중에 있소. 언제나 내가 찾을 곳을 찾을는지요. 이렇게 부평같이 떠도는 신세라 편지도 그 동안 못 올렸읍니다. 지금은 이것저것 공중누각을 모두 헐어버리고 사뭇 돈벌기에 눈이 빨갛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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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엽서의 문구를 보고는 형의 심경을 대개 짐작 하겠나이다. 그간 형은 형의 이상을 위하여 바이칼 호반도 지나고 흑룡강가에서 명상도 하며, 때로는 시베리아 원시림에서 눈물도 흘리시던 형이 아닙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 정열은 어디로 모두 보내버리시고 돈벌이에 노력하신다니, 아우는 곧 형의 심경(心境)을 짐작하기에 그리 힘들지 않나이다.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세월이 가니 사람인들 어찌 변하지 아니하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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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여, 돈이라도 버신다면 좀 흠뻑 버십시요. 그래서 문화사업이라도 크게 손을 뻗쳐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이란 한동안 방황하고 헤메게되면 그 뒤에는 안착과 안일(安逸)을 바라게 됩니다. 형도 속히 돈을 모아서 중앙에 진출하여 좀 안정된 사업을 하시기 바랍니다. 교육으로, 출판으로, 사회사업으로 조선에는 아직도 손을 댈 곳이 한없이 많습니다. 한강의 푸른 물결과 삼각산의 높은 봉우리는 형이 오기를 기다린지가 오래 됩니다. 어찌 삼각산과 한강 뿐이겠읍니까? 수많은 미지의 벗이 형의 우렁찬 출발을 기다린 지가 오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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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듯이 무엇이나 죽기전엔 한가지 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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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형의 말씀을 다시금 기억 합니다. 형의 건투를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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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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