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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성 각 상점 간판 품평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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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1
김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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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각 상점 간판 품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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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기자 : 김복진 안석주 일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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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품평회. 별다른 뜻이 있는 것 아닙니다. 조선 사람의 상업계에 조금 이라도 참고가 될까 하여 김 안 두 분을 괴로히 하여 간단한 평을 청한 것 입니다. 다행히 상업계 제씨의 이해 있는 애독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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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보. 종로 3정목으로서부터 시작하기로 합시다. 이외에도 물론 간판 달아놓은 상점이 없는 바 아닐 것입니다. 별로 눈에 띄일 만한 것도 없을 것이며 다른 의미로 눈에 거슬려 보이는 것도 없을 것 아니요. 그러니 이 집부터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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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목옥 양품점의 위치는 약간 동남향일 뿐더러 넓은 십자로가 앞으로 비끗하게 있고 상점 건물로는 협착한 편이나 간판의 효과로 인하여 도리어 그 협착한 푼수가 서투르게 눈에 뜨이지 않지요. 이 상점의 위치로 또는 도로의 형세로 어디로 보든지 원거리에서 통행인의 시선에 잘 보이도록 하는 것이 득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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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고층의 건물이라면 하필 간판의 힘을 차용할 까닭도 없을 것이나 이와 같은 상점에서는 간판으로서 주목을 끌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 집 간 판은 원거리에서 특이하게 시선에 들어 옵니다. 그러면 그 원인은 어디 있을까요. 그것은 자체(字體)의 광협(廣狹)으로서 심오하게 보이는 데에 있는 줄 압니다. 좀 어두운 듯한 상점 내부와 간판의 깊이 보이는 것과의 조화의 묘를 얻어 간판 제대로 분리하여 있지 않음에 있는 줄 압니다. 원거리뿐만 아니라 근거리에서도 흥미있는 자체로 하여 상당한 표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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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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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그 다음 혼상구(婚喪具) 영거 축산목공장(靈擊築産木工場)은 어떱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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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 집은 자기네의 특색을 알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간판이라고 의식하고 한 것은 실패하였지만 2조의 상거용 단청한 목편으로 하여 ‘무언의 간판’ 진정 이 설명이 다 되지 않은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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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의 말에 나 역시 동감이오. 그러나 그러한 형식과 그러한 색채는 우리들의 눈에 젖은 지 오래여서 별로이 감촉이 적으나 외국인 관광단의 호기심에 충족할 따름이겠지요. 그러나 상거세가(喪擧貴家)로는 그럴 듯싶은 맛이 없지 않아 있으나 그것은 간판의 효과가 아니라 건물이라든지 거기에 칠한 단청 같은 것이 그러한 느낌을 주는 바 그것을 일종의 간판이라고도 간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마는 그것은 그대로 좀 눌러 봅시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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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동아부인상회의 간판이야말로 아담하지 않습니까. 원래 부인상점이라서 내 눈에 그렇게 보이는지 모르겠으나…. 하하하. 자,어떱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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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그러한 관념으로 평한다면 결점이 잘 안 보이겠지요. (물론 결점만 본다는 것이 평이랄 수 없겠지만) 나는 이렇게 봅니다. 만약 그렇게 큰 간판으로 지붕을 싸서 세워놓지 않았다면 가뜩이나 얕은 건물에 그 안에 실린 상품들이 퍽 빈약하게 보였을 것이지요. 그러나 이 곳 간판 외에 그 상점의 상품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애쓴 듯한 간판이 적은 것 같으며,될 수 있는 대로 조선풍을 이용한 것이 조금 친절해 보이는 것 같구료. 그러나 색채가 너무 복잡하여서 길 가는 사람의 순간적인 시선에 촉감이 달하지 못하고 따라서 괴롭게 하는 느낌이 없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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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우간 그리 잘 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첫째로 부인상점이니까 여자의 화상(畵像)으로 간판 전부를 차지한대야 망발은 아닐지나 제법 커다란 상점으로는 취하지 않을 일이지요. 그리고 나마(羅馬) 고화라든가 반나체 그림이 이 상점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우스운 말이나 역시 지나다니다가도 간혹 나마 고화의 복사하여 놓은 것은 다른 의미로 보기는 합니다. 그리고 가장 간판으로서 서투른 것은 덩치[양(量)]로 좋은 효과를 얻으려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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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화양행 양화부의 간판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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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사실 그렇습니다. 옛날 어떤 집인지는 기억에 남지 않았으나 이와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만 이것은 간판으로 나쁜 편은 결코 아닙니다. 더구나 의외로 제2덕원상점의 황색 간판으로 하여 눈에 더 잘 띠게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차경(借景)이라고 합니다. 간판이라든가 건축에 있어, 차경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릅니다. 앞으로 이 점에 유의를 한다면 가관일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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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관되리라는 것은 조금 과장이겠지요. 내 언젠가 서양 잡지, 광고면에서 그와 비슷한 것을 보았고 그 뒤에 언젠가 본정통에서 본 듯싶습니다. 그러나 모작도(간판 같은 데에는) 좋은 것을 모작함은 추작(醒作)보담은 훨 씬 나을 것 같습니다. 대관절, 우리네 상점 간판으로서는 파천황이 아닐지요. 그것은 양화점이라는 것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까닭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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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아차,잊었군. 