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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偉大)한 낭만적(浪漫的) 정신(精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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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1.1~
임화
1
偉大[위대]한 浪漫的[낭만적] 精神[정신]
 
2
── 이로써 自己[자기]를 貫徹[관철]하라!
 
 
3
나는 문학상에 있어 다음과 같은 조건하에 낭만주의적인 것에 대하여 완전히 찬의를 표하는 자다.
 
4
문학은 단지 어떠한 상태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의욕하는 곳에서 시작되는 때문에…….
 
5
그러므로 나는 여사한 의미에 있어 ‘시는 자연의 모방이다’ 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에 반대한다.
 
6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고 합리적이며 합리적인 것은 모두가 존재한다’는 헤겔의 변증법적 합리주의를 역사적으로 수용한다.
 
7
작가는 문학에 있어 의욕하는 데 물론 자유다. 여기는 문학이 자유스러운 창조 행위가 되는 근거가 있다.
 
8
그러나 이 자유는 존재자가 합리적인 것은 그것이 생탄(生誕)에 있어 합리적이었던 것에 기인하여 그것이 자기의 대립자에 의하여 부정되는 곳에서도 합리적이라는 역사적 합리성에서 파악되어야 할 것이다.
 
9
다시 말하면 태어난 마당에 있어 합리적인 것은 사멸하는 마당에서도 합리적인 역사 과정, 즉 가능성으로서 예상된 것이 존재자로서 형성되므로 역사 과정은 변증법적으로 갱신된다.
 
10
문학이 일반으로 존재의 자연(自然)한 상태의 긍정자 ── 모방 ── 로 끝나는 것은 우열(愚劣)한 것이다.
 
11
그리하여 문학은 인간 생활에 참여하고 그것과 더불어 생활하는 대신 항상 생활의 뒤에서 과거를 기록하는 무의미한 연대기에 그칠 것이다.
 
12
그러므로 나는 인간 생활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생활이 의욕하는 바를 의욕하는 창조의 문학의 찬동자다.
 
13
문학이 비로소 예술의 이름에 해당하는 것은 바로 이 창조의 정신에 의하여 가능하다.
 
14
그러므로 문학상의 한 방향으로서의 낭만주의는 꿈꾸는 것을 알고 또 그 몽상의 현실을 가지고 구조한 문학 위에 씌워지는 성격적 칭호다.
 
15
그러나 나는 낭만 정신을 모든 꿈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대신 창조하는 몽상이라고 생각한다.
 
16
왜 그러냐 하면 창조한다는 것은 회상하는 것도 아니고, 긍정하는 것도 아니며, 정(正)히 꿈꾸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17
이러한 꿈은 때로 문학이 생활의 현실로부터 뒤떨어졌을 때 생활의 수준으로 등척(登陟)하려고 꿈꾼 것이다.
 
18
‘나폴레옹이 칼을 가지고 성취한 일을 나는 펜을 가지고 정복하리라’ , 발자크는 이러한 꿈을 그의 대작《인생 희극》가운데서 문학화하였다.
 
19
이것은 꿈으로써 산(生) 성공한 예다. 그러나 우리의 저명한 작가, 춘원은 생활과 문학이 오래 전에 지나온 세계를 꿈꾸는 것으로 그의 소설《단종애사》를 어떻게 만들었는가는 쉽게 알 일이다.
 
20
꿈은 어떤 때에 있어서는 문학을 예술적으로 비대케 하고 어떠한 경우에는 예술적으로 수척케 하였다.
 
21
이곳에서 판별되는 것은 꿈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결론이 아니라, 발자크가 꿈꾼(미래를 향하여 대신) 춘원은 회상(과거로!)한 것이다.
 
22
진실한 꿈은 미래에의 지향·창조만을 체현(體現)한다.
 
23
그러므로 회상에는 비애와 감상이 따르고 몽상에는 즐거움과 용기가 상반한다. 그러나 꿈과 현실은 모순하는 것이다. 몽상하는 표상(表象)이란 현실과 일치하지 않으므로 그것은 꿈이다. 그러면 문학은 몽상과 현실 가운데의 모순과 부조화로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 것일까?
 
