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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와 박 노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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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7.20.
이무영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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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차와 박 노인
 
 
 

1

 
 
3
기차와 관련있는 이야기를 쓰라는 편지를 받고 나니 까마득히 잊고 살아온 박 노인 생각이 머리에 붕 떠오른다. 해방 전 일이니까 벌써 20년 가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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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해서 닿을 수 있는 K역에서도 한 십리 동쪽으로 들어간 ‘궁말’이란 산기슭 두 집 뜸에 살고 있었다. 아내 말을 빌리면 객기였지만 내 딴에는 농민 문학을 하자면 농촌에 들어가서 농민들과 생활을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지금 와서 보니 그것이 ‘객기’요 ‘패기’가 되어버렸지만 그때만 해도 젊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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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몬드의 「농민」과 같은 4부작을 써서 일약 문단을 한번 뒤집어놓을 계획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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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농촌에 들어가 보니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첫째 생계가 서지 않았다. 서울이 가까우니 채소를 해보겠다던 것도 꿈이었고, 자리잡고 독서를 해보겠다던 계획도 허사였다. 만 5년간 봉놋방에서 막걸리 타령을 하다가 해방을 맞은 셈이 되고 말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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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에 몇 푼의 퇴직금은 물론 서울에 있던 일곱 칸 반짜리 집도 날아가 버리고 없어, 5년이 되도록 집 한 채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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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지금도 ‘궁말’에서의 5년간을 허송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이 5년간이 내가 가장 선량한 사람들과 생활한 기간이기 때문인 것이다. 사실 나는 단 한 사람의 지주를 제하고는 거의 양처럼 ─ 아니 흙처럼 순진한 사람들과 사귈 수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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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 노인도 대대 궁말에서 살아오는 선량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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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바다를 모르는 충청도 산골 사람이나 강원도 저 깊숙히 두메로 들어가면 기차를 타보기는커녕 구경도 못한 사람이 많다지만 해방 전만 해도 궁말은 안 그랬었다. 비록 오봉산 기슭에 두 집 뜸, 세 집 뜸, 가물에 콩나듯 자리잡은 동네이기는 했지마는 K역까지 십리라고 하나 실은 8마장 상거밖에 안 돼 있었고, 한 시간이면 서울역에 와서 닿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소위 지나사변이 일어나고 ‘대동아전쟁’이 잇달아 터지자 식량 사정 때문에 서울 사람은 시골로, 시골 사람은 서울로 엇바뀌어 왕래가 잦았던 터라 기차 못 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차를 타보지 못한 사람이란 이이들까지도 거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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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궁말에서 50이 넘도록 기차를 타보지 못한 사람이 바로 박 노인이었다. 타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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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날보구서 기차 못 타본 사람이라구? 그래, 못 타본 것과 안 타는 것과 같단 말인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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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이야기가 나오면 이렇게 기승을 부리는 박 노인이었다.
 
14
“그래, 말 좀 해보게나! 안 타는 것과 못 타본 것과가 어떻게 같으냐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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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둘러치나 메어치나 마찬가지지! 안 타서 못 타봤거나 못 타서 못 타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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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이렇게 세워대면 박 노인의 그다지 상스럽지 않은 윗수염이 성난 짐승의 털처럼 곤두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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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게 같은 말야? 안 탄 것하구 못 탄 것하구가? 그래, 여보게, 창선이. 자넨 학교두 다니구 했으니 알겠네나. 해명을 해주게나. 저런 무식한 사람들이란 배운 사람의 말이라야 믿는 모양일세나!”
 
18
젊은 사람들이 옆에 있을라치면 이렇게 편을 들어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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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젊은 패들도 여럿이 그렇게 우기는 본의를 알기 때문에,
 
20
“거 같은 말이지 뭐여유,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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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되려 이쪽 편을 들면,
 