너무 지나와서 보지 않고 평할 수는 없지만 임모자점 간판이 어떻습니까. ‘실크햇’ 쓴 서양여자가 ‘만도린’ 뜯는 그 앞에 준수한 서양 미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라든지 그 뒤에 풍경이든지 몹시 정서적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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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 간판이 그 모자 상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지 않아요. 바로 그곳에서 ‘실크햇’ 만 판대도 쑥스러운 감이 없지 않은데…. 그러한 간판으로 고객을 끈대서야 자가 명예에 손상이 아닐런지요. 그리고 광무대 배경과 근사한 풍경 앞에 우리네의 인물과 생활에 격리한 그 풍정으로 된 간판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고객이 우리네 중에 많은 고로) 바로 간판의 의의를 떠나서라도 객을 끌기만 하자면 다른 격렬한 자극성이 있다든가 마술 이상의 유혹이 필요치 않을까요.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상업은 그 대상자에게 아첨을 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자의 생활을 침범하여야 성공합니다. 상업이 남의 큰 국가를 획득하는 데에도 큰 임명(任命)을 가진 것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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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렇지마는 추한 것으로 신기한 것으로 이것으로도 특이한 효과가 없지 않은 것입니다. 정칙(正則)이야 아닐 것이나 조선에 있어서 이런 예가 퍽 많이 있는데야…. 어쨌던 이것은 재미 적게 눈을 끄는 간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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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 동양제약사의 간판은 어떻습니까. 그 조그만 간판에 그래도 약이란 글자 하나만 썼으니 띄기는 얼른 띄지만 미관상으로 좋을까요. 나는 미의식에 결핍한 사람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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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미관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체로 간판 자체가 그리 아름다울 것이 아니요 이런 것이 있는 세상에 그저 그대로 보는 수밖에요. ○○ 그만두고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낫습니다. ‘약’ 이라는 글자에 외곽을 청선(靑線)으로 퍽 많은 효과가 있는 줄 압니다. 이런 것이야말로 간판다운 간판이라고 보지 않을런지요. 질(質)로 있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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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로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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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번에는 책이(冊肄) 간판을 평해 보시지요. 책이 간판이 여러 개가 다…. 비슷비슷하니 한꺼번에 평하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나 역시 감심은 못하겠습니마는 덕홍서림,동양서원,지문서관,영창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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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똑같이 보잘 것 없습니다. 책이 간판이라 그렇겠지만 서적 조합에서 결의하고 세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씨도,신통치 못한데다가 테두리의 빛과 바닥의 빛이라든지 책이 하는 이는 박식일 터인데 어째 그렇게 몰각된 간판인지? 가장 우스운 것은 그 여러 곳 책이의 간판마다 난로 연통을 그 간판 앞을 가리어 숨은 것입니다. 자기네들은 상당한 이유를 붙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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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도 잠깐 말하였지만 차경(借景)이라는 것은 남의 것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빌어쓰는 것입니다. 간판이라는 것은 도시 경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상 두뇌의 맑은 사람은 이 점에 성공하는 것 입니다. 서점 하더라도 반 초서 식(半草書式)으로 거의 무식하게 커다란 것이야만 할 것은 아니지요. 안군의 말에 전부 동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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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청년회관 아래 층 줄행낭 비슷하게 있는 상점들의 것은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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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는 전부 간판의 경사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무엇무엇 할 것 없이 이 점이 가장 큰 결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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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불렁 좌불렁한 간판! 기독교편의 유일한 청년회관의 신성한 외관이 훼상되었다고 느껴지는 것이 좀 애석할 따름이라고 할 수 없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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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크,유창상회(종각 앞에 있는) 집이야말로 익살 맞고 퍽 높군. 삼각형 집이 종로 네거리에 섰다면 조선서는 미국 씽거회사보다도 더 유명해지겠군. 저 간판 좀 보아 지상으로부터 일만장이나 되는 벽에…. 여보시오. 두 분 아직 개점도 아니한 위관(偉觀)을 갖춘 상회이니 너무 깎지는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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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 새로 지은 기형의 집을 깎다니 말씀이 됩니까. 그 집의 간판은 어찌 높은지 삼각산에서 보아야 하겠군. 여보, 기자 선생! 나 목말을 좀 태워 주시요. 이거 내 키도 작고 기자 영감의 키도 짧아서 어디 보입니까. 이거 다리가 떨려서 이 간판은 나는 평하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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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사람의 말을 빈다면 일본 여자의 화장이야말로 얼굴은 관 속에서 바로 뛰쳐 나온 사람 같이 창백하고 목으로 턱 아래는 황갈색이라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상점의 간판도 소비자에게 자기의 상점의 존재를 알 리는 한편에 상점 자체를 장식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이 집에 이 같은 간판이야말로 서양사람 아닌 우리로라도 넉넉히 일본 여자의 화장과 다름이 없는 것을 알 것입니다. 대체로 근대식 건축에 반원의 간판이 어째서 당(當)하느냐는 말이고 예각의 건물에 둥글넓적한 반 초서체가 어째서 격이 맞을 리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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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자,이제는 화평당 약방 차례입니다. 이 간판은 그 몇 해가 되었는지? 조금도 변하는 일이 없으니 그 간판에 맛을 들였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이것은 어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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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 착오의 대예복(大禮服)임은 인물 간판이야말로 웃음거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가장 추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것이니 이야 그림이든 무엇이든 간에 해롭지 않다면 않겠지요. 