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가 자동차에 실려 유리창으로 내다보던 저 건너 동산도
4
넓다란 푸른 이파리가 물고기처럼 흰 뱃바디를 보이면서,
10
영을 깔고 용마름을 펴는 일꾼이 밀짚모자를 썼지.
13
꽁지가 빨간 잠자리란 놈이 의젓이 날고 있다.
14
밭 머리에 서 있는 싱거운 포풀러 나무가
15
헙수룩한 제 그림자를 동그란히 접어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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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온 촌 아기들을 식당으로 부를 때,
19
물을 차는 제비나 된 듯 내달으며 넘놀아도 보던,
20
잠자리 녀석들도 꼬리를 오그리고 죽지를 끌며,
21
장다리가 세로 가로 쓰러져 있는 밭 가운데로,
23
정말 요새 뙤약볕이란 돌도 녹일가 보다.
26
벌떼가 몇 개 안 남은 무색한 보랏빛 꽃수염을
29
호랑나비는 들어가면 눈이 먼다는 독한 가루를 잔뜩 싣고 아롱거린다.
31
저 잠자리란 녀석은 다시 일지를 않으니,
32
졸고 있나, 그렇지 않으면 인제 벌써 죽었나
34
신발을 벗어 들고 성큼 발소리를 죽여가며,
35
한 걸음 두 걸음 곧 손이 그 곳에 미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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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런 망한 녀석들의 심술궂은 눈 좀 보게.
39
빨간 빛깔이 기름칠한 것처럼 윤택나는 날씬한 체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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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맵기 당추 같은 고추짱아의 마음도 모르고 있을까
42
앵두꽃 진 지가 얼마나 된다고 요만한 뙤약볕에,
43
쨍이야, 벌써 ‘호박’처럼 맑던 네 눈도 어두워졌니
44
녹음의 짙은 물결이 들 가득 밀려오고 밀려간다.
46
아마 연연한 봄의 고운 배는 벌써 엎어졌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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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날개도 두터운 비름 이파리도 다 또 일수 없이 풀이 죽고 말았을까
49
골짜기 속에서 낮잠을 자던 게으른 풀숲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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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꾀꼬리가 한 마리 푸드득 나뭇잎을 걷어차고,
51
고요한 침묵의 망사를 찢고 하늘로 날아갔다.
54
단장을 의지하여 허리를 펴서 뒷산을 보았다.
55
숲 사이에 원추리가 한 떨기 재나 넘은 보름달처럼,
57
꾀꼬리가 남긴 노래 곡조의 여음을 듣고 있지 않은가!
58
나는 무거운 다리를 이끌어 산비탈을 올라가면서,
59
‘꿈꾸지 말고 시대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라’는 식물들의 흔드는 손을 보았다.
61
원추리가 다정스러이 웃는 얼굴을 보았다.
62
나는 잠깐 얼굴을 붉히고 머리를 숙였다가
63
다시 고운 나비와 무성한 식물들의 겨우살이를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다.
64
그 때 나는 아직 살아 있는 행복이 물결처럼 가슴에 복받침을 느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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