22
“에이끼! 천치 녀석들! 공부 헛했구나! 헛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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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좋았다. 한번은 창선이가 우겨대다가 담뱃대로 등줄기를 한 대 얻어맞은 후로는 달아날 구멍부터 보아놓고서야 말대꾸를 하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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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야 속들이 있어 하는 소리지만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나는 그 말에 박 노인이 그렇게 노발대발하는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처음 이런 말싸움 장면에 부딪친 것은 궁말로 이사를 한 지 닷새 만이었을 것이다. 남의 동네에 들어왔으니 인사를 차리는 것이 좋다는 구장 말도 일리가 있느니라 싶어 그때만 해도 좀처럼 손쉽지 않은 돼지다리를 한 짝 구해서 왜면을 삶고 막걸리 한턱을 내는 석상에서 덕만이란 젊은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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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 동네에 들어오셨으니까 좋은 일 한 번 하세요. 저 우리 윤수네 아저씨 기차 한 번 태워드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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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김에 이렇게 농담을 시작한 것이 시초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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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저 녀석이 미쳤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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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속인지 몰라서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으려니까 구장이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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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나이 50이 넘도록 이때껏 기찰 한 번두 못 타봤답니다. 선생님은 세도두 좋으실 게구 하니까 좋은 일 하느라구 저 사람 끌구 가서 기차 한 번 태워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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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농담이 그대로 말다툼이 되었던 것이다. 박 노인은 한 사람인데 못 탔다고 우겨대는 사람들은 여럿이었다. 입에 거품을 뿜어가며 말쌈을 하다 말고 더 참지를 못하겠던지 놀란 짐승 풍기듯 하고는 막걸리 잔을 구장의 얼굴에다 냅다 뿌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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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도 지지 않았다. 구장도 불끈하더니만 단은 해어졌을망정 단거리일 모시 두루막에다 김치 그릇을 뒤집어씌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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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뜯어말려서 나중에는 사화술까지 먹고 헤어졌었지만 나는 박 노인이 무엇 때문에 그 말에 그렇게도 기승을 부리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필시 그 무슨 곡절이 있는 성싶었지만, 어쩐지 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것만 같아서 차일피일 하고 있는데 하루 저녁때 박 노인이 막걸리 한 병을 들고 나를 찾아와서는 대뜸,
 
33
“선생님은 날 어떻게 생각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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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묻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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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때 그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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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으로 들어가자 해도 굳이 마루 끝에 앉아서 풋고추에 고추장을 해서 막걸리를 먹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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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고춘 내가 가주왔시니까 고추장이나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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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조끼 주머니에서 풋고추를 한줌 꺼내놓는다.
 
39
역시 다 낡기는 했을망정 광당포 조끼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살림이 군색지는 않은 성도 싶다. 박 노인은 막걸리를 걸찍하니 한 잔 들이마시고는 윗수염을 쓰윽 씻고서,
 
40
“선생두 그래, 구장 녀석처럼 내가 기찰 못 타봤다구 생각허시오?”
 
41
“그야 안 타시는 것이겠지 못 타기야 하셨겠습니까.”
 
42
이 말에 박 노인은 어린애처럼 신이 나서,
 
43
“암, 그렇지! 그렇구말구요! 아무러면 그래, 내가 십전만 주어두 탈 수 있는 기찰 못 타봤겠소? 그렇지 않소?”
 
44
“그럼요.”
 
45
“그래, 그래서 배운 사람이 다르다는 거야. 구장 그 자식 면장의 매부가 돼서 구장이 됐지만 보통학교두 못 가봤거든! 동문선습도 못 밴 친구요. 난 그래두 통감을 다섯 권까지 뗐거든! 지금은 내가 그놈의 기차 때문에 이꼴이 됐소만 벼백이나 좋이 했었소! 이래 보여두 내가 박희 박 정승의 직계 자손이라오! 내 오대조께선 참판까지 하시구, 이런 집안이오.”
 
46
“그러십니까. 그야말루 명문 가계시군요.”
 
47
“암! 지금은 한데 섭쓸려 이렇게 살지만 옛날 같았으면야 말이 되오? 말이 안 되지!”
 
48
“옛날 같았으면야 저두 이렇게 마주앉지두 못했겠습니다. 전 농부의 아들이니까요.”
 
49
“어, 그거 무슨 말을 ─ 당치두 않은. 선생이야 옛날 같으면야 한림학사지. 내가 모르는 줄 아오? 다 들었소, 들었어!”
 
50
“그런데 아까 기차 때문에 많이 고통을 받으셨다구 그러시던 것 같던데…?”
 
51
이렇게 실마리를 풀어주려니까,
 
52
“얘기허리다. 그러지 않아도 오늘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소. 어제 저녁에두 왔더니만 글을 쓰신다기에 도루 갔지요. 좀 지루하더라도 들어주시려오?”
 
53
“말씀하시지요. 오늘은 아무것두 안 씁니다.”
 
54
“그래, 거 잘됐소. 거 뭐 무식한 사람들한텐 아무리 얘기해도 못 알아듣거든! 쇠귀에 경 읽기지! 그야말루 우이독경이라니까!”
 
55
박 노인은 이렇게 격분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던 것이다.
 