이것 가지고서도 참말 지금껏 화평하게 하여왔으니 문제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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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인단 (仁丹)’ 상표와 비슷하지 않아요? 간판을 보고 느끼어지는 것은 그만큼만 돈을 모았으면 더 모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보이는데 어찌 생각하면 좋은 생각인지 모르나 조금쯤은 우리 상계 전체의 체면도 생각하는 점이 좀 있었으면 하였습니다. 그러니 외과부터 좀 개량하였으면 어떠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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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식도원(食道園)도 지나가는 길이니 한마디 하여 볼까요. 일등 금패(金稗)의 수령(受領)이라고 떠드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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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간판은 식도원 격에 그저 맞은 것이라고 압니다. 이국 정서를 자아내야 족대(足袋) 친구를 끄을게 되니까 그러나 한걸음 더 나서서 간판뿐만 아니라 현관 장치도 같이 하면 그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요. 언제든지 간판 제 몸 혼자 쓰지 못하는 것이외다. 건물이나 간판이나 서로 좋은 조화가 있어야만 그 때야 비로소 간판에 제가 뜻한 바 위력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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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지금까지에 평한 간판보다 별 취미를 끄는데 그 황금 만능의 상징인 바닥에 도금한 간판, 그 싸리비로 쓴 것 같은 쌀쌀글 보이는 글자 어쨌든 그 영리하게 생각해 내인 그 간판은 족히 써, 남촌 양반들의 환심은 도맡게 된 듯,돈 많이 버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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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큰 광교 모퉁이 옛날 오복상점 터(지(趾)) 여러 번 간판이 변하였는데 지금 복도(福島)상점은 꽤 오래하고도 좀 숙창(築昌)해 가는 모양이니 그 주인이 용돈을 덜 쓰거나 수단이 전사람보다 나은 모양이지. 아차 군소리로군. 저 간판은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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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 예리한 두뇌를 가진 이의 수단으로 된 간판이올시다. 그것은 애초의 복도상점의 간판을 3색선을 건너지른 그 위에 ‘원가제공’ 이라고 쓴 간판을 가리워 버린 것,그 간판 자체의 색조라든지 선이라든지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시세를 따라서는 본래 있어야만 할 것을 가리워 버린 용단! ‘씩슨’ 에 있어서는 어떠한 방법을 해야, 고객을 끄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는 듯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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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백상회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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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보던 중에 가장 나쁜 편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이런 형식의 간판은 두서넛 있는 모양이니 앞으로 통틀어 말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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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 말이 난 김에 해버립시다. 철강사(鐵鋼紗)로 얽어싼 간판,하절에만 소용될 간판이 이 추운 심동에 우루루 떨고 있으니 보는 사람이 더 춥습니다. 사의(紙衣)를 두른 미인의 육색이 더 아름답다는 맛에 그 간판이 필요한지는 모르나 배경인즉 오래 전에 백색 ‘뺑키’ 칠한 양철 조각으로 가리운 먼지가 케케로 앉은. 마치 도깨비 서식터 같은 그 뒷맵시 모두가 으스스 하여서…. 어잇 추어. 이런 망사 간판을 쓰려면 망사 뒤가 깨끗한 데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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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금강상회 간판이나 잠깐 말하여 보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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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집은 여러 번 변한 듯한데 예나 지금이나 똑 같습니다. 대관절 이렇게 큰 집에 그 간판 가지고서 친할 맛이 생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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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쓸데없이 번잡한 것은 그 결과가 추할 밖에 없습니다. 도리어 그렇게 단조로운 것이 나올 것 같지만 시기가 시기라,간판의 효력이 클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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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앗다. 그 간판에 글씨 간격을 교묘하게 떼었군. ‘영창피(永昌皮)’ 하고 그 가운데로 ‘마크’ 를 집어넣고 ‘혁(革)상회’ 라 하였으니 그 가운데 ‘마크’ 를 집어던지고 ‘한’ 자를 집어넣었으면 ‘영창피한 피혁상회’ 가 되겠지. 하하하. 그 간판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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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 (일시에 웃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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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기는 좀 뚝 떨어져 오는 곳이 되어서 퍽 외로워 보이는 약방인데 은송정(銀松亭) 옆에 바싹 대어 섰는 천일약방 황금점 지점 간판은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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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간판이라든지, 그 기둥마다에 건 간판이 누가보든지 건재(乾材)약국으로 보입니다. 종류는 식도원 간판과 비슷하나 좀 고품적(高品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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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된 것입니다. 목각 주련도 간판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딱한 것은 조금 전에 장영약상점으로부터 식산공사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 것을 달아 놓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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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광화문 턱으로부터 종로로 걸어 나갑시다. 웬일인지 그리 눈에 번쩍 띄이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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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 글쎄 그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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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영성양화점이 먼저 눈에 듭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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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입니다. 그림에 이상한 맛이 있어 천하지도 않고 그럴 듯하게 보이니 성공이겠지요.
 
