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화폭 속에 그득 차게 커다란 불붙는 수레바퀴 나타난다. 불꽃은 잠시 맹렬히 타오르다가 차차 스러져 버리고 나중에 불바퀴는 무수히 연결된 주먹의 바퀴로 변한다. 빙빙 돌아가는 주먹의 바퀴 복판 멀리 격분에 타오르는 얼굴 하나 나타나더니 급속도로 카메라 앞으로 내달아와 바퀴 안에 가득히 찬다. 눈 부릅뜨고 입 무섭게 부르짖는다.
6
얼굴 돌연히 광적으로 커다랗게 웃는다. 웃다가 또다시 격분에 타오르는 얼굴로 변한다. 부릅뜬 눈, 부르짖는 입(용암(溶暗))
9
높은 철창에서 한 줄기 빛이 가늘게 흘러 들어올 뿐. 어두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사나이 간수에게 불리워 벌떡 일어나 문께로 향하여 걸어 나온다.
12
• 철문을 주춤 걸어 나오는 사나이의 다리.(이중(二重))
13
• 빙긋이 열리는 철함의 살창 밖으로 나오는 범.
18
철창에서 신음한지 십년 만에 사바에 나온 철호.
20
말할 수 없이 수척한 얼굴에 눈만 매섭게 빛난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분함인지 말할 수 없이 복잡한 표정.
21
• 옥문 앞에 철호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이더니 생각한다.(이중)
22
• 두 손을 높이 들고 “××××!”를 고창하던 열중된 군중으로 발끈 뒤집히던 네거리.
23
• 여러 동지들과 포박을 당하여 옥문으로 끌려 들어가는 철호.
24
• 간수 감방의 문을 열더니 철호를 안으로 밀어트리고 문을 닫는다.
25
• 두 손으로 철창의 창살을 잡고 내다보는 철호.
27
저절로 장장이 떨어져 나가는 캘린더.(삼중)
28
• 창살 사이로 보이는 수척한 철호의 얼굴.
29
물을 차버리고 빙글빙글 도는 수차(水車). (이중)
30
돌아가는 수차 차차 사라져 버리고 수척한 철호의 얼굴만 화면에 남는다.
32
• 옥문 앞에서 고개 숙이고 생각하는 철호 고개를 천천히 쳐든다.
35
• 형무소 앞에서 거리를 바라보는 철호.
36
• 내려다보이는 거리.(원경(遠景)) 카메라 서서히 선회.
39
철창을 나오기는 하였으나 이 넓은 장안에 그의 갈 곳은 어디인가. 십년 만에 사바의 흙을 밟는 이 아침 그를 반가이 맞이하는 한 사람의 그림자도 없는 그의 몸을 용납할 곳은 어디인가.
40
그의 가난하던 옛 가정─십년 동안 한 장의 소식도 없었으니 지금에는 어떻게나 되었는지. 세상에 나온 첫걸음으로 철호는 그의 옛집을 찾기로 하였다.
41
• 철호, 형무소 앞을 떠나 거리로 걸어 내려온다.
43
• 걸어가는 그의 상반신.(이동. 이중으로 환상(幻想)에)
54
• 걸어가는 철호의 상반신.(측면 이동)
61
• 빠르게 걸어가는 철호의 다리.(측면 이동)
64
아스팔트 대로 양편에는 가로수 심어 있고 벽돌집이 즐비하여 있다. 철호 거리 복판에 우뚝 서서 의아해하는 모양.
66
엄청난 변화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
67
• 좁은 행길을 싸고 양편으로 초가가 늘어서 있는 작은 거리.(이중)
69
• 마저마저 쓰러져 가는 한 개의 초가.(이중)
72
엄청난 변화를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
73
• 철호, 지나가는 사람보고 집을 물으니 행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가 버린다.
74
• 인력거 병문(屛門)에서 차부에게 집을 묻는 철호.
76
“이 근처에 복규네 라는 작은 초가집이 있었지요?”
79
“복규네요? 이곳의 초가집이 없어진 것이 벌써 태고적이요.”
81
• 철호 실망하여 병문에서 발을 돌린다.