 
 

2

 
 
57
“아까두 잠깐 말씀했지만 우리는 대대 벼슬을 하고 내려온 집안이었지요. 아버님 대에 와서 참봉 벼슬에 끊기고 말았지만. 명색이 나두 참봉이오만 지금 세상 놈들이 어디 그렇게 불러주어야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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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작한 (나중에야 과장인 줄은 알았지만) 박 노인, 아니 박 참봉의 이야기는 껑충 뛰어서 60년 전으로 돌아가버린다.
 
59
그때만 해도 박 참봉 집은 백 석 가까이나 하는 지주였었다. 그것도 천수답은 거의 없고 양석이 나는 구렛배미가 절반 이상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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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무어 우리 조부께서나 가친께서 치부를 해서는 아니지요. 모두가 선앙을 잘 써서지요. 우리 5대조께서 그때 돈 백 냥을 들여서 이 근방 산소 자리를 물색하셨지요. 관악산은 물론 국망산 속까지 샅샅이 뒤지시다가 이 오봉산으로 들어오셔서 반달봉을 찾아냈더랍니다.”
 
61
이 반달봉에 묘를 쓴 후로 갑자기 집안에서 참판이 났고, 자손이 번창했으며, 해마다 추수가 늘어서 조부 때는 2백을 넘는 추수였다는 것이다(사실은 참판이 아니고 참봉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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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이 불 일듯 한다는 말은 우리집을 두구서 한 말이었지요. 심지어 지팽이를 굳은 땅에 꽂았어도 싹이 났다니까요. 우리집은 대체로 귀손이었습니다. 5대독자란 말이 있지만 우리집엔 7대까지 계속된 일이 있었지요. 그렇게 자손이 귀한 집안에 5대조께서 반달봉 밑에 산소를 모신 후로는 4대조에 형제분, 3대조에 와서는 5형제분이었고, 증조부대에 와서도 5남 5녀로 자손이 번창하겠지요. 그렇던 우리 집안이… 그만 계묘년에 와서 한강 물줄기처럼 뻗쳐 흐르던 산혈이 툭 끊어지면서… 후유, 오늘날 이꼴이 되고 말았답니다.”
 
63
“계묘년에 무슨 일이 생겼던가요? 계묘라면 몇 해 전이 되나…”
 
64
내가 이렇게 손을 꼽고 있자니까,
 
65
“금년이 무술년이니까 55년 전이지 뭐요!”
 
66
생핀잔을 한 번 준다.
 
67
그 해 철도를 놓느라고 명산 오봉산의 산혈이 끊겼다는 것이다.
 
68
“산혈이라뇨?”
 
69
하고 묻는 말에,
 
70
“산혈도 모르오? 선생, 신학문을 많이 배웠나보오만! 학자 양반이 산혈을 모르다니! 사람한테 피가 있듯이 산에도 명산에는 혈맥이 통하는 법이지요. 선생의 혈관을 끊어노면 살겠소? 피가 딴데로 모두 흘러버리면 그만이지요. 산도 마찬가지라오. 산에도 혈관이 쫙쫙 뻗쳐 있거든요! 혈관이 끊겼는데 산인들 어떻게 살겠소. 죽은 산이지! 명산일수록에 산혈이 선명하지요.”
 
71
“누가 그걸 끊었던가요?”
 
72
“누가? 누가? 그래두 못 알아듣소? 화차지! 그놈의 화차!”
 
73
“기차 말씀인가요?”
 
74
“그렇소! 시쳇말루 기차야! 기차!”
 
75
박 노인의 눈에서는 불이 나는 성싶었다. 무서운 증오였다. 노인은 눈앞에 적을 그려보듯이 눈을 지그시 감고 한동안 말이 없더니, 다시 천천히 말을 잇는다.
 