55
   동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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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기는 덕원상점인데 지점이 두서넛 되고 동아부인상회까지 경영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 집 간판은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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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요. 생각하던 것과는 딴판이올시다. 본점이나 지점이 보잘 것 없습니다. 내용 충실을 목적하는지는 모르나…. 그런 상점에서 자체를 위하든지 시가미(市街美)를 도웁기 위하여서 간판을 없애든지 거기에 주력하든지 해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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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
 
59
기자  그러면 그 집과 나란히 붙은 한영공사의 간판은 어떠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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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그만그만 합니다마는 이 집 것이 덕원상점 것보다는 낫습니다. 하나 글자의 두께를 보이려고 따로이 선을 긋는데 이것을 위로 바꾸었으면 어떨까 합니다. 간판 양편에 세공한 기둥도 간판이 높이 달린 만치 그리 신기하지 못한 것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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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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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여기오니까 생각이 나는구먼…. 화신상회는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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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이곳은 종로 네거리에서도 누구나 얼른 눈에 띄는 터전에 처한 그만큼 더구나 조선,시가지의 중앙인 그만큼 여러 가지 점으로 생각을 많이 가져야 할 줄 압니다. 그러나 아주 추물은 아닌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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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색조 바탕 큼직하니 그럴 듯합니다. 자신이 있어 보이고 이름 널리 난 상점의 간판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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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종로경찰서 옆 김흥호 판매점하고 재판소 모퉁이 대륙고무경성총판매점하고 그 위라든가 인연이 이상하게 되었으니 어찌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66
   글쎄요. 김흥호 판매점은 잡다한 형식으로 특이하나 야만인 장신술과 우열이 없을 것이며 대륙고무경성총판매점 것은 이와 같은 식으로서는 제일 낫다고 압니다. 어째 그런고 하니 철판에나 목편 위에 글자에 글자를 얹어 놓은 것은 글자만이 똑똑히 눈에 뜨이는 동시에 가깝게 보임이 이 형식의 장점일 것이외다. 이것에는 필요한 요건이 있으니 별것이 아니라 배경이 좋고 그름에 있는 것이외다. 숫제 배경이 잘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이 집이 가장 낫다는 것입니다.
 