24
이곳에 문학의 존재 이유 즉 창조의 체현자로서의 문학이 성립하는 것이다.
 
25
물론 이것은 세계 문학 사상의 대가군(大家群)에게만 비할 수 있는 가치있는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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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냐 하면 문학은 현실과 이상 ── 꿈이 모순하고 조화하지 않는 가운데서 그것을 통일 조화시키려는 열렬한 행위적 의욕의 표현인 때문에 …….
 
27
이상에의 적합을 향하여 현실을 개조하는 행위, 즉 이미 존재한 것을 가지고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존재할 수 있고, 또 반드시 존재할 세계를 창조하는 그것이 문학의 기본적 성질이다.
 
28
그러므로 문학은 꿈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29
이러한 꿈은 필연적으로 사물이 자연적인 성질을 부정한다. 자연적인 진행의 속도를 인위적 행위로 보다 빨리 이상에로 접근시키므로 그것이 원칙적으로 존재의 자연성의 상위에 있다.
 
30
물론 꿈은 회상의 대립자이나 동시에 환상으로부터도 구별되어야 한다. 환상은 허무맹랑한 다시 말하면 존재할 수도 없고, 또 반드시 존재하지도 못할 것을 그리는(劃[획]) 데 지나지 않는다.
 
31
꿈의 반자연성은 결코 비자연성이 아니다. 가능한 당위를 자연적 진행으로가 아니라 인위적 행위에 의하여 실현시키는 그것이다.
 
32
그러므로 꿈은 진지한 대신 환상은 불성실하고 전자가 행위인 대신 후자는 단순한 추상 ── 무행위적이다.
 
33
환상은 원래의 성질상,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꿈꾸는 곳에서 회상과 무차별의 것이다.
 
34
인간은 태초로부터 이러한 꿈을 가진 것으로써 비로소 인간이(동물이 아닌!) 된 것이다.
 
 
35
만일 인간이 꿈꿀 자격을 상실하여 때로 미래로 뛰어본다든지 겨우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창조의 전모를 상상으로써 꿈꿀 수가 없다면 그의 모든 정력을 소모해버릴 광대한 계획을 세우고, 까맣게 먼 곳에 있는 그 종국으로 향하여 그것을 어떻게 인도할 수가 있겠는가? 꿈꾸자! 그러나 우리들의 꿈에 있어서는 현실의 생활을 주의 깊게 음미하여 우리들의 꿈과 우리들의 관찰을 조응(照應)시켜 우리들의 몽상을 실현할 것을 진실하게 믿는다는 조건하에…….
 
 
36
즉 행동과 함께 있는 꿈, 이것만이 창조의 꿈으로서 이러한 꿈으로 현세기를 대표하는 저작은《자본론》일 것이다.
 
37
이러한 과학상 저작에 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문학적 몽상의 기념비는 아직 건설되지 않았다.
 
38
《자본론》의 저자가 과학과 행동을 보고 성취한 사업을 나는 펜을 가지고 정복하리라고 하는 제2의 발자크는 과연 누구일까?
 
39
나는 이러한 몽상의 낭만주의에 전력을 가지고 찬동한다.
 
40
우리 조선의 문학이 무엇으로 특징화되었느냐 하면 나는 즉석에서‘꿈의 결핍’에 있다고 대답코자 한다.
 
41
일련의 전통주의적 대가들은 이미 회상한 지 오래였고 중견 작가들은 단지 환상하거나 단지 모방하고, 경향 작가군(傾向作家群)은 몽상에서 모방으로 후퇴하고 있다.
 
42
이들 아무에게도 몽상의 ‘로망’ 은 가치 적은 것이고 그 색채는 희박해지고 있다.
 
43
정채육리(精彩陸離)한 낭만이 진실에 의하여 풍부화되어 있는 대신, 회상은 경향적인 허위로 충만되고, 환상은 공허로 포만되어 있으며 모방에는 죽은 자연이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문학 가운데 표시되는 가장 큰 결과는 인간의 불임병이다.
 
