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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첨지(郭僉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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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5
권환
1
곽첨지(郭僉知)
 
 
2
서리같이 허 ─ 연 머리털 위에는
3
검불티가 부 ─ 옇게 쌓여 있다
4
주름살이 쭈글쭈글하는 얼굴
5
흙빛같이 누르고 검다
6
그리고 마른나무 껍질같은 두 손
7
무거운 짐을 질 때마다 삼대같이 야윈 다리가
8
중풍 병자같이 벌벌 떤다
 
9
그러나 지금도 그는 뒤뜰 논 일곱 마지기를 위해서
10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11
힘없는 숨을 헐떡여가며
12
지게를 지고 괭이를 메어야 된다
13
일곱 마지기 논 그것은 금쪽같이
14
그의 열 살 먹은 외동아들같이 사랑하고 아낀다
 
15
그가 삼십전후 억센 다리에 피가 펄펄 뛸 때엔
16
늘 천석꾼의 꿈을 꾸었다
17
그 꿈 때문에 모든 것을 참아가며 살아왔다
18
그러나 지금은 그 꿈도 구름같이 사라진지 오래다
19
그 꿈은 구름보다 더 까맣고 헛되었다
 
20
그는 지금 보리를 바지게를 받쳐놓고
21
논 언덕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
22
등바닥 해진 낡은 삼베옷
23
허 ─ 연 머리카락을 가을 바람에 휘휘 날리면서
24
곰방대를 뻐꿈뻐꿈 피우고서
25
일곱 마지기 논을 내려다보고 무엇을 생각는지?!
 
 
26
─《동아일보》(1939. 5. 13)
【원문】곽첨지(郭僉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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