83
초가는 헐리고 백성은 쫓기고 그의 살던 옛 거리는 벽돌과 아스팔트의 새 거리로 변하였으니 가난하던 그의 집안, 지금은 대체 어디 가 어떻게 하고 있을 것인가. 낯설은 장안 천지에 그의 집 찾을 길 아득하다.
84
• 힘없이 거리를 걸어가는 철호.(후경(後景) 이동)
86
이 화면에 (이중으로) 병석에서 신음하다가 고요히 눈을 감는 어머니의 자태 나타난다. 어머니의 자태 사라지고 (이중으로) 굶주려서 우는 아들의 자태 나타난다. 그것이 사라지자 (또 이중으로) 열차에 깔리는 아내의 자태 나타났다 사라진다. 이 동안에 철호의 얼굴 차차 험악하게 빛 나간다.
87
• 걸어오는 철호의 얼굴. (이동) 의혹과 공포에 그의 두 눈 광적으로 빛난다. 얼굴 불시에 경련적으로 전율한다.
88
• 걸어오는 철호.(전신 이동) 긴장된 자세, 걸음 차차 빨라진다.
89
• 파출소에서 순사에게 물어 보는 철호.
90
• 부청 호적계에서 역원에게 질문하는 철호.
91
• 철호 거리를 걸어가면서 지나가는 여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92
• 거지 아이를 붙들고 물어 보는 철호.
93
• 뒷골목에서 이 집 저 집 문패를 기웃기웃 살펴보며 집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철호.
94
• 거리거리를 부지런히 찾아 돌아다니는 철호의 다리. (이동) 걸음의 속력 차차 줄어진다.(이중)
96
• 공장 굴뚝이 김을 뿜으며 사이렌이 울린다.
98
• 전차 선로를 파던 곡괭이 일시에 쉰다.
99
• 공장 문 앞에 쏟아져 나오는 노동자의 파도.
102
러시아워의 사람의 파도, 만원된 전차, 자동차, 교통순사의 ‘고스톱’의 자세, 철호도 사람 숲에 쓸려 걸어온다.(이중)
104
• 걸어가는 그의 다리와 불켜진 도회와의.(이중 노출)
105
• 개천 다리 난간. 밤.(근사(近寫))
106
철호 난간을 의지하여 힘없이 개천을 바라보고 있다.
109
그리운 처자를 찾아 온종일 거리거리를 헤매었으나 그는 종시 그들을 찾아 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110
• 철호 길게 한숨 쉬고 난간을 떠나 힘없이 걸어간다.
111
• 걸어가는 그의 동작 차차 카메라에서 멀어진다.(교폐(絞閉))
115
식사하는 사람들. 식사를 마친 사람들. 담배 피우는 사람들 등.
116
한편 테이블 옆에 철호 앉아 있다. 식사를 마친 뒤.
118
철호 주머니 속에서 돈을 내서 회계를 하여 테이블 위에 놓고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뿜는다.
120
식사하는 사람들. 이야기하는 사람들. 철호 한편 식탁에서 여전히 담배 피우고 있다.
121
별안간 날카로운 음향을 들은 식당 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행길로 향한 창으로 향한다. 철호도 문득 담배를 입에서 떼고 창밖을 바라본다.
123
무엇인지 둘러싸고 사람들 수물거린다. 오고가던 사람 모여들어 그것을 둘러싼다.
124
• 식당 안 사람들 자리를 일어나서 창께로 달려간다. 철호도 그 속에 섞였다.
125
• 식당 안에서 창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등 사이로 내다보이는 행길 위.
126
여전히 수물거리는 군중. 가운데 든 것이 움직이는 탓으로 그것을 둘러싼 군중도 움직이며 차차 화면에서 사라진다. 창에 기대 선 식당 안 사람들의 지껄이는 뒷모양.
127
• 식당 문이 열리며 노동자 한 사람이 들어 온다. 사람들의 시선 그리로 향한다. 노동자 에————끔찍두 해라 하면서 몸서리친다.
128
• 철호 문득 창께를떠나 식당 문을 나간다. 보이 몇 사람 뒤를 따른다.