44
작가는 대개 그 창조하는 인물에 의하여 영향력을 부식(扶植)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와 문학의 생명력이기도 한다.
 
45
그러나 독자에게 기억되고, 또한 그 인물에 의하여 무엇이고 배울 가치가 있는 인간적 형상이란 명확하게 비자연적이고, 비일상성적이다.
 
46
즉 헉슬리의 말과 같이 ‘위대한 예술 작품 가운데서 인물이나 사물의 제반 시추에이션이 실생활에 있어서보다도 일층 명확히 나타나는 그러한 성격이다.
 
47
어떠한 의미에서 보면 그 인물이란 한 개 비실재적인 가공적 존재다. 그러나 그 인물은 일상 생활에서 견문하는 그러한 인물보다 이상적이어야 한다.
 
48
그것은 분명히 실재한 인간의 모방이 아니다. 한 개의 창조된 개성이다.
 
49
예술적으로 창조된 개성은 그의 전부의 특징을 가지고 모든 인간과 같으면서 동시에 모든 인간과 같지 않다. 즉 아무데서도 찾아볼 수 있는 특정한 개인적 경력을 가진 인간이나 ‘그 가운데는 보통 사람 가운데 있는 사상·욕망·정열·계획이 마치 에센스와 같이 뭉쳐 있는’ 그러한 보편성이 부여된 성격이다.
 
50
성격적 창조의 기초에는 작가의 꿈이 실현되어 있는 것으로 이 문학적 몽상의 지주적인 표현자는 인간적 형상이다.
 
51
그러므로 위대한 꿈에 의하여 관철되고 그것을 체현하고 있는 가치있는 예술 문학의 작품이란 항상 그 작품이 창조한 몇 개의 대표적인 인간적 형상의 이름과 함께 기억되는 것이다.
 
52
‘햄릿’‘동키호테’‘오브로모프’등등으로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콘차로푸는 영원하며 독자들은 그곳에서 세계적인 남자의 형상을 본다면,
 
53
‘카추사’‘칼멘’‘에레나’등으로서 톨스토이·메리메·투르게네프는 불사의 것이며 우리들은 그곳에서 세계적인 여자의 형상을 보는 것이다.
 
54
왜 그러냐 하면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타입이란 항상 어떠한 의미에서이고 모방할 가치가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 때문에…….
 
55
따라서 인간적 형상이란 비일상성적인 전형임을 요하는 것이며 통상의 인간을 전형화하는 데는 실재성 위에 작가의 이상(꿈)이 작용하는 것은 상상키 어렵지 않다.
 
56
인간적 형상의 전형성의 곧 문학의 몽상성의 최중요한 표현으로 진실한 몽상이 문학 가운데 결핍될 때 그 문학은 인간적 형상의 창조적 무력(無力)을 폭로한다.
 
57
어떠한 의미에 있어 문학이 독자 가운데 얼마나 애독되고 기억되며 따라서 생명력이 있는 불멸의 것이 되어 있는가를 측량할 지수는, 책의 출판 부수가 아니라 그 문학이 창조한 인간이 얼마나 독자 가운데 전형으로서의 영향을 주고 있는가 함에 의존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58
이것은 곧 문학의 보편적 영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작가가 자기의 문학적 창조에 있어 얼마만큼 독자의 이상을 가지고 몽상하였는가를 짐작케 하는 것이다.
 
59
《장한몽》! 오늘날 우리 작가의 누구를 물론하고 이 속문학(俗文學)보다도 떨어지는 문학의 작가라고 불려짐으로써 만족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60
그러나 한번 ‘이수일’ 과 ‘심순애’ 보다 훌륭한 전형적 인물을 창조한 사람이 누구냐고 불러볼 때 ‘나다!’ 고 직답할 사람이 누구일지 나는 심히 의심스럽다.
 
61
그러나 만일 문학계에 예술적인 자존심과 용기를 가지고 ‘내로다!’ 하고 손을 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독자가 손을 저으며 웃을 것이다.
 