76
“그 해… 그러니까 내 나이 겨우 여덟 살이었으니 뭘 알았겠소만, 내 조부와 가친은 침식을 잃으시고 땅을 치며 통곡을 하셨소이다. 그것이 바루 왜놈들과 을사조약을 맺던 전해였고 보니 그때 말이 국왕이지 우리 상감한테야 무슨 실권이 있을 때요! 우리 반달봉 밑 선앙의 주봉 허리를 끊고, 철로를 놓겠다는 것이구려! 놈들이 조선 땅에다 철로를 놓자는 목적이 우리 명산들의 혈맥을 끊어서 인물이 못 나도록 하자는 수작인 줄 모르구서 나라에서도 땅을 내어놔라 호령호령 했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니오? 우리가 덮어놓구서 반대한 것두 아니지요! 한 백 간통만 피해달란 것은! 그런다면 주맥을 안 짤리고도 철로를 놀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그땐 이미 왜헌병들이 방방곡곡에 와서 개 쏘대듯 하던 때였소. 아무리 땅을 치고 발버둥을 하니 왜놈들 귀에 들어갈 것이 뭡니까. 아버지는 놈들한테 상투를 다 꺼들리었고, 내 조부장께서도 옷을 갈가리 찢기고 그냥 흙투성이가 되셔서 인사불성이었더라오! 내가 뭘 알았겠소만 나두 울구 덤볐던 모양이오. 나두 놈들 한테 따귀를 얻어맞고 쓰러졌던 기억이 있지요! 그러나 그보다두 분하고 절통하고… 이가 갈리는 건 같은 조선놈들이 돈 몇 푼 벌어먹자구 남의 집 조상 선앙의 주봉 허리를 끊어내는 것 아니겠소! 철로를 논 지 여섯 해 만에 나라가 망합디다! 산천의 혈맥을 그렇게 동강동강 끊어놓고서 어찌 나라가 흥하기를 바라리까… 그렇지 않소! 사람의 혈관을 동강내구서 그 사람이 살기를 바라겠소. 안 그러오?”
 
77
“그렇지요.”
 
78
나는 이렇게 맞장구를 쳐주는 수밖에 없었다. 소위 풍수설에 대해서 아는 바 없지만 이것을 과학적으로 부인할 만한 이론적 근거가 전혀 있는 바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이때의 그의 눈이 무섭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마치 뇌관에 불이 당겨진 폭발물 앞에 앉아 있는 느낌이기도 했었다.
 
79
“그날부터 조부께서 병석에 누우셨습니다. 조상들께서 곤히 주무시는 선앙 주맥을 끊고서야 어찌 자손 된 도리로 살아 있을 면목이 있느냐시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시름시름 앓으시기를 이태나 하셨을 겝니다.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온종일 간단없이 헛소리만 하셨지요! ‘저놈! 저놈을 잡아다 목을 잘라라!’ 이런 소리를 하시는가 하면 ‘아버님, 이 불효자식을 육시처참하소서!’ 이런 잠꼬대도 하셨어요! 자식 된 자 옆에서 이 피섞인 말씀을 듣자니 어찌 가슴이 터지지 않았겠습니까?”
 
 
 

3

 
 
81
“화차가 개통한 것이 갑진년 동짓달이었습네다.”
 
82
얼마를 참을 들여 내가 사온 막걸리를 안주도 없이 한사발 들이키듯 하고 박 노인은 천천히 말을 잇던 것이다.
 
83
“잊혀지지도 않는 동짓날 어느 날이었습니다. 화차가 지나가는 구경을 한다고 며칠 전부터 근읍 일대가 벌컥 뒤집어 엎혔습니다. 부녀자들은 설날이기나 한 것처럼 새옷을 하느라고 법석이었고, 정거장이 서고 당말에서는 별신장을 벌이느라고 한 달 전부터 방을 돌리고, 추렴을 걷고, 논을 까뭉기어난가게를 짓는다, 술집에서는 읍내 가서 술 팔 계집을 데려온다. 그야말로 미친 것들 날뛰듯 했었지요! 말뿐이 아니었지요! 광대가 와서 줄을 매었고, 씨름꾼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었구, 한편에선 흉년 떠넘기기 줄다리기 준비에 바뻤습니다. 약삭빠른 봇짐장수들이 박가분이다, 가락지다, 옷감이다를 이고 지고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했었지요! 소문도 가지가지로 떠돌았습네다요. 기차가 방처럼 생겼다느니, 그런 게 아니구 시렁처럼 되어서 사람을 얹게 되었다느니, 지붕이 있느니 없느니, 불을 앞에서 땐다느니 뒤에서 땐다느니, 정거장마다 물을 끊여놓았다가 부어주어야 하느니, 별의별 소리가 다 돌았습니다. 지금만 해두 촌에서 나온 노인들은 기차를 탈 때는 신발을 벗어들구 타는 걸 본다니까 그때 신발을 벗고 탄다는 말쯤은 당연했겠지만, 누가 낸 소문인지 품행이 부정한 여자가 보면 기차가 가다가 쉬어버린다는 말이 파다하니 퍼졌어요. 그때만 해두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었던가보오. 이 터무니없는 말을 모두 곧이들었더랍니다.
 
84
동네 여자들은 샘 둥천에 모여서는 공론이 자자했었지요.
 
85
‘얘, 헛말이라더라. 화차가 뭐 귀신이냐. 부정 탄지 아닌지를 알게.’
 
