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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의 시(詩) ◈
《카탈로그》 본문	1937.2 임화

1

지상의 詩[시]

2

태초에 말이 있느니라……

3

인간은 고약한 전통을 가진 동물이다.

4

행위하지 않는 말,

5

말을 말하는 말,

6

이브가 아담에게 따준 무화과의 비밀은,

7

실상 지혜의 온갖 수다 속에 있었다.

8

포만의 이야기로 기아를,

9

천상의 노래로 지옥의 고통을,

10

어리석게도 인간은 곧잘 바꾸었었다,

11

그러나 지상의 빵으로 배부른 사람은

12

과연 하나도 없었던가?

13

신성한 지혜여! 광영이 있으라.

14

온전히 운명이란, 말 이상이다.

15

단지 사람은 말할 수 있는 운명을 가진 것,

16

운명을 이야기할 수 있는 말을 가진 것이,

17

침묵한 행위자인 도야지보다 우월한 점이다.

18

말을 행위로,

19

행위를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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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 번역할 수 있는 기능,

21

그것이 詩[시]의 최고의 원리.

22

지상의 詩[시]는

23

지혜의 허위를 깨뜨릴 뿐 아니라,

24

지혜의 비극을 救(구)한다.

25

분명히 태초의 행위가 있다……

【원문】지상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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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2년 10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