62
‘문학자란 실로 무분별하고 우둔하다!’ 고. 사실 우리 조선의 독자들은 유감된 일이나 ‘수일이’ ‘순애’ 그리고 좀 옛날로는 ‘춘향이’ 만치도 친접(親接)할 수 있는 인물을 우리 조선의 예술 문학 위에서 발견하기는 곤란하였다.
 
63
‘영채’ ‘형식이’ ‘선형이’ 등 몇 개의 인물로 겨우 춘원의《무정》이 기억되고 있을 뿐이고 우수한 자연주의 작가 염상섭·김동인 등의 가작(佳作)들도 고본상에서 때때로 찾아오는 문학 애호가 혹은 비평가들의 손으로 먼지를 털릴 뿐이다.
 
64
신문학 발생 이후 이렇게 많이 씌어진 소설 시편의 대부분은 독자의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고 벌써 옛날에 망각되어 지금은 그때 명성이 자자하던 대표작까지 일률로 기억의 권외에 있다.
 
65
대체 이러한 작품들이 아직도 독자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지금까지 또는 미래에까지 생명력을 유지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66
이것은 결코 편견이 아닐까 한다.
 
67
단지《무정》의 인물들이나 수일이, 순애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된 것은 그 인물들이 되나 안 되나 당시 독자들의 일반적 이상의 일부를 남녀 관계, 부자 관계를 통하여 보편적으로 표현하고 있던 단 한 개의 이유 때문이다.
 
68
신문학의 최량(最良)의 보고라고 볼 자연주의적 제 작품이 부당하게도 기억되지 않음은 그것이 자연의 모방의 문학이었던 때문이다. 동인·상섭·빙허 등 작가가 특색 있는 인물을 하나도 창조하지 못함은 교훈적이다. 자연주의의 이상은 실험실적 태도이고 현실의 폭로등으로 결국 소극적으로 현실과 관계한 것이다.
 
69
그러므로 그들의 인간의 형상에 대한 태도는 창조적이 아니라 단순히 ‘성격의 묘사’ 라는 한 점에 머물러 한 개 세태 묘사의 문학임을 면치 못하였다.
 
70
그러므로 자연주의 작가의 많은 문학적 공적에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은 독자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기억되지 못한 것이다.
 
71
일반으로 현재의 조선 문학의 수준이란 자연주의 문학의 인간관인 성격 묘사를 거의 돌파치 못하고 있다고 보아 과언이 아닐까 한다.
 
72
낡은 문학이 성격의 창조를 과장성·환상성으로 무력하게 만들고 있을 때 그것을 자연적 방법으로 구출한 성격 묘사의 방법을 그 뒤의 조선 문학(경향 문학을 제(除)한)은 고맙게 받아가지고 안일하고 있다.
 
73
이곳에서 다른 이유가 조응(照應)하는 것으로 그 이유는 곧 조선문학이 가지는 낭만성에 있다.
 
74
회상의 문학인 전통주의 문학은 매력 없는 진부한 허구에 찬 인물밖에 만들지 못하고 야담과 경계를 나누기 어렵다.
 
75
문제되는 것은 예술적이려는 모든 종류의 문학인데, 이곳에서 작가들은 대개 환상(幻想)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모방하는 경지를 더 나가지 못하고 있다.
 
76
모방적이고 환상적인 문학이란 근본적으로 낭만적인 문학과 구별되는 것으로 결정적으로 전형적인 인간을 창조할 자질이 없다.
 
77
지상주의적(至上主義的)인 시가(詩歌)·소설의 주인공들은 독자에게 완전히 무흥미적으로 우리들이 그래도 기대를 두는 주인공들도 우리들의 모방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인물로부터는 훨씬 멀다.
 
78
이러한 것들이 이 시대 혹은 당년(當年)이 물러감과 함께 독자의 기억으로 부터 소실됨을 누구나 의심하리라. 프롤레타리아 문학이 이 영역에 있어 공헌한 것은 분명히 크다. 그러나 이 문학의 여태까지의 주요 결함이었던 도식적 낭만주의 ── 그것은 도식적 리얼리즘의 다른 반면이다!── 에 의한 인간적 형상의 구체성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소기의 성과를 곤란케 하였다.
 