86
하고 가장 아는 체하는 여자가 있는가 하면,
 
87
‘헛말은 왜 헛말야! 부정한 여자만 보면 기차가 딱 선대요! 그러면 기차 안에 탔던 왜놈들이 모두 뛰어내려서 그런 여잘 기찻간으루 끌구 들어간대!’
 
88
‘왜놈들은 어떻게 알꼬?’
 
89
‘저런, 밥통! 기차가 다 뜅겨주잖아?’
 
90
‘말두 하나보지야?’
 
91
‘하기에 그렇지!’
 
92
그러나 이 정도면 또 괜찮았어요. 말이 말을 낳아서 아이 못 낳는 여자는 물론, 남편 죽인 여자, 열여섯이 되도록 시집 못 간 처녀, 남의 첩 ─ 이렇게 되고 보면 안 걸리는 여자가 별로 없었어요. 지금 사람들한테는 곧이듣기지 않겠지만 이 허황된 말을 모두들 믿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부녀자들을 구경 못 가게 하느라고 누가 지어낸 말이었던 모양입니다만 한번 이런 소문이 돌자 너도나도 부녀자들은 물러앉았었지요. 할머니들과 어린애들만이 산에 올라가서 구경들을 했더랍니다.”
 
93
이 소란 속에서도 박씨 집에서만은 누구 하나 문밖에도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94
“조부께선 우리 집안 식구는 물론 박씨 문중에서 기차 구경을 나가는 놈은 멸족을 시킨다구 엄명을 내리셨지요. 요 근동에만도 우리 박씨가 30여 호나 살고 있으니까요.
 
95
‘만약에 박씨 문중에서 그놈의 것 구경을 나간 놈이 있거들랑 모조리 땅을 떼어라!’
 
96
이런 말씀까지 하셨어요!
 
97
바루 그날 낮이었지요! 새벽부터 동네 사람들이 화차 구경을 하러 몰켜나가고 동네가 텅 비이듯시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낮이 지나서 갑자기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지동이 일지 않겠습니까? 사뭇 땅덩이가 흔들리는 것 같았어요!
 
98
‘오냐! 오냐! 그러면 그렇지! 하늘이 무심할 수가 있느냐! 천둥을 치신다. 문을 닫아라!’
 
99
조부께서는 그것을 천둥이라고 아셨던 모양입니다! 조그만 등성이가 가려서 보이지는 않는다지만 거리로 친다면 철로길까지엔 한 마장 좀 남짓한 정도로 보였습니다. 그러니 왜 소리가 안 들렸겠습니까?
 
100
‘하느님께서두 무심치 않으셨나봅니다. 저놈들도 이제 그 앙화를 받겠지요.’
 
101
조모께서도 이렇게 영감님을 안위해드렸었지요.
 
102
그때 조부께선 거의 탈진해 계셨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형의 눈치로서 그것을 알았습니다. 수원으로 출가한 누님도 와 있었어요. 모두 울고 계셨습니다. 조부께서는 벌써 눈을 뜨고 계실 근력조차 없으신 것 같았습니다.
 
103
‘부디 저 소리를 하느님 소리로 아시구 가셨으면…’
 
104
아버지가 할머니 귀에다 대고 이렇게 수군대셨습니다.
 
105
나도 어린 속에 제발 그러기를 빌었었습니다.
 
106
그러나 그것도 허사였습니다. 조부께서는 갑자기 눈을 번쩍 뜨시더니만 와들와들 떨기 시작하셨어요!
 
107
‘저눔이 지나가는구나! 저눔이!’
 
108
‘아닙니다! 아버지! 천둥소립니다! 놈들이 죄를 받구 있습니다!’
 
109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에 조부께서는,
 
110
‘아니다! 너희는 모른다. 그놈이 지금 지나간다! 저놈이!’
 
111
‘아니여요, 영감! 천둥이 야단입니다. 비가 퍼붓구 ─’
 
112
‘너희들은 모른다! 아! 원통하다 원통…’
 
113
이것이 조부의 최후였습니다!”
 
114
이렇게 이야기 끝을 마친 박 노인은 막걸리 잔으로 가져가던 손을 쉬고 귀를 기울이는 듯싶더니,
 
115
“저놈입니다! 저놈”
 
116
하고 고함을 치는 것이었다.
 
117
그때 마침 서울로 향하는 특급이 지동을 치며 올라오고 있던 것이다.
 
118
박 노인은 막걸리 잔을 동댕이치듯 하고서 양쪽 귀를 막고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입술이 폭풍 만난 꽃잎처럼 떨어낸다.
 
119
“저놈! 저놈!”
 
120
한참 만에야 노인은 귀에다 손을 떼고 나를 멍하니 쳐다본다.
 
