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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화 꽃 떨기에 흰 이슬이 내리고 하늘빛 법의(法衣)를 입은 소나무에 매미가 울어요. 그리고 처녀의 하트같은 빨간 햇빛이 나무 사이에 비치어 가지에 맺힌 이슬은 모두 금구슬이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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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침에 일찌기 약수터에 갔었고 오는 길에 반석위에서 책을 보았다오. 푸른실 같은 뽀얀 안개가 산곡에 자욱하여 그야말로 무슨 신비의 낙원 같더이다. 거룩하신 우리 님이 행여나 그곳에 계실까하여, 산곡을 찾아 올라갔더니 그 곳에도 당신은 계시지 않고요. 정말 산새들이 이슬맺힌 산 개나리를 보고 뭐라고 속삭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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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정말 거룩한 S 寺[사]를 보았읍니다. 많은 소나무는 그의 검은 머리를 모두 풀어 헤치고요, 두 손을 모아 하늘 아래 묵례를 하더이다. 그 사이에 푸른별이 은실을 가지고 땅 위로 내려오고 개똥벌레 몇 마리가 파란 등을 가지고 개천가를 찾아 다니고요. 누구를 찾는지는 모르나……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 미풍의 노래가 하늘의 별과 속삭입니다. 이때에 S寺[사]는 오로지 하나의 거룩한 시(詩)의 처녀가 되어 대지에 자리를 펴고 고요한 꿈을 지켰지요. 나도 이때에 꿈이 되어 당신 계신 동산을 찾아 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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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내 몸은 꿈이 되어서 당신 계신곳을 찾아 갔더니 당신은 아는지 모르는지 잠만 잤었지요. 그래서 나는 할수없이 별이되어 당신 창에 새벽까지 비췄다오. 그리고 미풍이 되어서 당신 이마에 밤새도록 붙어 있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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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아니 보내신다고요. 여보, 흉해도 내 사랑이요, 예뻐도 나의 풀이요, 미워도 나의 사람이 아닙니까? 그런 불철저한 소리가 나는 듣기 싫습니다. 당신은 언제던지 진실성을 가진 깨달음이 있는 여성이 되어서 하늘의 별빛 아래 곧은 마음을 매여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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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은경이가 왔다가 금일 갔었다고요. 그러나 나는 만나지 않았읍니다. 그러면 내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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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서간집 「나의 花環[화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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