79
때로 가장 투철한 천품의 소유자는 소설《고향》가운데서 행동하는 ‘김희준(金熙俊)’ ‘안승학(安承學)’ 등, 조선 문학 사상 최대의 성격 창조의 길을 열고 있기도 하다.
 
80
그러나《고향》가운데서나 가장 주요한 인물이고 또 가장 완성에 가까운 성격인 안승학에서 우리가 느끼는 바와 같이 그 묘사는 완전하고 박진력 있고 자연스러우면서 전형으로서의 보편성은 김희준의 경우에서보다도 약한 것이다.
 
81
김희준을 생생한 생활적 인간적 모순을 통하여 보편화하고 있는 대신 안승학에 있어서는 전형성으로서의 예술적 보편화는 위험한 도식성으로 영향받고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된다.
 
82
뿐만 아니라 엄흥섭을 위시로 한 많은 신인들은 이미 획득한《고향》의 수준으로부터 명확히 자연주의의 고지(故地)로 후퇴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가 없다.
 
83
문학의 본래의 이상, 즉 현대 문학이 그 로망으로만 자기의 예술 가운데 영원화될 생명력을 주입하는 꿈으로부터 안가(安價)의 모방자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84
이러한 제 작가와 문학이 가진 바 인간적 불임성은 그것이 곧 예술적 불임성임을 기억해야 한다.
 
85
나는 영원히 생명력을 가지고 독자에게 영향을 주고, 독자로부터 기억되고 애호될 조선 문학을 위하여 생생한 낭만주의를 가져 자기를 반성할 것을 성실한 작가들에게 제안한다.
 
86
이러한 몽상의 낭만주의는 결코 작품에 있어서의 사실성을 제외하는 것은 아니다.
 
87
견고한 현실적 구조 위에는 낭만주의, 즉 단지 현실을 자연스럽게 모방(묘사)하지 않고 모방을 위대한 몽상에 종속시킴으로 그것에 보편적 성질을 부여하는 그러한 낭만주의다.
 
88
신시대의 낭만주의 문학은 기본적 성격에 있어 창조적으로, 비속한 일상적 공리성과 무의미의 사실주의로부터 자기를 구별한다.
 
89
무의욕적인 사실주의란, 엄밀하게는 자연주의와 동일한 것이며 그것은 문학을 창조로부터 세태의 모방에 그치게 하는 것이다.
 
90
앙드레 지드가 모스크바 작가대회에서 청년들이 작가들을 향하여“우리들의 일을 써주시오! 우리들을 표현해주시오” 하고 요구한 데 대하여 일종의 불안을 느끼었다는 고백은 어떤 의미에서 경험할 바가 있다.
 
 
91
문학은 거울의 임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적어도 거울의 임무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의 현대 문학은 종래의 임무로 만족해온 것 같다. 그리하여 이 방면에 주목할 몇 개의 작품을 우리들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것만에 머물러 있을 것은 아니다. 우리들이 사랑하고 우리들이 희망하는 신인이, 초조와 투쟁과 방황으로부터 초탈할 수 있게 원조해줄 것이 또한 필요하다. 이것은 아마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스스로 자기를 만들고 자기를 성장시킴을 원조할 것이 필요하다.
 
 
92
이것은 모스크바 대회에서 부하린, 고리키 그 외의 사람들이 역설한 바이다.
 
93
‘문학은 모방하던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문학은 형성하고, 제안하고, 창조한다’는 앙드레 지드의 말은 단순한 사실주의를 날카롭게 부정했을 뿐만 아니라 비속한 공리성에도 반대하고 있다.
 
94
사실 목전의 공리성만을 목표로 하는 문학은 그 자체가 사실상에 있어 별개의 의미의 모방의 문학이다.
 
 
95
우리들은 투쟁을 투쟁 자신을 위하여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또 욕망하는 것도 아니다. 투쟁의 성과를 위하여 그것을 사랑하고 그것을 요구하며 우리들은 전투원인 것보다도 개척자다(지드).
 
 
96
우리들의 낭만주의는 그러므로 동시대적 공감에 의하여 성격화된다.
 