121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122
“영감께서 기차를 안 타시는 심경 잘 이해하겠습니다.”
 
123
“……”
 
124
그래도 박 노인은 못 들은 체하고 있더니 차 소리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는지 얼마 동안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125
“내 얘긴 아직 반도 못했소!”
 
126
“아주 다 하시지요. 다 이야길 하시구 나면 속이 좀 시원한 법이지요.”
 
127
“이야기한다구 내 원한이 풀리겠소? 언제고 달리 풀어야지!”
 
128
무슨 뜻인지 이런 소리를 하더니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던 것이다.
 
 
 

4

 
 
130
“그러나 우리 박씨 가문의 원한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이제부터지요! 나만 하더라도 기차의 재앙은 거기서 끝났거니 했었습니다! 끝나기를 바랐던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우리 박씨 집의 기차 재앙은 조부께서 작고하신 달부터 진짜로 시작이 되었던 것입니다!
 
131
그 첫째 재앙은 논 50석지기가 거저 날라간 것입니다! 철로에 들어간 땅만이 오십석지기였는데 그나마 돈을 안 준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원통한 노릇은 이번에 들어간 논들이 그야말로 계란의 노른자위였거든요! 돈을 몇 곱쳐준다 해도 원한이 안 풀릴 텐데 이놈들이 우리 정부를 협박해서 토지수용령이라던가 뭔가 하는 법을 갑자기 만들어가지고 땅값은커녕 일년 추수값도 안 치러준다는 것이 아닙니까?
 
132
‘난 안 받는다! 이 날도둑놈들! 다 먹어라! 다 먹어! 이 나라 땅덩이를 몽땅 한입에 털어넣어라!’
 
133
아버지는 길길이 뛰셨습니다.
 
134
그러나 뛴들 무슨 소용이 있었겠습니까? 아버지는 왜헌병대에 두 번이나 불려가서 실컷 매만 맞고 돌아오셨습니다. 쇠가 쇠를 먹구 갈치가 제 동족 꼬리를 잘라먹는다더니 조선놈이 더하더랍니다! 헌병 보조원이란 놈이 왜헌병보다두 더 날뛰더라니 그런 죽일 놈들이 있습니까? 매 맞고 땅 뺏기고,
 
135
그러고도 줄곧 그놈들한테 반왜사상이라구, 왜놈을 반대한다구 말요! 줄곧 몰려만 지냈습니다.
 
136
이때부터 우리 가운은 기울기 시작했습네다. 경술년에 나라를 빼앗기자 아버지는 통 맥을 못 쓰셨어요. 무엇 하나 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조부께서 유언하신 대로 아버지께서 그날 화차 구경을 갔던 박씨 가문 중 십여 집의 땅을 뗀 것이 원한을 사서 육촌 조카놈이 아버지한테 심한 행패를 부려서 달포나 누우셨었고, 같은 박씨 문중이면서도 원수처럼 따돌리어 아버지는 물에 기름처럼 지내셨더랍니다. 그렇다고 조부께서 유언하신 것을 어쩔 도리도 없지 않아요? 창피한 이야기올시다만 오촌과의 사이에 재판소동이 났을 때도 번연히 저희가 이겼어야 할 텐데도 두 번이나 내리 져서 땅을 섬지기로 팔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문서는 없지만 조부께서 빌려준 돈을 갚았다고 떼를 썼던 것입니다. 집안간에서도 다 잘 아는 내용이었는데 땅을 뗀 앙갚음으로 모두가 짜구서 딴소리들을 했으니 질밖에 있겠어요!
 
137
이래저래 아버지께서 화가 나시니까 남의 꼬임에 넘어가셨습니다. 내가 스무 살 때였을 겝니다. 아버지는 장터 정재봉이란 사람의 꼬임에 넘어가 군산으로, 인천으로 쫓아다니시면서 미두에 손을 대어 거의 파산 지경에 빠지고 말았어요!
 
138
‘아무래두 할아버님 산소를 옮겨야 할까부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산의 혈맥이 끊겼고 보니 자손이 잘될 까닭이 없지 않으냐?’
 
139
이리하여 또 막대한 돈을 들여서 오봉산 서쪽으로 이장을 했었지요. 그 이듬해 내가 첫 자식을 낳았습니다.
 
140
‘이제 집안이 좀 되잡히려나보다. 진작 이장을 했더라면 집안꼴이 이처럼은 안 됐을지도 모르는 걸…’
 
141
아버지는 이렇게 좋아하셨습니다.
 
