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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선경과 인간 사이에 세월의 장단이 같지 아니하여 선경의 一[일]일이 인간의 수십 년 수백 년씩이 된다 함은 무론이거니와, 그렇지 않고라도 인간에서는 짧은 수명이 선경에서는 길기도 하고 내지 한량이 없는 듯도 하다고 하는 것처럼, 이리 치나 저리 치나 선경의 한 조건이, 아니 그 가장 주요한 조건이 壽[수]의 장구함이라 함은 어떠한 이유로서 생긴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볼 만합니다. 대체 선경이니 페어리랜드니 하는 관념은 어째서 생긴 것이냐 하건대, 혹은 사람이 우연히 산중이나 해상에서 모르던 처소를 본 실제적 사실을 과대하게 傳說[전설]함에 말미암은 것, 곧 경험을 배경으로 한 것도 있을 것이요, 혹은 마음이 약하거나 눈이 어둡거나 또 소견이 부족하여서 헛것을 보거나 착각을 일으키거나 꿈을 생시로 아는 것 같은 病的[병적] 심리의 소산도 있을 것이지요마는, 그런 것은 도리어 혹시 있을 것이요, 주로는 이러한 이야기는 그것을 만들게 하는 어떤 심리적 사실이 겉으로 발표된 것이라고 함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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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심리적 기초 사실은 무엇이냐 하면, 곧 인류가 자기의 생활상에 나오는 불만족과 또 인생이 자연의 법칙에 얽매여 지내기는 하면서도, 한 옆으로 이 법칙을 좀 깨뜨려 보려고 하는 욕망이 객관적 사실에서 붙잡을 수 없는 목적을 주관관념의 세계에 만들어 놓자 하는 것입니다. 선경이라는 것은 우리 불완전한 현실세계에 대한 완전한 이상세계를 가리키는 것이며, 선인의 생활이란 것은 우리들이 혹은 물리법칙, 혹은 사회 약속에 인해서 마음으로 원하면서도 사실로는 얻지 못하는 모든 욕망을 어떠한 방법으로써 완전히 향수하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어떠한 기회에 선경으로 들어가서 잠시라도 자연의 법칙을 떠난 쾌락한 생활을 맛본다 함은, 사람의 이러한 생활에 대한 안타까운 동경심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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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생의 모든 불평 불안 불만족한 사실 중 가장 보편하고 또 근본적인 사실이 무엇이냐 하면, 살같이 달아나는 세월이 우리를 늙혀다가 마침내 죽음의 구덩이로 밀어넣고 마는 嚴峻冷酷[엄준냉혹], 절대 불가피의 현상입니다. 인생의 불만족 심리를 반대적으로 박아 내는 뢴트겐 사진이라 할 선경의 내용이 安過長生[안과장생], 편안히 지내고 오래 삶을 촛점으로 현상되어 나옴은 곧 사람의 생명욕이 무엇보다도 강한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선경에는 식량 걱정이 없고 먹을 것이 다 훌륭하고, 생각만 해도 필요한 음식이 저절로 앞으로 오는 것들도, 要[요]하건대 생명에 대한 위협이 아무것도 없는, 생명이 극도로 보장된 상태를 설명하는 한 보조 조건임에 불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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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선경과 인간과의 사이에 세월이 똑같고 아니 같은 점이 문제의 중심이 아니라, 아무러했든지 선경은 인간에 비하여 잘 살고 오래 살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저 인간의 몇백 년이 선경의 一[일]일 혹 한나절 또 몇 시간밖에 되지 아니한다 함도, 즉 불과 선경에 있는 생명의 충실 만족한 형태를 좀더 뚜렷하게 하려는 표현 기술에 불외하는 것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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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三八年[일구삼팔년] 十一月[십일월] 三○日[삼공일]∼ 十二月[십이월] 十五日[십오일] 每日申報[매일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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