97
그러므로 우리들의 문학의 주인공과 그들이 체험한 꿈은 시대에서 뿐만 아니라 미래의 변화한 조건 가운데서도 역시 공감을 환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낭만의 정신을 가지고 우리는 자유로이 과거의 역사적 주제를 현대와 미래로 살리고, 모든 대상을 자유로이 풍자하며 비극을 인내로 고치며, 괴로움을 명랑한 의지로, 영원한 생명력을 주면서 우리들의 꿈을 풍부한 자재성으로 윤색한다.
 
98
나는 낭만적 정신으로 문학을 관철하는 데서 작가들이 그르치기 쉬운 많은 위험에 대하여 눈을 감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희생은 문학을 모방의 복사화로 끝마치는 것보다는 장래할 조선 문학 위에 더 많은 것을 기여하리라고 믿는다.
 
99
물론 우리들의 현재와 환경 조건은 더 한층 이 위험, 즉 부당한 과장과 불분명한 상징에로 우리의 문학을 몰아넣을 조건을 조장한다.
 
100
그러나 낭만적 정신의 현실적 구조를 일층 견고히 축조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 위험을 피하여야 한다.
 
101
뿐만 아니라 이 낭만주의는 가진 바 본래의 성질인 강고한 리얼리즘에 의하여 그것은 스스로 배제될 것이다. 조선 문학은 이러한 낭만주의로 말미암아 의욕하고 행위하는 문학이 되며 그 생명력은 전시대에 뿐 아니라 미래에 까지 공감된다.
 
102
필연적으로 이 문학은 불란서나 영국의 사실주의에서만 아니라 독일 등의 낭만주의 문학으로부터는 최대한의 영양을 성취하는 것으로써 문학적 고전의 일체에 대하여 탐욕적이다.
 
103
그러므로 우리들의 문학이 민족주의 문학과 날카롭게 대립하는 것은 자연한 것이다.
 
104
‘나는 생겨날 적부터 불란서인이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앙드레 샹송과 더불어 우리는 한 살때부터 조선인인 때문에 조선 문학의 창조적 정신을 회상적 감상으로 짓밟는 경향과 적대한다. 뿐만 아니라 문학을 환상의 공어(空語)로 또한 모방의 기록으로 저하시키는 지상주의와 자연주의 ── 객관주의에 반대한다.
 
105
이 낭만주의는 강하게 역사적으로 무비(無比)하게 사회적이며 근본 성격에 있어 리얼리즘으로서 자기를 형성한다.
 
106
구체적인 현실성 위에서 가장 명확한 장래로 향한 이상과 자기를 결합시키면서 창조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농후한 향토성(민족주의적이 아니다!)으로 자기를 조색(調色)한다.
 
107
그러므로 이 낭만주의는 그 기도하는 이상에 있어 역사적인 필연성 위에 놓인 것으로 문학을 순간적 기술과 일상적 공리성의 도식으로부터 분리하여 영속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독자 가운데 살아나게 하는 방향이다.
 
108
따라서 이 낭만주의는 새 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문학의 불멸의 내용이고 그 빛나는 일면이다.
 
109
이것은 아마도 한편으로서는 ‘신 로맨티시즘’ 이라고 불려질 것으로 리얼리즘 가운데 시를 존재케 하는 것이다.
 
110
그러므로 이것은 분명히 당파적이다. 왜 그러냐 하면 현존에 있어 당파적인 문학만이 미래에 있어 비당파적 ── 전인류적 공감 가운데 설 수 있으므로…….
 
111
공간적으로만 아니라 우리의 문학은 시간적으로 보편적이라고 한다.
 
112
적어도 현재의 순간, 조선의 성실한 문학은 이 낭만적 자각 ── 그것은 사회적·역사적 자의와 불가분이다 ── 을 통과하는 것으로서 그것의 진실한 로맨티시즘과 광의의 리얼리즘이 영속적으로 통일된 문학 가운데로 들어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113
이 자각은 적어도, 그 역사적 의미에 있어 결정적 모멘트일 수가 있을 것이다.
【원문】위대(偉大)한 낭만적(浪漫的) 정신(精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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