130
뺑 둘러선 군중. 그 뒤에서 가운데를 엿보려고 애쓰는 철호와 보이들.
132
• 군중으로 둘러싸인 반원형의 지대. 한복판에 험상궂은 사나이 한 사람 서서 욕설을 하면서 땅에 쓰러진 아이를 난타한다. 아이, 피를 흘린다.
133
군중의 한 귀퉁이를 뚫고 철호 들어선다. 놀라는 표정.
134
• 놀람의 표정이 차차 의분의 표정으로 변하는 철호의 얼굴.(대사)
135
• 이 광경을 노리고 섰는 철호.(전신(全身))
136
• (카메라 급속히 후퇴) 반원형 지대 안의 광경.
137
• 노리고 섰는 철호. (상반신) 두 주먹을 지긋이 쥐며 철호 천천히 걸어온다. (카메라는 서서히 후진)
138
• 아이를 때리려고 사나이의 주먹이 높이 들렸다. 손 하나 나타나 사나이의 팔을 붙든다.
139
• 팔을 붙들리어 옆을 돌아다보는 사나이의 얼굴.
140
• 철호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 사나이의 얼굴과 바싹 대면한다.
144
“이 무지한 친구야, 무엇 때문엔지는 모르나 어린 아이를 이렇게 참혹하게 때리는 법이 어디 있나.”
145
• 사나이 눈을 흘끗, 고개를 돌리고 주먹을 뿌리쳐 빼더니 또다시 아이를 때린다.
146
• 철호, 사나이의 어깨를 억세게 붙들어 올린다. 사나이와 철호 마주 대한다.
151
“그래도 나의 하는 소리가 안 들리나. 이 피를 봐라!”
154
“아따 댁이 무슨 참견이요. 도적놈을 그대로 두어야 옳단 말요. 그런 놈은 당초에 버릇을 떼놓아야 하지, 어린 놈이 아주 망종이란 말야.”
155
• 입을 빈중빈중 하며 말을 마치는 사나이의 얼굴.
159
• 사나이 아이 쪽을 흘끗 내려다보더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160
• (교개(絞開)) 과자전 앞 유리통 안에 갖가지의 빵이 그득그득 무저 있다.
161
아이 나타나 전 안을 흘끗흘끗 엿보며 전 앞을 어른거리다가 별안간 날쌔게 전 옆 골목에 들어가 숨는다. 두 손에 그득히 사든 여자 한 사람 전에서 나와서 사라지니 아이 다시 골목에서 나와서 살금살금 전 앞에 이르러 조심스럽게 주위를 휘둘러 본다.
162
• 전 안에서 이것을 노리고 있는 사나이.
164
아이 마침내 유리 뚜껑을 열고 황급하게 빵 몇 쪽을 훔쳐낸다. 별안간 아이의 등살을 꽉 잡는 손이 있다.
166
• 아이 힘을 다하여 손을 뿌리치고 빵을 던진 채 그 자리를 도망한다. 사나이 뒤를 쫓는다.
167
• 좁은 거리를 달아나는 아이, 뒤를 쫓는 사나이.
168
• 아이, 거리의 모퉁이를 돌아온다. 뒤미처 사나이 입으로 외치면서 돌아온다.
169
지나가던 사람들 서서 그것을 바라본다.
170
• 한사하고 달아나는 아이의 다리.(이동)
171
이 화면 한편에 쫓아오는 사나이의 다리 나타난다.
172
• 노동 식당 앞까지 오더니 아이 행길 위에 쓰러져 버린다. 사나이 쫓아와 쓰러진 아이를 붙든다. 사람들 우———하고 모여든다.(이중)
173
• 입을 빈중빈중 하며 이야기하는 사나이의 얼굴.
177
• 집마당을 조심스럽게 걸어 나가는 두 개의 그림자.
178
• 대문을 나선 두 모자. 어머니 대문을 살그머니 닫고 아들과 같이 문 앞에서 사라진다.
179
• 밤거리를 부지런히 걸어가는 두 모자의 다리.(이동. 이중)
181
• (원경(遠景)) 철교. 강물. 달. 움직이는 한 조각의 구름. 철교 난간에 모자 의지하였다.