67
   동감-.
 
68
기자  한창상회,이완식상점,종성상회는 대개 비슷한 간판인데 평하실까요.
 
69
   추루(醜陋)한 그림으로 제작한 간판보담은 평범합니다. 평범한 그만큼 평할 양단간의 특징이 없습니다.
 
70
   포목점 저희끼리 모물점(毛物店)은 제대로 고무신 장사도 공론들 하고 서점도 이와 마찬가지로 간판들을 하여 놓으니 아마도 무슨 규약이 있음이 아닐까요. 특종의 현상이올시다.
 
71
기자  자작제화소(自作製靴所)라니 어느 것은 타작이 있습니까.
 
72
   이름이야 어쨌든 간에 전체로 잘 된 것이외다.
 
73
   단아하고 도안적인 그 간판은 그곳에서는 정제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여자화 전문인 그만큼 그 간판도 산뜻하다고 할지 그러나 측면 간판은 거기에 비류(比類) 못 되는군.
 
74
기자  그 다음으로는 조선 부인기예사! 그 간판이야말로 양전한 시악시 같지 않아요?
 
75
   간판은 꼭 그림이 아니면 안된다는 정칙이 어데 있겠습니까마는 그림이 서양풍이어서 그렇지 기예사라는 것은 표명된 것 같고 글씨도 그 그림과 조(調)가 됩니다. 단색으로 그 만큼 눈에 띄는 듯하는 것으로는 몇째 안 갈 것 같습니다. 그러나 좀 허술해진 느낌이 없을지.
 
76
   썩 묘합니다. 상점 전부로 통일이 잘 되었습니다. 안군 말과 같이 단색으로 그만큼 쾌력이 있는 것은 드문 것이외다.
 
77
기자  경일양화점도 보고 가지요.
 
