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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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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5.20
이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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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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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낚시질을 즐긴다는 것 이외에 나는 그에게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 성만은 원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름이 무엇인지 무엇하는 사람인지, 어디 사는지, 성질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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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는 원체 안 지도 얼마 안 된다. 어떤 동기에서 맛을 들였는지도 기억이 없으나 나는 여름부터 심심하면 낚시질을 나갔다. 그때는 직업이 없어 한가한 대로 낚시질을 시작한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인이 박혀서 일요일이면 낚싯대를 들고 나선다. 낚시를 잠가놓고 철학적 명상을 한다고 어떤 시인은 말을 하나, 그렇게 고상한 취미에서도 아니다. 잔잔한 물에 퐁 하고 낚시추가 들어가면 물이 얄량거리는 재미와 고기가 와서 미끼를 따짝이어 깜부기가 간당거릴 때 훅 채면 우쭐하며 고기가 딸려나오는 ─ 말하자면 이런 잔인한 아주 값싼 취미에서 시작한 것이요, 그 맛에 인이 박힌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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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시흥서 온종일 낚시질을 즐기다가 돌아오던 길이었다. 찻간에서 나는 원을 알았다. 원도 낚시질을 하고 돌아가는 길이다. 그는 담배도 권하며 낚시질을 즐기는 동호자를 구했다고 하며 서울역 앞 찻집에서 차까지 턱을 내고 했다. 원은 차를 마시다가 다래끼를 들여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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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용하십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낚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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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놀란다. 내 다래끼에는 붕어 여남은 마리가 번듯이 자빠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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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만큼도 못 낚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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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제서야 물었다. 평범한 일 같으면서도 남의 성적에 대해서는 경솔하게 묻지 않는 것이 한 도덕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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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마리도 못 낚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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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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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뿐이 아니죠. 낚시질은 늘 다니나 단 한 번도 고기를 잡아본 일이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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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담이겠거니 하고 이삼분 같이 앉았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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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안 된 어느 날 나는 길에서 원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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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요일에 또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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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 선생두 가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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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나두 가볼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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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암만 낚시질을 하니 어디 고기를 잡아봐야지요. 공연히 건공으로 돌아다니는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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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에도 나는 길에서 가끔 원을 만났다. 대개는 극장 아니면 본정 찻집 이런 데서였다. 그래서 한번은 맥주도 같이 나눈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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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난 월요일이다. 나는 뜻밖에 원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은행 대부계에서 왔다기에 누군가 싶어 받고 보니 원이었다. 낚시질 일년에 어젯밤 처음으로 굉장한 수확이 있었으니 오늘 저녁 자기 집에서 같이 축배를 올리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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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만 내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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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궁둥이를 빼려니까, 원은 펄펄 뛰며 남의 호의를 그렇게 첫말로 거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까지 서두는 통에 원에게 대한 호기심도 나고 해서 상약한 시간에 원의 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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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집이란 하숙이었다. 양지바른 칸반방은 여학생의 방처럼 오밀조밀하다. 동서양의 각 여배우의 사진이 책상 윗벽에는 가득히 차다시피 했다. 책상 위에는 책은 한 권도 없이 아담스러운 잉크 스탠드며 탁상 일력, 깜장 고양이를 그린 벼루집, 수를 놓은 책상덮개 모두가 십칠팔세 소년의 소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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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곰상스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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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나는 속으로 혼자서 웃었다. 원은 죽마고우나 되는 듯이 사진첩을 내놓는다, 과자를 권한다, 접대를 하면서도 요건인 낚시질 수확에는 한마디도 스치지 않는다. 금년 유행이 어떠니 어떤 여배우는 언제 결혼을 하느니, 쉴새없이 늘어놓는다. 이윽고 저녁상이 나오고 맥주가 날라지고 해도 낚시질 건은 소식이 없다. 상 위에도 낚시질한 생선은 단 한 토막이 없다. 이상한 사람이다 싶어서 맥주컵을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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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으셨단 생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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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으니까 의아해서 날 쳐다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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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그건 여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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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어깨를 탁 치며 너털웃음을 터트린다. 영문을 몰라서 얼떨떨하고 앉았으려니까, 원은 부스럭부스럭 하더니 양복주머니에서 웬 여자의 사진 한 장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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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의 붕어보다는 낫지요. 이걸 하나 잡으려고 만 일년이 걸렸습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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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내 붕어보다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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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밖에는 내게는 할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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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원문】낚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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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영(李無影) [저자]
 
  1938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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