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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두소견(街頭小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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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5.16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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街頭小見[가두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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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길거리나 으슥한 골목은 물론이요, 인목(人目)이 번다한 종로복판이며 본정통(本町通) 같은 데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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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디다 내놓아도 신사임에 틀림없는 청년 혹은 장년이다. 다림질이 단정한 복장이며 잘 손질을 한 구두끝까지라도 어느 한구석 남에게 소위 점잖지 못하는 책(責)을 잡힐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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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의표(儀表)만이 그러할 뿐 아니라 단아한 안면의 표정이랄지 심지어 걸음걸이 한가지에도 현대적 교양을 갖춘 한 사람의 버젓한 문화인임에 아무런 손색이 없음을 스스로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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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응당 사실일 것이며, 그러므로 그에게 한번 시험삼아 동경이라든가 혹은 구미 일류 문화도시의 한 주민의 자격을 주어놓고 본다고 하여도 우선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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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실로 당당한 문화인이요 신사인 그다. 그가 그런데 외국인까지도 섞여서 만인이 오고가고 하는 종로 복판이며 본정통 같은 곳을 거닐면서 남이 보건 아니 보건 상관없이 길바닥에다가 침을 뱉는다. 심하면 캐액 소리를 내어 커다랗게 담(痰)덩이까지도 뱉어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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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주의를 해서 보면 이러한 민망한 신사와 문화인을 얼마든지 목도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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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길바닥에다가 침이나 담을 뱉는 것쯤 구태여 탄하러 들 거리가 못되는 사소한 실수라고 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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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남의 앞에서 크게 가래침을 뱉어 소리를 내는 걸로 소위 양반 행세를 삼던 옛 풍습의 타성으로 인한 조그마한 부주의라고 할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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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지한 촌맹(村氓)이라든지 완고한 노인이라면 몰라도 그는 교양에 있어서와 생활행동에 있어서 제가끔 당당한 한 사람의 문화인이요 신사가 아니더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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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코 그 짓이 추하고 남이 보기에 이맛살이 절로 찌푸려지고 더 나아가서는 서울 하면 서울 전체의 주민의 체면을 더럽히는 망발이요 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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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이 평일에 띄어놓고 그더러 문득“너는 야만인이다 !”고 한번 폭언을 하여 보라. 그는 크게 노해 자기의 문화인으로서의 명예를 위하여 언론(言論)을 하려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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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에게 문화인으로서의 생활행동을 물으면 그는 여러가지로 오착(誤錯) 없는 조목을 열거하되 그중 공중도덕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않고 힘있게 주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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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그는 말로써는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요, 모르지 않으면서 조그마한 삼감을 태만히 하여 그러한 망발을 범하는 것이니, 오히려 더 괘씸하다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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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자스런 구미인에게 공공연하게 혹은 암암리에 미개인이라는 폄을 아직도 듣는 것은 그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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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구는 동양문화의 참된 가치와 그리고 그 동양문화를 우리가 잘 체현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서 그러한 방언(放言)을 하기도 한다. 또 심한 자는 우리가 다만 현대적인 기계문명에 뒤졌음을 이유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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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러한 것은 족히 이유가 되기 어려운, 그러므로 일종의 맹목적인 비난으로 돌려도 좋다. 그렇지만 우리를 가리켜 집단생활에 무책임하다 하여 뒤진 문화사회요 그 주민들이라고 하는 데는 한번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뼈아픈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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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말한 당당한 문화인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신사가 번화한 가로(街路) 바닥의 만인의 앞임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침을 뱉는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집단생활의 필수조목 중의 하나인 공중위생 내지 그 도덕에 무책임한 일례에 지나지 못하고 우리는 많은 경우에 의식코 혹은 무의식코 그를 범하는 일이 비일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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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이 조그마한 주의와 불편을 참음으로써 능히 지켜나갈 수 있는 것임을 생각할 때에 더욱 애석치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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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新報[매일신보] 1939.5.16>
【원문】가두소견(街頭小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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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매일 신보(每日申報) [출처]
 
  193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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