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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없는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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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3.16
이익상
1
남자 없는 나라
 
 
2
“여봐요, 정희 씨 우리! 둘 사이에 사랑이 식어서 싫증이 나거든 단연히 갈립시다.”
 
3
“그렇게 하는 게 옳겠지요. 그렇지만은 사랑이 한편만 식고, 한편은 식지 않은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4
“한편이 아무리 식지 않아도 할 수 없겠지요. 식지 않은 편은 식은 편을 위하여 눈물을 머금고라도 축복해야 되겠지요.”
 
5
“그러면 제가 변심을 하는 때가 있어도, 저를 조금치도 미워하지는 않으시겠습니다그려!”
 
6
“그러고말고요. 밉단 생각을 열렬한 사랑으로 태워버리겠지요.”
 
7
“참으로 그렇게 될까요?”
 
8
“되고말고요. 그리해야 됩니다.”
 
9
“그러면 만일 싫증이 나시거든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저도 싫증이 나면 속이지 않고 말씀을 여쭐 터이니.”
 
10
“암, 그러고말고요, 사랑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을 속박하여서는 안 됩니다. 사랑할수록 사랑하는 사람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됩니다.”
 
11
이것은 K부부가 결혼 전 달콤한 사랑이 클라이맥스에 이를 때에 감격에 넘치어 맹세 겸 한 말이었다.
 
 
12
K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야경꾼의 딱딱이 소리보다 앞서서 그의 아내의 귀에 들어온 일이 별로 없었다. 딱딱이 소리의 뒤를 따라서 들어오는 것만도 아내에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13
눈 위에 비가 내렸던 날 밤이다. 녹은 눈이 얼음이 되어 지열을 아주 봉쇄한 까닭인지, 다시 춥기 시작하였다. 주정등(酒精燈)을 전신에 켜고 천방지축으로 축지법 연습을 하다가 실족을 하였다.
 
 
14
의사의 말을 들으면 2주일 동안은 안정해야 된다고 한다. 병석에 드리누워있는 K의 마음은 붙잡아 맨 경기구(輕氣球)처럼 공중에 휘돌았다. 걱정을 해야 할 아내는 전일에 보지 못하던 웃는 얼굴을 높이어 보인다.
 
15
“사람이 아퍼 죽겠는데, 웃을 게야 뭐람?”
 
16
“기쁘니까 웃지요.”
 
17
“기쁘다니?”
 
18
“집에 점잖이 들어 있으니 말이에요.”
 
19
“팔자 사납다.”
 
20
K는 벽을 향하고 돌아눕는다.
 
21
“여봐요. 제게 할 말을 잊으신 것 없어요?”
 
22
“무슨 말?”
 
23
K는 아내 편을 향한다.
 
24
“나는 이제는 싫증이 났다고, 사랑이 식어서.”
 
25
“깜박 잊었지.”
 
26
“깜박 이태 동안이나 계속했습니다그려.”
 
27
“약속 하나 생각만 잊은 게 아니라, 당신의 존재를 전부 잊어버린 것이지요.”
 
28
“그러면 지금 당신 앞에 앉은 것은 무엇이에요?”
 
29
“밥 해주고, 옷 해주는 충실한 친구.”
 
30
“꼭 그렇습니까?”
 
31
“물론.”
 
32
부부는 다 같이 아무 말이 없다.
 
33
“저는 공상일는지도 모르지만요. 이러한 것을 늘 생각해요.”
 
34
“무슨 생각?”
 
35
“저 결혼하지 않고 그대로 지낼 사랑이 있으면, 다시 한 번 사랑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에요.”
 
36
“그것은 좋은 생각인걸! 그렇지만 그런 생활은 남자가 아니 사는 나라로 가야만 할걸!”
 
37
K의 아내는 한숨을 길게 쉰다
 
 
38
《조선일보》, 1929년 3월 16일
【원문】남자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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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없는 나라 [제목]
 
  이익상(李益相)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29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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