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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노자영
1
고독한 산책
 
 
2
시인 말라르메는 휘파람을 불며 밤거리로 산보하는 것은 유일의 낙(樂)으로 알았다고 한다. 나는 용감하게 말라르메 같은 시인에 비할바도 못되지마는, 마음이 울적하고 괴로울때에 홀로 산보하는 것에 적지 않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마음이 괴로울 때에 담배를 피우고, 혹은 술을 먹어서 그 괴로움을 잊지만, 술과 담배란 입에 대지 못하는 나로서는 마음이 고적할 때에, 사뭇 지팡이 하나를 끌고 닷자곳자로 산보를 나가는 것이다.
 
3
나의 산보로(散步路) ── 낡은 성벽을 쫓아서 청태가 끼고 늙은 소나무들이 척척 늘어진 외로운 산길을 걷고 있노라면, 어쩐지 마음이 유쾌하다. 자금색(紫金色) 황혼이 금붕어 꼬리같이 나무 사이에 어른거리고, 잿빛 비들기는 소나무 위에서 울고 있을 때이다. 이때면 나는 인간세상의 모든 구속에서 해방된듯 하다. 내 영혼은 날개를 치며 하나의 고운 비들기로써 수림(樹林) 속에 헤메는 것이다.
 
4
백구야 훨훨 날지마라 너 잡을 내가 아니다.
 
5
성상(聖上)이 버리시니 나 여기 왔노라 ── 이런 속요와 같이 세상을 알지 못하고 세상에서 패한 나는 언제나 이런 고독의 산보를 즐기며 그 백구와 벗하는 것이다.
 
6
그리고 날이 차차 저물고, 포도빛 밤색이 그 연한 날개로써 삼각산의 봉우리를 덮기 시작하면, 온누리는 밤의 향연에 들기 시작하고, 하늘에는 성스러운 별들이 몇 개 그 파란 눈을 반짝이기 시작한다. 이때면 나는 풀 포기에 무릎을 꿇고 두손을 벌려 하늘을 껴안으며
 
7
“아! 하느님!”
 
8
하고 묵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마음이 튼튼치 못하여 세파에 늘 동요되고, 따라서 자주 비관하는 것을 참회하는 것이다.
 
9
“모든 괴로움은 네가 만드는 장난이다.”
 
10
하는 성푸란시스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좀더 강하고, 좀더 씩씩하기를 내 자신에 대하여 경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산길을 유쾌한듯이 다시 걸어오며 휘파람을 부는 것이다.
【원문】고독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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