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나는 요새 매일 두 번씩 무장한다. 무장을 하되 실로 어마어마해서 독일로 가도 부끄럽잖을 만하다.
3
원모(圓帽)를 쓴다. 머리를 가리렴이다. 마스크를 걸친다. 가스를 막으렴이다. 목을 동이고 덧옷을 입는다. 장갑을 두 겹 낀다. 고무 반장화를 신는다.
4
이렇게 하고 척 토방으로 내려서면 닭이 안색이 변한다.
5
다음에는 발화물을 찾아내고 생철로 만든 기묘한 도구를 집어들고 또 한손에는 기다란 집게와 넓죽한 삽 형의 무기들을 들고 나선다.
7
자, 덤벼라. 인제는 독(毒)와사도 수류탄도 소총도 기관총도 무섭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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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을 완전히 마친 나는 드디어 적진중으로 용감히 돌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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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나는 매일 두 차례씩 내가 거처하는 방에다가 군불을 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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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모는 낡은 나이트캡이요 마스크는 감기마스크요 목 동이는 것은 세수 수건이요 덧옷은 헌 잠바요 고무 반장화는 그냥 고무 반장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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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철로 만든 기묘한 도구는 경편식(輕便式) 풀무요 발화물(發火物)은 성냥, 집게는 불집게요 삽 형의 무기는 부삽이다. 적진은 부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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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등겻불이 무던히도 연기와 먼지가 고약해서 이만큼 차리지 아니 하고는 때먹는 사령관(장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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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하고도 눈을 들이치는 연기에는 못배겨 슬프지 아니한 울음을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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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안경 하나만 더 있으면 그 담에는 천하 일품이겠는데 그놈 하나 기증하는 특지가(特志家)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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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침 4월1일······ 정말 거짓말같이 해서 나는 스스로 흥을 도우렸더니 되레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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