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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10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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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이 지낸 신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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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 불란서의 문학적 철학자 알랭의 이러한 한 구절을 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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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라는 것은 애정의 하위에 있는 것이며 아마도 애정에 이르는 길은 아니다…….” 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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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말을 무척 좋은 명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글의 서두에 서슴없이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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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결혼을 할 때 그것이 연애결혼이나 또는 중매결혼의 경우에 있어서도 누구나 처음에는 애정을 품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 있어서 더욱 부부간에 있어서 애정의 ‘순수한 상태’는 오래 지속하기가 힘이 들며 자칫하다가는 애정의 하위인 욕망으로 변하기 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무의식적인 욕망에서 결혼을 하였다면 그것은 현실이 아닌 우상에 대한 결혼이라고 나는 단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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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결혼 1개월간을 꿈같이 보냈다고 할지 모른다. 참으로 달콤한 도원경의 신비에 싸여 30일간을 한 시간에 못지않게 즐겁게 보냈다고 할때 나는 여기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불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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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그 사람들이 진실한 애정으로 그 결혼이 이루어졌다면 장래에 대해, 피차의 상대에 대해, 가정에 대해,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진실한 상의와 비판을 서로가 가져야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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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개월간은 계획의 시기에 지금까지 독신자로서 걸어왔던 것에 대한 참다운 반성의 시기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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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인 향락 같은 것엔 조금도 신심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어디까지나 앞으로 애정을 유지해 가기 위해 서로가 계획하고 검토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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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출발이 중요한 것처럼 미지의 남녀가 한 가정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서로 합친 이상 그것은 가장 엄숙한 출발이어야 한다. 먼저 자기의 성격과 지나온 여러 일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청산하고 정리해 가면서 상대방의 장단점을 잘 골라야만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성실한 진실성을 나타내야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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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를 여기에 적는 것은 무척 쑥스럽다. 물론 현실의 억압과 자신의 과오로써 7년이 지난 오늘날 그때의 계획은 마음대로가 아니라 거의 실패에 돌아갔지만 결혼 1개월간의 이상은 참으로 높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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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어느 날 무척 태양이 곱게 내려 쪼이고 분수가 하늘을 찌르는 듯이 힘 있게 솟아오르던 오후에 결혼식이 끝났다. 지금 막상 생각하면 우리 두 내외가 진지한 생각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몰라도 아마 성실하게 상대방을 아끼고 좋은 일을 서로 많이 해가자는 것을 맹세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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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도 좋았으나 신혼여행 같은 것은 가지 않았다. 결혼식에 비용이 들어서 더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들은 도리어 이것이 좋았다.(지금 아내는 간혹 신혼여행을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만)낮에는 나는 볼일로 돌아다니고 밤에는 구경도 가고 책도 읽고 또한 그 전 이야기를 했다. 책을 읽은 이야기에서 많은 합의점을 찾았다. 그 후 세월은 잘 가는 법이다. 7년이 지났으니깐 1개월은 눈 깜짝할 사이 요즘 말로는 제트기처럼 지나갔다. 무엇을 했을까? 무엇을 계획했을까? 처음에 쓴 말을 했다면 좋겠다. 아마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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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쓰면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가 욕망이나 타성이 아니라는 것을 믿는다. 그러면 애정의 존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1개월간에 있어서…… 부부생활의 출발기에 있어서 불성의한 생각은 조금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이 아닌가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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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이 지났다는 것은 역시 좋지가 않다. 꿈이 아닌 것으로 변형된 성실한 시간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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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애정의 하위……. 결혼 1개월은 욕망에만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고 본다. 위대한 문학자의 좋은 명언을 여러분도 동감하고 외워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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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1955.10)
【원문】꿈같이 지낸 신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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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환(朴寅煥) [저자]
 
  195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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