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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이젠 천공(天空)에 성좌가 있을 필요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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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임화
1
다시 인젠 天空[천공]에
2
星座[성좌]가 있을 必要[필요]가 없다
 
 
3
바다, 어둔 바다,
4
쭉 건너간 수평선 위,
 
5
다시 인젠
6
별들이 깜박일 필요는 없다.
 
7
파도 위 하늘 아래,
8
일찍이 용사이었던.
 
9
그러니라……
10
── 뱃머리를 돌려라,
11
돛을 꼬부리고.
12
남풍이다.
13
에헷! 그물 줄을 늦추고.
 
14
이마 위에 한 손을 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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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얼굴을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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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은 꽃봉오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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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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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은 결코 속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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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가슴은 바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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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들과 조개의 온갖 비밀을 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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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오리온 먼 대웅(大熊)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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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속삭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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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귀는 빼놓지 않았다.
 
24
우리의 몸은 새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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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래고 자유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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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나 파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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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우리 앞에 맞서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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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파도와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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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가슴 속에 묻어놓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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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굳은 신념 하나뿐이었다.
 
31
그러나 오늘밤 얼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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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주림과 꺼진 눈자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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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보다 오히려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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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있는 조그만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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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닿을 항구의 이름조차 알 수가 없다.
 
36
살림의 물결, 가난의 바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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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玄海) 바다보다도 거세고 매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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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얼굴에 함부로 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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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어둔 골창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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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생애의 폭우가 물어뜯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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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울 수 없는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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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에서 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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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붉은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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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온갖 들과 내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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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되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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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잎, 붉은 꽃과, 누른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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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없는 하늘 밑에 드러누운 대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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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리기 어려운 삼림을 기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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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비싼 생명들은 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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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벌써 한 개 숙명인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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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메마른 피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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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해협의 밤바람이 부딪친다.
53
앞에도 뒤에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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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낙네, 아이, 어른, 한 줌의 얼굴들
 
55
── 눈들은 제각각 알지 못할 운명에 촛불처럼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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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런 똑같은 얼굴들이,
57
아아! 그대들은 다 형제인가……
58
통 통 통 통
59
국법을 어기는 명백한 음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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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 어둔 바다 하늘 위에 떨린다.
 
61
── 아아 북구주 해안엔
62
대체 무엇이 기다린단 말인가!
 
63
쳇 쓸데없는 별들이다.
 
64
인젠 곱다란 연락선 갑판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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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손들 머리 위나 빛나거라.
 
66
── 너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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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랑과 축복의 꽃다발이리라.
 
68
몇 번 너희들은 이러한 밤,
69
정말 몇 번
70
눈 밝은 경비선을 안내했는가
 
71
듣거라, 하늘아!
72
다시 인젠
73
바다 위에 성좌가 있을 필요는 없다.
【원문】다시 이젠 천공(天空)에 성좌가 있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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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0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