183
어머니 난간을 잡고 올라가 물에 떨어지려고 하는 찰나.
184
• 그의 등을 붙들어 내리는 손 하나 있으니.
186
그의 사나운 권막에 놀라는 모자.(이중)
187
• 집 마루에 걸터앉아 수심에 싸인 어머니와 아들.(교폐)
188
• 이야기를 마치는 아이. 두 줄기의 눈물이 얼굴을 씻어 내린다.(카메라 후퇴)
190
이야기를 마친 아이 눈물을 씻으면서 다시 고개를 숙인다.
191
철호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를 보며 위로하더니 또 묻는다.
203
• 철호 놀라는 표정으로 아이를 새삼스럽게 자세히 바라보더니 아이의 손과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생각한다.
207
• 철호의 아들의 얼굴과 몸동이를 어루만지면서.
210
• 하고 외치며 아들의 두 손을 힘껏 잡는다.
212
• 철호, 복규의 두 손을 잡고 그를 일으키면서,
214
“자, 집이 어딘지 나와 같이 얼른 찾아가 보자.”
218
복규에게 이끌린 철호, 한참 주저하다가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220
철호와 복규의 걸어 들어가는 뒷모양, 두 사람 우뚝 선다. 복규 건넌방 문께를 손가락질하며 철호에게 무어라 속삭이니 철호 건넌방 쪽을 바라본다.(후경)
221
• 꼭 닫힌 건넌방 문.(카메라 급속히 회전하여)
222
• 뜰 위에 벗어놓은 남녀 두 켤레의 신.(카메라 급속히 회전)
223
• 마루에 벗어놓은 남자의 모자.(카메라 급속히 회전)
227
• 모욕과 분노에 빛나는 철호의 비장한 얼굴.
230
철호 방문을 한참 노리더니 문을 열어젖히려고 손을 마저마저 문에 대다가 다시 생각하여 손을 떼고 괴로운 듯이 고개 숙이고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 온다.
234
“내 갔다 내일 또 다시 오마. 어머니에게 아무 소리도 하지 말아라.”
235
• 철호 말을 그치고 돌아서 걸어나가니 복규 그의 뒷모양을 힘없이 바라다 본다.
237
별안간 눈물이 글썽하니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여 버린다.
239
풀없이 걸어나가는 철호의 뒷모양과 고개 숙이는 복규.(용암)
241
이튿날 아침 일찍 철호는 다시 아내의 집을 찾으러 나섰다.
242
• (용명(溶明)) 노동숙박소 문전을 걸어 나오는 철호.
244
철호 문을 흔드니 복규 대문을 열고 나온다. 철호, “어머니 계시냐” 고 물으니 복규 고개를 흔들고 한 조각의 종이쪽지를 주면서,
246
“어머니에게 어저께 이야기를 죄다 하였더니 오시거든 이것을 드리라고 하고 이제 금방 혼자 어디론지 나가셨어요.”
247
• 철호 황급하게 쪽지를 펴본다. 한참 내려보다가,
250
어저께 복규에게서 모든 이야기 자세히 들었습니다. 옥을 나오시자마자 첫귀에 들리는 이와 같은 변동에 퍽 놀라셨겠지요. 가혹한 생활의 채찍은 저를 드디어 이 길로 몰아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옥에 들어가신지 삼년만에 병으로 신음하시던 어머니는 그만 세상을 하직하여 버리셨지요. 그후부터는 지니고 있던 집 한 간조차 마저 뺏겨 버렸습니다. 길고 긴 십년동안 생각해 보세요. 약한 계집의 손 하나로 어떻게 하면 이 거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었겠습니까. 여자로서 밟을 수 있는 최후의 길을 저는 밟고야 말았습니다. 식칼을 물고 넘어지려 한 때도 많았지요. 달 밝은 밤 철교 위를 헤맨 것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철 모르는 복규의 앞길을 생각할 때에 다시 분을 억제하고 이를 갈고 욕과 괴로움을 꿀꺽꿀꺽 참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 , 옥을 나오신 이제, 복규에게 아버지를 찾아드린 이제 저는 아무 미련도 안 남기고 기쁘게 이 세상을 떠나겠습니다. 더럽힌 이몸, 부끄러운 이 얼굴로 어떻게 고결한 화안을 대하겠습니까. 차라리 대면하기 전에 세상에서 사라져 버려야지요. 이 편지를 보실 때에는 벌써 저는 맑은 한강수에 이 몸을 곱게 장사지내 버린 뒤겠지요. 이후라도 부디부디 잘 싸우시고 복규도 똑바로 인도하여 주세요. 물 가운데 외로운 혼이 된 후일지라도 두 부자분의 거룩한 앞길을 한결같이 축복하여 드리겠습니다.
