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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독언초(毒言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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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1
이병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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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毒言抄[독언초]
 
 
2
[시]는 고만한 家譜[가보]를 가진 文學[문학]이다. 民衆[민중]의 소리를 神[신]의 소리라고 믿는 것은 政治家[정치가]의 倫理[윤리]일지는 모르나 詩人[시인]의 信條[신조]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 사람에게 널리 읽혀지기를 바라는 나머지 그들의 趣味[취미]에 迎合[영합]되어버리는 것을 警戒[경계]하자. 詩人[시인]은 最高[최고]의 感情[감정]을 가진 人間[인간]이다. 最高[최고]의 感情[감정]을 가진 人間[인간]이다. 最高[최고]의 感情[감정]을 다시 높은 데로 昇華[승화]시킨 詩[시]가 어찌 無智[무지]한 常識[상식] 밖에 갖지 못한 民衆[민중]에게 널리 理解[이해]될 수 있겠는가. 詩[시]가 생겨난 뒤에 詩[시]는 참된 理解[이해]를 받아본 歷史[역사]가 없다.
 
3
지금 市井[시정]에서는 衒學化[현학화]된 詩[시]를 非難[비난]하고 評家[평가]는 詩[시]의 臨終[임종]을 豫言[예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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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一一[일일]히 窓[창] 밖을 내다보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우릴 必要[필요]는 없다. 우리의 詩[시]가 어렵고 읽기가 싫은 것을 우리는 치분치분 읽어달라고 哀願[애원]하지 않는다. 남에게 願[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나쁜 버릇이다. 乞人[걸인]은 願[원]하는 趣味[취미]에 사로잡힌 人間[인간] 以下[이하]에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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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對[대]한 論議[논의]의 盛行[성행]은 慶貿[경무]할 바이나 文學史[문학사] 以外[이외]의 制作[제작]과 作品[작품]의 好不好[호불호]에 對[대]하여 붓을 드는 批評家[비평가]가 자꾸 날뛰는 것은 「파마민트」보다 미웁살스럽고 우스운 現狀[현상]이다.
 
6
大體[대체] 그들이 詩[시]의 制作[제작]에 對[대]하여 무엇을 안다고 날뛰는 것이냐. 詩[시]는 感覺[감각]의 世界[세계]의 것이요 批評[비평]은 方法[방법]의 世界[세계]의 것이 아니냐. 나무덩이 같은 感覺[감각]과 쇠끝으로 만들어진 度量衡機具[도량형기구]는 詩[시]의 나라에는 通用[통용]되지 않는다. 누구의 어떠한 作品[작품]이 좋으니 나쁘니 하는 것은 그것을 制作[제작]한 詩人[시인] 以上[이상]의 感覺[감각]을 갖지 않고는 尺度[척도]하지 못할 것이다. 諸君[제군]의 가진 方法[방법]이랬자 지금과 같은 歷史[역사] 위에서는 別神通[별신통]한 것이 없을 것이다. 形而上學[형이상학]인지 形而下學[형이하학]인지 自身[자신]도 알지 못할 야릇한 方法[방법]을 가지고 寶刀[보도]처럼 文壇[문단]을 마음대로 칼질하는 것, 부대 散文[산문]의 나라로 가되 詩[시]의 나라에는 쳐들어오지 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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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儒家[유가]의 倫理[윤리]에는 헛된 벼슬과 地位[지위]와 物質[물질]을 싫어하고 이것을 輕蔑[경멸]하는 것이다. 이는 몇百年[백년] 동안 우리 祖先[조선]이 지켜온 信條[신조]이었으며 훌륭히 血管[혈관] 속을 흐르고 있는 傳統[전통]이다.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習慣[습관]하여 내 것을 만들기에 힘이 들고 陣痛[진통]이 있는 것이지 祖先[조선] 以來[이래]의 이러한 習慣[습관]과 信條[신조] 쯤을 繼承[계승]하는데 무슨 큰 괴로움이 있단 말이냐. 쉽사리 繼承[계승]하여야겠다. 詩人[시인]은 今世[금세]의 高[고]매한 儒徒[유도]다. 設令[설령] 地位[지위]와 벼슬과 돈을 탐내는 詩人[시인]이 있다하더라도 그들에게는 돌아갈 地位[지위]와 벼슬과 돈이 없다. 賣文[매문]으로 成家[성가]를 하는 것은 散文[산문]에서 볼 것이요 一篇[일편]의 玉[옥]같은 詩[시]가 二圓[이원] 內外[내외]의 稿料[고료]로도 販路[판로]가 없는 이 땅이니 賣文[매문]하려면 小說家[소설가]가 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小說[소설]은 題目[제목]만 붙이면 벌써 數百圓[수백원]의 稿料[고료]와 印稅[인세]가 先拂[선불]되는 盛況[성황]이다.
 
8
非生産的[비생산적]인 詩人[시인]은 生活[생활]이 너그럽지 못하여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다니지 않는다고 保證[보증]될 수 없으니 秩序[질서] 있는 社會[사회]에서는 그들을 「不良[불량]」으로 리스트에 올릴 것이다. 地位[지위]를 바란다면 不良市民[불량시민] 以外[이외]에는 아무 것도 돌아갈 것이 없다.
 
9
政治的[정치적] 欲望[욕망]을 가지고 그곳에서 어떠한 地位[지위]를 얻는 詩人[시인]을 본다. 그러나 그는 政治家[정치가]로는 어떤지 몰라도 詩人[시인]으로서는 葉錢[엽전] 한 닢이 빗싸리만큼 값없는 存在[존재]가 되고 말았다. 政治的[정치적] 必要[필요]에 依[의]하여 여러 사람에게 읽히기 爲[위]한 그의 詩[시]를 보라. 月曜日[월요일] 날 아침에 印刷所[인쇄소]에 넘길 것을 日曜日[일요일] 날 밤에 一筆揮之[일필휘지]한 形蹟[형적]이 歷歷[역력]하여 詩[시]라기에는 너무나 엄청난 僞造品[위조품]이다. 이 僞造詩[위조시]가 어찌 民衆[민중]으로 하여금 切實[절실]히 感興[감흥]되게 할 것이냐. 헛되도다. 千秋[천추]를 두고 읽혀지려는 詩[시]가 어찌 한나절 낮잠보다 헛되게 나오리요.
 
 
10
하루에 한 匣[갑]의 담배와 한 잔의 茶[차]와 두 끼의 밥쯤은 아무리 불같은 世上[세상]이라 하더라도 얻을 수 있거늘 이로써 足[족]하지 않느냐. 餓死[아사]를 免[면]하고 내 좋아하는 담배를 피우며 三昧[삼매]의 境[경]에서 혼자 울고 웃어보되 이게 모다 詩[시]로 흘러나오는 것이 좋지 않으냐. 가난하고 不良[불량]한 詩[시]의 벗들아. 오늘은 山[산]이 그리워지는구나. 西天[서천]에 날이 들어갈 즈음 우리는 아름다운 黃昏[황혼]을 노래하자. 煩[번]거로움을 避[피]하여 너의 房門[방문]을 잠그고 드러누어라. 바깥은 대단히 춥고 거리는 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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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一月[십일월] 十五日[십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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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學[시학]》(1940. 1)
【원문】나의 독언초(毒言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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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각(李秉珏)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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