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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낡아서 구리쇠빛으로 변한 양복바지를 푸른빛 나는 오버로 감추고 머리에는 합 같은 검은 토이기 모자를 쓴 호리호리한 사나이는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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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한편에는 어느덧 군중의 파도를 일으켜 그를 복판에 두고 쭉 돌려서 사람의 담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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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윗입술은 쉴새없이 경련적으로 실룩실룩 하면서 마치 참새 무리 속에서 세례나 받은 듯이 놀랄 만큼 힘 좋은 구변으로 지껄인다. 적에게 포위되어 나갈 구멍을 찾지 못하는 짐승같이 좁은 권내(圈內)를 빙빙 돌아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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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시선을 앞으로 바싹 다가선 어린아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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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이 녀석은 좀 나서라. 어린 녀석이 바싹바싹 식전부터 어린애가 날뛰면 아무것도 안되는 법이야. 그래도 그 녀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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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창한 어조는 군중들에게 웃음의 파도를 일으켰다. 그의 얼굴은 더욱더욱 만족에 빛나고 변설은 고무풍선같이 가볍게 그의 입술을 흘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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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단련된 손목을 능청스럽게 움직이자 오른손에 쥐었던 은전이 하나씩 둘씩 가벼운 음향을 남기면서 왼손 속으로 옮겨져 간다. 그는 “어떱시요” 하는 듯한 자기의 기술에 대한 자신과 과긍에 넘치는 눈초리로 군중을 둘러보았다. 주위 사람들의 경탄하는 듯한 침묵이 극도로 긴장한 공기는 그의 용기에다 더욱 더욱 불을 질렀다. 그는 자기의식을 아주 잃어버린 것과 같이 자기의 감격적 몸짓과 기술에 취한 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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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잘한다구 돈은 주지 말아요. 돈! 돈하구는 원수진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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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깨트리고 웃음소리는 또 일어났다. 그러나 그의 태도 속에는 그 어디인지 엄숙한 곳이 있었다. 경박한 듯한 그의 몸짓 손짓에도 말하지 못할만한 진실한 노력과 담뿍한 열정이 품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쉬운 듯한 구변과 웃음은 주위에 대한 무서운 도전도 같았고 항의도 같았다. 말하자면 그의 태도는 항상 장구한 쟁투에 긴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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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러분! 쓰리는 주의하세요. 암만 똑똑한 체하여도 한눈만 팔면 코 떼먹을 세상이니까요. 사람은 똑똑만 해도 이 세상에 살아가기 어려워요. 저 혼자는 똑똑하고, 약고, 꾀 있고, 잘 생기고, 영리한 체하여도 한발만 삥끗하면 일조일석에 어떻게 될는지 모르지요. 아침에는 갑부라고 땅땅거리다가도 한번 사기에 걸리면 저녁에는 거지가 되는 수 없지 않아요. 그러니까 사람에게는 무엇이든지 아는 것밖에 필요한 것은 없지요. 상식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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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손에는 어느덧 흰 표지의 엷은 책 한 권이 쥐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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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대약의 법률대요! 이것 한 권만 가지면 그 아무리 똑똑치 못하고 무식하여도 남의 꾀임에 빠지거나 사기에 걸릴 염려는 조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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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그는 여전히 빙빙 돌아다니면서 표지와 내용을 들춰 보이고 흥분한 어조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군중은 동요하기 시작하더니 한 사람 두사람씩 흩어졌다. 그들은 볼 것은 이미 다 보았다는 듯이, 그러나 그 무엇을 염려하는 듯한 보조로 비실비실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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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사람의 파도로 끓어오르던 십자가 한편은 혼까지 잃은 듯하고 갑자기 쓸쓸한 폐허로 변한 듯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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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젊은 요술사의 흥분한 변설은 여전히 끊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높은 목소리의 여음만은 고요한 아침 가로에 힘있게 반향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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