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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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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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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주신 글을 몇 번이나 읽었읍니다. 그리고 당신의 괴로운 호흡까지도 잘 들을 수 있었읍니다. 오늘 이 시간은 만나자고 한 시간이라 당신이 몹시 기다리실줄도 저는 잘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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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는 결심 했어요. 애인으로 당신을 만나지 않으려고. 다시 말하면 당신을 단념할 결심입니다. 물론 제게는 죽음이 오히려 가볍겠지요. 아, 이 아픈 마음은 괴롭다기 보다도 저립니다. 저는 당신 부인께 모든것을 고백하고 사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내가 당신을 존경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이것을 타파 할수만 있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 하겠지요. 그러나 온 세상 수억만 사람중에 내 순정을 남김없이 다 바치고 싶은 사람이 오직 당신 한분이라는데 내 자신도 알수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10여년 동안이나 당신을 섬기는 그 사람을 속인다는것이 나를 괴롭게 하였고, 파렴치한 내 마음을 채찍질 합니다. 그리고 당신한테는 귀여운 아이들도 있읍니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내 자신에 모든 기쁨과 행복을 바치는 것이 옳을가 하나이다. 오! 그러나 님이여. 나 라는 존재가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이 세상에 윤리나 도덕이 무슨 힘이 있으리까. 나는 오직 순결한 마음을 뭉쳐서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줄 압니다. 길지않은 동안이나마 당신의 진정을 받은것만도 죽을때까지 나의 다시 없는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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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물없이는 이 글을 쓸수 없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생활에 행복을 얻으시기를 축복합니다. 물론 오해는 안하실 줄 압니다. 진정 입니다. 질투나 격정에서 이런말을 하는것이 결코 아닙니다. 당신은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것도 나는 잘 압니다. 그러나 죽음이 행복을 자져오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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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족을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도 하루라도 더 오래 살아 주십시요. 당신과 만나지 못할 운명을 가진 나도, 당신과 만나지 못할 운명을 가진 나도, 당신이 이 세상에 계신다는 것만도 유일한 나의 기쁨이요, 행복이니까요. 만나 뵙지 못한다고 나의 순정이 꺽어질 수 없고 사라질 수 없는 불멸물(不滅物)인 줄 압니다. 나는 이 보물을 잘 간직 하렵니다. 바칠길 조차 없는 이 귀한 선물을……. 저 역시 일에 충실하고 어머님을 지성으로 공경하렵니다. 내 온 정열을 어머님께 바치렵니다. 나를 위하여 반생을 허비하신 내 어머님을 위하여……이 세상에 인연을 끊고 당신을 존경한다면 당신 부인(夫人)도 용서 하겠지요. 설령 용서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어쩔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그가 나를 이해해 준다면 나는 기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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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여. 냉정히 생각해 보시요. 이 글까지 당신께 올림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저는 눈물이 앞을막아 더 쓸수도 없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기구한 운명 일까요. 여기서 탈피할 수 없을까요? 아, 이 괴로움 차라리 죽음을 주소서. 그러나 두사람보다도 내 생명이 더 귀하다고 생각할때는 이 무서운 글까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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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말씀 한것과 같이 이 땅을 떠날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몇 천번을 생각하여 보았으나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요. 그 어린 귀여운 생명들. 그리고 나의 어머니…… 차라리 죽음이 낫다고 생각하였으나, 그 역시 원하지 않을까하여 이런 길을 저 혼자 작정한데는 용서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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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를 떠난 사랑은 구원이요, 불멸인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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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서도 진정으로 저를 사랑하셨다면 이 모든것을 이해해 주시고 제 순정을 영원히 사랑해 주실 줄 압니다. 그러면 저는 기쁘겠어요. 만족해요. 그리고 마지막 부탁은 마음을 흐트리지 마시고 하시는 사업에 정진하여 성공하소서. 그리고 제가 그것을 축원하고 기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감사하겠읍니다.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이 들어간듯 하오니 해량(海諒)하소서. 쓰려면 끝이없을 터이니 그만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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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안녕을 빌면서…… 영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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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마지막 글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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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서한문(書翰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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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