78
   양화점으로 필요한 그림만 그려놓은 것이 이 상점으로서 온당한 일이 겠지요. 그러나 모퉁이에 붙인 것은 보기 싫기 한이 없습니다. 이런 탈선은 하필 이 상점뿐 아니라 이 상점에 있어서는 더욱 눈에 뜨입니다그려.
 
79
   별다른 의견이 없소이다.
 
80
기자  서울에 드문 그림입니다. 사람을 그린 것인지 사람과 근사한 동물을 그린 것인지 차마 사람으로서는 보기 흉한 간판이외다.
 
81
   지금까지 평한 간판은 미추를 불계(不係)하고 평할 가치가 있겠으나 이것같이 간판 격에 떨어지는 것은 희유하구먼요. 그것도 자기 재미지만 간판이란 결국 남에게 보이자는 것인데 좀 개량하였으면 좋을 줄 알며 그러면 물건도 더 팔릴 것 같습니다.
 
82
기자  그 다음 선시백화상점을 봅시다.
 
83
   필요없어 보이는 그림으로 필요있이 만드는 것도 좋겠지요. 정말 곡선적으로 휘휘돌아서 드난 것도 상점 간판으로서 한 수단입니다. 이 뜻으로 과히 나쁜 것이라고 보고 싶지 않습니다.
 
84
   길가는 사람의 피로와 곤태(困態)를 위무하는 편으로 그런 간판도 간혹 유공(有功)한 때도 있겠으나 그것을 보고서 상품을 사려는 마음의 충동을 줄까? 그러나 추하다고 말하지 못한다 하면 가품(佳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정도 이내에서 나무랠 수 없지요.
 
85
기자  박덕유양화점은 자기의 말을 들으면 양화계의 원조라는데 그 집 간판은 어떻다고 하실까요.
 
86
   그렇다 하면 그만한 년도로서 또는 원조인 그만큼 그렇게 큰 그림 간판이 없어도 좋겠지요. 중간 간판에 비하여서는 옥상 간판이 추합니다. 글씨나 테두리 빛이나 도리어 건물의 외모를 저상(振傷)하는 편입니다. 가품은 못 되나 중간 간판으로도 족하지 않습니까.
 
87
   나는 보아도 모르겠다고나 할까요.
 
88
기자  금희악기상점은
 
89
   아까도 말하였지만 장식의 의미로도 간판을 다는 것이외다. 그러니 이 집에 있어서는 간판 서체를 개화시켜야지요. 집과 같이.
 
90
   동감
 
91
기자  조일양화점은 바로 일본풍이 뚝뚝 듭니다그려.
 
92
   그야 이름부터 그런 맛이 있으니….
 
93
   양화점 간판 쳐놓고 하나 보잘 것 없었습니다. 그래도 이것이 간결한 편이라면 편이겠지….
 
94
기자  그럼 상태양복점을 또 하나 봅시다그려.
 
95
   밤낮 보아야 제 타령이지 별수가 있습니까. 서양사람의 다리나 기다란 것을 그리지 않는다면 이집 같은 사람 아닌 것에 보이는 것을 그려놓으니…. 그저 그만둡시다.
 
96
   찬성
 
97
기자  그럼 이것으로 그만 두지요마는 보시던 중에 어떤 것이 제일 나며 어떤 것이 가장 보기 싫었습니까.
 
98
   내 생각 같아서는 제일 잘된 편으로 종로에 있는 조선제약사나 전동에 있는 조선부인기예사일 듯하여.
 
99
   나 역 조선부인기예사와 종로통 이화양화점 등이올시다.
 
100
기자  그럼 그 다음으로 가장 눈에 서투른 것은요.
 
101
   하도 많으니 고르기 어려우나 백상회,유창상회,동아제조공사,경일규점 등이라 할까요.
 
102
   무엇을 표준하여 말할 수 없으나 형의 것에 동감하오.
 
 
103
『별건곤』, 1927.1
【원문】경성 각 상점 간판 품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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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김복진(金復鎭) [저자]
 
  별건곤(別乾坤) [출처]
 
  1927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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