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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몇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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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8
채만식
1
말 몇 개
 
 
2
번번이 앉아서 말-어휘를 가지고 이런 잔소리에 맛을 들였다가는 수단이 목적을 먹어 없애지나 않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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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방의 방언으로 ‘무지금코’ 또는 ‘무띠리고……’라는 말이 있다. 호남이라고 했지만 전남은 몰라도 전북에서는 다 알고 쓰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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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재미가 있고 또 긴한 말인데, 나는 아직 그 말의 표준어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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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는 ‘눈 지그려 감고……’ ‘덮어놓고……’ ‘죽을 셈 잡고……’ ‘상관 말고……’ ‘마구 거저……’ 등과 근사하다. 그러나 단지 근사할 따름이요 해석일 뿐이지 꼭 같은 말이거나 꼭 같은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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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국어의 ‘오모히끼떼(思ひきつて)……’를 갖다가 놓으면 의미가 꼭 같고, 꼭 같은 어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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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금코 일 원 한 장만 내놓으면 그만 아닌가’ 또는 ‘무띠리고 떠나는 거야‘를 ’오모히끼떼 이찌로오 나게다시야 소레데스만자나이까(맘먹고 한번 던지고 그것으로써 끝날 수 없다)라든지 ‘오모히끼떼 데가게룬다나(맘먹고 한 것이다)라고 번역을 하면 두 종류의 말이 빈틈없이 차악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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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어학회측에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홍기문(洪起文) 형 더러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서울말에도 그 말과 같은 말로 쓰이는 독립한 말이 분명 있기는 있는데, 마침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서 좋은 기회를 놓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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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전문가나 학자 아닌 어느 시정 사람이나 우인들더러 간혹 물어보는데 저마다 모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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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로 ‘오모히끼떼’라는 뜻이면 우리네도 일상생활에 많이 쓰일 긴한 말이겠는데, 그대도록 시정에서나 일반이 모를 만큼 궁벽하다니, 참말 모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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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났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물론 표준어에도 있어 다들 알고 지방에서도 대개 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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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신이나 미투리를 신어서 한동안 지나고 나면 날에다가 삼았던 짚이면 짚 삼이면 삼이 닳아서 날이 나오고 이때를 ‘신발이 날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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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발이 날이 날 무렵이면 거의다가 해져서 못쓰게 될 어림인데, 그 무렵의 신발―더우기 미투리―바닥이 미끄럽기라니 여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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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뜻으로, 몹시 약고 빤질거리는 사람을 갖다가 매끄럽대서 ‘…… 그 사람이 아주 날이 났다……‘고 하는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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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물론 나 혼자의 아마추어 소견이지 자신있는 학자적 고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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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외래어를 함부로 쓴다고 불평하는 이가 많은데, 미상불 걸이나 개나 덮어놓고 외래어를 그대로 집어다 쓰는 폐단이 없는 게 아니나, 또 막부득이한 경우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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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마도로스’라는 말을 조선말로 번역을 한다면 선인(船人), 선부(船夫) 혹은 사공 이런 따위겠는데, 그러나 마도로스란 말과 선인, 선부 혹은 사공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결코 일치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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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천톤짜리 기선의 (항용) 하급선원으로 스타일이 이상한 양복을 걸치고 육지에 내려, 항구의 으슥한 뒷골목으로 밤거리를, 오랫동안 주렸던 그리고 내일이나 모레면 또다시 오랫동안 주려야 할 흙냄새와 술맛과 계집의 살과 이런 것에 흠뻑 취해 돌아다니는, 그 성미 괄괄스런 사람들 그들을 갖다가 아무 소리도 없이 선인, 선부 혹은 사공이라고 써놓아 보라. 독자는 기껏해야 어느 조그마한 포구에 돛단배를 멈추고 찌부러진 초가집 쪽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 주발을 들이켜는, 고의적삼에 테머리 질끈 동인 뱃사람이 아니면 나루터의 나룻배를 젓고 있는 그야말로 사공을 연상하기가 고작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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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불만이거든 ‘호텔’을 객주집이나 주막으로 번역해서 한번 문장에다가 써놓고 볼 것이다.
【원문】말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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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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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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