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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창작 생활은 한 폭의 슬픈 그림이다. 소복한 여인의 심정과도 같이 늘 고독하다. 내 세계는 언제든지 독자의 이해 밖에 있는 것이다. 창작을 한다고 붓을 든 지 금년까지 꼭 35년 발표한 작품수가 50에 가깝건만 그 어느 하나 이해의 대상이 되어 있음을 보지 못했다. 간혹 비평가의 붓끝이 다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했자 그것으로 그들이 완전히 이해를 하였는가 하면 그렇게 볼 수가 없었다. 찬사가 도리어 고소(苦笑)를 불금(不禁)케 하 는 경우가 없지도 않았다. 이럴 때면 작가로서의 자존심이 스스로 높이 앉 아도 보거니와 주위가 다 그렇지 않다니 역시 고독함을 느끼게 됨을 어쩌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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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나를 제일 잘 알고 또 나를 제일 사랑한다. 그러기 때문에 나를 떠나서 내 작품의 생명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비위에 틀린다고 아무리 나를 욕했댔자 내 귀에는 마이동풍 격일 것이요 또 그와 반대로 아무리 내 작품을 칭찬했댔자 작자의 의도를 이해한 위에서가 아니면 역시 고소로서밖에 보상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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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구러 누구보다도 나는 나를 믿는 나라는 작가다. 이 슬픈 존재를 비 소(鼻笑)의 손가락이 내 꼭대기를 향해서 흔들며 가리킬 것이 빤하다. 그러나 나는 눈앞에서 마주 웃어 주는 뭇 웃음보다 이렇게 혼자 즐기는 고독이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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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앞으로도 문단적으로는 늘 슬픈 그림에 불과할 것이요, 그 고독을 나는 또한 생명과 같이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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