142
그러나 그것도 허사였습니다. 누가 권하는 이가 있어서 스탠다드 석유회사 지점을 하는 것이 좋다는 바람에 아버지는 영등포에다 대리점을 벌였었지요. 다행히도 곧잘 되어갔던 모양입니다. 아버지는 어쩌면 은행에 잡힌 땅도 찾게 될 것 같다고 대견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도 뒤늦게나마 서울 학교에를 갈 꿈을 꾸었었지요!
 
143
그러나 그것도 한낱 꿈이었더랍니다. 하룻밤 집에 내려오셨다가 올라가 보시니 거짓말처럼 상점은 터만 남고 말았던 것입니다. 숙직원이 불단속을 잘못하여 홀랑 타고 말았어요! 이제는 어쩔 도리도 없었습니다. 땅은 그대로 은행으로 넘어갔고, 시량(柴糧)거리도 별로 못 남기고서 몽땅 팔아 대지 않을 수 없었지요!
 
144
내가 스물세 살 때 일이었습니다.
 
145
이러니 기차를 보는 내 눈에 불이 나지 않았겠습니까?”
 
146
“정말 영감 심정을 이해하겠습니다. 나라도 그런 기찬 죽어도 안 타겠습니다.”
 
147
“그런데 저 무식한 놈들이 날보구서 기찰 못 타봤다구 놀림감을 삼으려 드는 게 아닙니까!”
 
148
“농담으루들 하는 소리겠지요.”
 
149
“농담? 그놈들 그런 농담 두 번만 했다간 큰코다칠걸!”
 
150
“참으십시오. 다 웃는 말로 한 것을!”
 
151
이렇게 위로를 하는 나한테도 감정이 가는지 박 노인은 벌떡 일어나면서 이렇게 메어다치는 것이다.
 
152
“댁마저 그러시오!”
 
153
그러고는 두 팔을 홰홰 내저으며 휭하니 가버렸었다.
 
 
 

5

 
 
155
박 노인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후로는 누가 박 노인을 놀리기만 하면 내가 나서서 말막음을 하고는 했었다. 정말 무식한 사람들이란 할 수 없느니라 싶어진 것이었다. 함께 울어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156
이야기만 듣고서도 내 마음이 이렇게도 아픈데 황차 그의 일생을 자기네 눈으로 보아오고서도 차마 그럴 수가 있으랴 했다.
 
157
이런 나의 값싼 동정에도 척 기댈 수 있는 박 노인이었었다. 그만큼 지금의 박 노인은 고독했었다.
 
158
“나두 그때 뿌리치구서 선생처럼 공부나 했더라면 오죽 좋았겠소? 워낙 조부께서 완고하셨구 나두 움 속의 화초처럼만 자라와서… 아버지께서두 어쩌자구 날 이런 구석에다 처박아만 놓구…”
 
159
박 노인은 이런 푸념을 하다가도,
 
160
“다 내가 잘못이었지. 못나서 ─”
 
161
이렇게 자책도 하는 것이었다.
 
162
“뭐 그때만 해두 나만 똑똑했으면 중학교야 못 다녔겠소? 지지리두 못났었지 ─ 어쨌든 선생 같은 분이 동네에 들어오셔서 좋소!”
 
163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이것이 그의 진심이었을 것이었다.
 
164
한번은 장에 나가던 길이었다. 궁말에서 장에 가자면 조그만 고개를 둘 넘는다. 대개는 곧장 철로길로 나서서 레일을 따라가면 훨씬 가깝지만 박 노인은 절대로 철길로는 다니지 않았다. 장에 가다가도 기차가 오면 슬쩍 외면을 해버린다.
 
165
수십 년 그렇게 해온 터라 지금은 아주 한 습관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기차를 만나거나 기차 소리가 들리거나 했을 때의 그 보기 추할 만큼 일그러지는 얼굴 표정도 지금은 거의 생리적이었다.
 
166
“저 소릴 들으면 지금두 가슴이 찌르르하고 아퍼 오오!”
 
167
그는 이렇게도 말하며 마침 올라오는 기차 반대쪽을 바라보고 섰다.
 
168
그 옆얼굴이 처참했다. 나까지 생리적 고통을 느낀 듯싶어지던 것이다.
 
169
장에서 돌아올 때는 둘이 다 거나했었다. 닷새에 한 번씩 서는 장날, 선술집에서 너비아니에 약주를 마시는 것이 시골 내려온 후의 나의 유일한 취미기도 했었다.
 
170
첫 산등성이에 올라섰을 때다. 또 기차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심정을 아는지라,
 
171
“어둡겠습니다. 부리나케 갑시다.”
 
