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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문은 지금의 나에게는 깊이 관심을 끌지 아니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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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을 넘겨두고 나는 창작을 중단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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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부랑이는 흥에 겨워 혹은 청(請)에 졸려 잊었다가 생각난 것처럼 드문드문 붓을 대었지만 지어(至於) 창작에서는 작년 6월 이래 단 한편도 쓰지를 아니하였소.(—가 아니라 쓰지를 못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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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된 데는 나로서는 제법 이만저만찮은 사정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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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한두 가지가 아니오. 그러나 그것들은 여기서 피로(披露)할 성질의 것이 아니고 다만 그 가운데 하나는 “무엇을?……어떻게 써야 하느냐?……”에 다들려가지고 그 해답을 얻지 못한 채 이대로 있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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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 문제되지 아니하는 문제를 문제삼는 것 같으나 남은 몰라도 나는 이 문제의 해결이 없이는 다시 창작에 붓을 들 수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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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주 단순한 문제인 듯하면서도 캐면 캘수록 갈피가 얼크러져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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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을 우연이라고도 또 나에게만 다들린 예외라고도 보지 아니 하오. 반드시 한번은 그리고 누구나 겪고라야 말 당연의과정이라고 보오. —적어도 그가 이 세대에 처하여 가지고 성숙한 일가를 이룰 권내에 들어서게 된 작가로서 시대의식을 이해하는 예술적 양심의 소유자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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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는 중대한 난관에 처하여 가지고 그러나 그것 이외의 여러 가지 심각하고 곤란한 문제가 있는 때문에 때로는 그것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 작가로서의 존재를 망각하고 달리 골몰하기 일쑤였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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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어떨는지 모르되 지나간 일년 반은 그러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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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간 그러한 내부적 사정이 있는 때문에 외부적 정세—특히 여기 에 설문된 ‘외적 요인’ 같은 것은 범연히 보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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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내가 모두(冒頭)에서 이 설문은 나에게 관심을 끌지 아니한다고 한 이유의 하나요. 또 지금 노도같이 거대한 두 개의 ‘힘’이 엎치락뒤치락하느라고 그 파문이 밀려오는 것이 문단에의 ‘외적 요인’임에 틀림이없는데 몽당연필 한 자루 이외에는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한 한개의 룸펜(계급적으로)인 내가 일천오백 개의 활자로 제한된 이 일문에서 무어라고 지껄인들 털끝만한 효과도 없을 것임에 이 설문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또 한가지의 이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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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쇼’란 괴물이 전세계를 횡행하고 있다고 하오. 그 정체를 내가 말하지 아니해도 거의 다 알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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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엇도 통제 무엇도 통제하는데 물론 문단도 통제를 가할 것만은 사실이오. 검열의 단속과 카프의 해산이라는 소극적 통제는 이미 있은지 오래였었고, 지금 와서는 그것을 일층 효과적으로 발전시켜서 이제 적극적 통제에로 나올는지도 모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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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쫓아낼 자는 쫓아내고 불러들일 자는 불러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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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현재 조선의 문단에서도 말이 그저 막연하게 조선문단이지 속을 굽어다보면 외적 요인의 압력은 조금도 받지 아니하고 ‘통제’의 덕을 볼 사람도 많이 있소. 동경문단에서 최근 이야기거리가 된 문예간담회 상(賞)에 관한 횡광이일(橫光利一) ‧ 실생서성(室生犀星)과 도목건작(島木健作)의 일례를 보아도 알 수가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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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러니까 나는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내가 팔을 부르걷고 소신의 방향으로 매진을 못하고 이렇게 관념을 향락하는 데 멈춰서서 있는 일개의 룸펜(계급적으로) 이상 아직은 속수무책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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