251
• 다 읽고 난 철호, 고개를 드니 놀람과 동요의 무서운 표정. 편지가 손에서 부르르 떨린다.
252
• 복규 “아버지!” 하면서 철호에게 달려드니 철호 편지를 한 손에 구겨들고 복규를 품에 안았다가 다시 내려놓고, "얼른 어머니를 찾아가자" 하며 복규의 손을 끌고 급한 걸음으로 집 앞을 떠난다.
253
• 거리를 급히 걸어가는 철호와 복규의 다리.(이동)
254
• 걸어가는 철호의 상반신.(이동) -
257
• 철교 위를 뛰어가는 부자의 다리.(이동)
258
• 두 사람의 다리, 한 곳에 문득 머무르면서 난간에 오르는 여인의 치맛자
259
락을 붙들어 내린다.(카메라 서서히 위로 회전)
260
• 철호, 여인, 복규, 세 사람의 상반신.
261
철호 난간을 향한 여인의 어깨를 붙들어 올려 보니 자살하려는 아내이다.
262
시선이 서로 마주치자 두 사람 너무나 놀라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서서 있다. 복규,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들면서 운다.
265
• 아내 철호의 얼굴을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철호씨!” 하고 부르짖고 고개를 숙여 버린다. 한참 그러고 서 있다가 다시 철호에게 등을 돌리고 난간께로 가는 것을 철호 황급히 붙드니 아내, "노세요 노세요!"하며 몸을 빼치려고 한다. 철호, 아내의 어깨를 잡아 다시 돌려세우고.
267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한단 말요.”
268
• 하고 말하니 아내 고개를 숙인 채 느껴 운다.
270
• 철호, 느껴 우는 아내의 고개를 쳐들면서,
272
“편지 보고 자세히 알았소. 그러나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지나간 일은 피차에 모두 잊어버립시다.”
273
• 철호 말을 그치니 아내 간신히 고개를 쳐든다.
275
• 아내, 눈물을 씻고 철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278
•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이니 철호 아내의 두 손을 잡으면서 위로한다.
280
“우리 둘 사이에 용서고 말고 할 것이 있겠소. 형편에 그렇게 만들어 놓는 것이 있는 것을 우리들에게야 무슨 죄가 있겠소. 자, 여기서 길게 말할 것 없이 들어가서 새로 살아나갈 도리나 궁리합시다.”
281
• 철호 친절히 말을 마치니, 아내 더욱 느껴 울며 철호에게 몸을 의지한다.
283
복규 한편에 고개 숙이고 서 있다.(이중)
285
가운데 복규를 두고 양편에 철호와 아내.(용암)
287
결국 철호는 한 간 방을 얻어 처자를 거느리고 그는 날마다 철공장에서 노동하면서 새살림을 도모하여 나가게 되었다.
290
• 끊기는 철판에서 불꽃이 날린다.(이중)
292
돌아가는 기계의 틈틈이에 끼어서 노동자들 일하고 있다.
293
(카메라 한편을 향하여 그곳에 접근하니)
297
• 돌아가던 기계들 일제히 꺼진다.(이중)
299
• 공장 문으로 쏟아져 나오는 직공들 속에 철호도 섞였다.(이중)
300
• 철호 집 문을 들어서니 아내와 아들, 반가이 나와 맞이하며 아내 벤또를 받아든다.
302
• 애정에 넘치는 철호의 얼굴.(대사)
303
• 세 사람 손을 마주잡고 한없이 기뻐하는 모양.(교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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