172
하고 내가 앞장을 서도 박 노인은 그저 멍하니 서서 내려오는 기차를 바라다보고 있다.
 
173
일찍이 전에 없던 일이었다.
 
174
“가십시다.”
 
175
하고 끌어도,
 
176
“놔두시오! 저놈의 기차가 내 앞을 버젓이 지나가나 보구 가려오!”
 
177
“그까짓 건 봐서 뭣하시오. 갑시다. 날두 궂겠는데. 아무래두 한줄금 할 것 같습니다!”
 
178
“올 템 오라지!”
 
179
이렇게 버티고 서 있는 박 노인 앞을 그러나 기차는 버젓하니 검은 연기를 푹팍대면서 지나가고 있다.
 
180
“아, 저런 죽일 놈! 역부러 거드름을 피우잖는가!”
 
181
박 노인은 주먹을 내어두르며 소리소리 질러댄다.
 
182
보기에도 처참한 광경이었다.
 
183
그러나 이 처참한 운명의 박 노인한테 기차는 또 하나의 재앙을 갖다 안기었던 것이다.
 
184
내가 궁말로 이사한 지 3년째 나던 해 겨울이었었다. 일본은 엉뚱하게도 미국한테 선손을 걸고는 청년들을 마구 일본으로 남양으로 실어갔었다. 박 노인의 둘째아들 윤수한테 징용장이 나왔던 것이다.
 
185
장기 6개월 징용에서 풀려나온 지 반달도 채 못 되었지만 발악을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백정이 미친개 잡아가듯 하던 때였다. 큰아들만은 대전역 보선구에 현원징용이 되어 동생도 거의 말이 되어가는데 덜컥 징용장이 나왔던 것이다.
 
186
그러나 이쯤의 비극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더 큰 비극, 아니 기차는 박 노인의 원한을 샀던 것이다. 윤수는 부산으로 수송되던 도중 대전역을 지나다가 제 형을 보고 뛰어내리고 말았었다. 그리고 죽어버린 것이었었다.
 
187
워낙 감시가 심하니까 차가 움직인 후에 뛰어내린다는 것이 바퀴 속으로 기어든 것이었다.
 
188
박 노인의 기차에 대한 원한은 이로써 족할 것이다. 아니 나는 이 이상 기차에 대한 그의 원한과 저주를 기록할 용기가 없어진 것이다.
 
189
윤수를 잃은 후의 박 노인의 비통과 저주, 발악도 나는 이 이상 더는 기록하지 않으련다.
 
190
다만, 그런 지 며칠 후 서울을 출발한 밤열차가 K역과 E역 중간 지점의 고개 ─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박 노인의 선앙이 있는 반달봉 주봉 밑에서 불의의 사고로 16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 돌발했다는 사실만을 기록해 둔다. 고개 내리막 레일이 절단되어 있었던 것이다. 기관차는 객차를 단 채 십 미터나 되는 비탈로 내려굴렀었다.
 
191
범인은 달아나지도 않았다. 달아나기는커녕 박장대소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192
물론 박 노인이었었다.
 
193
해방 전전해 겨울의 일이다.
 
194
해방이 되자 나는 궁말을 뜨고 말았던지라 그후 박 노인의 소식은 들을 길이 없다가 바로 며칠 전 십여 년 만에 우연히 서울역 앞에서 딱 마주쳤다.
 
195
나도 반가웠지만 나보다도 그가 더 반겨주었다.
 
196
“참 반갑소!”
 
197
그는 나의 손을 덥석 잡고, 제법 신식으로 흔들어주고 있다.
 
198
“참 반갑습니다! 조금도 안 늙으셨습니다.”
 
199
사실 그때로부터 15년이란 세월이 흘렀건만 박 노인은 그때보다도 오히려 젊어 보이기까지 하던 것이다.
 
200
의복도 깔끔했다.
 
201
“어딜 가시는 길이십니까?”
 
202
하고 묻는 나에게 그는 이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해주었다.
 
203
“내 아들이 지금 검차계장이지요! 그 덕에 이런 것도 가지구 다니지요!”
 
204
하면서 주머니에서 쓱 내어보이는 것은 가족패스였었다.
 
205
“좋으시겠습니다!”
 
206
내가 진심으로 이렇게 치하를 하니까 박 노인도,
 
207
“다 아들이 철도국에 다니는 덕분이지요! 안 그러면 이렇게 무시로 다니는 그 돈을 다 어떻게 대겠소. 다 아들 덕이지! 철도국 덕분이구!”
 
 
208
〈1959년 7월 20일〉
【원문】기차와 박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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