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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단산화(文壇散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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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 4. 27
이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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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산화(文壇散話)
 
 
 

1. 천박한 선입견(先入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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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조선에서 수확된 창작품이나 또는 기타 발표되는 논문 같은 것을 옛날 일본소설 《금색야차(金色夜叉)》나 《불여귀(不如歸)》같이 신문지상에 자기 것처럼 발표하던 그때의 것이나 다름없이 아는 자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조선 사람이 창작이 무슨 일이 있나. 일본 것을 번역하여 가지고 이름만 바꾸어 놓은 것이겠지!’라 한다. 이것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중인(衆人)의 무지한 것을 이용한 자의 죄가 없는 것은 아니로되 그렇다고 또는 덮어놓고 조선 사람이란 어느 때까지든지 우미(愚味)한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자기의 손과 발이 닳도록 애를 써서 수확한 작품이나 논문을 다른 사람의 것을 표찬(剽撰)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되지 못한 우월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진보나 사회 진화를 무시하는 천견단려(淺見短慮)를 폭발시킴에 지나지 못하는 말이다. 그리고 또는 일반을 가지고 전표(全豹)를 평하는 우를 면치 못할 것이다. 유아가 어느 때까지든지 소동(少童)으로 있지 아니할 것은 그것을 말하는 것이 도리어 어리석다 할 만큼 자명한 이치이다. 사회의 진화를 부인하는 완고류(頑固流)나 사람을 보거든 도적으로 알려는 속한배(俗漢輩)가 창작품이나 논문이 어찌하여 쓰게 된 것인지 어떠한 생명의 요구에 부응하려 하는지 물론 체험할 수 없으니까 이해를 가질 수 없다는 것만은 용혹무괴(容或無怪) 어니와 자기의 이해 못하는 그것으로써 민족적으로 모욕을 가하는 자 있다 하면 오인(吾人)은 다만 조소로 그에 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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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된 애란(愛蘭)과 파란(波蘭)에 찬연(燦然)한 문학이 있음을 알라! 그리고 여하한 힘으로든지 마음 동산에 된 사상이나 예술의 꽃을 꺾어 버리지 못한 것을 알라! 그것은 생명과 떠날 수 없는 생명 즉 문학이었던 것이다. 창작을 표찬(剽撰)으로 보는 이러한 모욕 가운데에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인생의 비가합주(悲歌合奏)를 들을 수 없이 신경이 마비한 소위 문학자가 있다 하면 마땅히 장사(葬事) 지내야 할 것이다.
 
 
 

2. 색다른 창작 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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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월(四月) 각 잡지에 발표된 색다른 창작 3편을 읽었다. 발표된 것이 물론 3편 뿐이 아니요 여러 편이었으나 읽은 뒤에 얻은바 인상으로 말하면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하나는 가장 사실적인 자연주의(自然主義)의 분위기에 쌓인 것이요 하나는 가장 기교 만능인 기교주의(技巧主義)의 흥미에 끌린 것이요 또 하나는 사상적(思想的)으로 주제를 삼은 통쾌한 풍자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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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작품에 일부의 공통한 주의 색채가 보이는 것이 아님은 아니로되 대별하여 그 대표적인 것을 취한다면 자연주의 분위기에 벗어나지 못한 것은 《생장(生長)》에 발표된 민우보(閔牛步)씨의 작 〈적막(寂寞)의 반주자(伴奏者)〉이오 기교주의의 흥미를 떠나지 못한 것은 동지(同紙)에 발표한 김랑운(金浪雲)씨의 《가난한 부부》이다. 최후의 사상적 주제를 취급하여 통쾌한 맛을 주게 하는 것은 《개벽(開闢)》에 발표한 박회월(朴懷月)씨의 〈사냥개〉이다. 이 세 작품이 다 각기 자기의 처지에서 상당히 가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으나 이것을 그 자체를 떠나 냉정히 관찰할 때는 물론 일단일장을 면치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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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爲先) 〈고독(孤獨)의 반주자〉로 말하면 작품에 나타난 그 정경(情景)이 완연히 엷은 유리를 통하여 은근히 내다보이는 듯한 작자의 냉정한 객관적 태도가 감출 수 없이 나타나 보인다. 응시를 가장 존중하는 태도가 완연히 눈앞에 보인다. 물론 이 작품의 내용에 대한 검토는 틈이 없으므로 더 말할 것이 없으나 그 분위기 즉 그것을 읽은 뒤의 기분이 작자의 싸늘하여진 감정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그 작품 가운데에 어느 곳에 작자의 열정을 풀어 섞은 곳이 있는가 보아라. 영자(英子)의 과거를 고백하는 장면에 있어서도 오히려 열렬한 기분을 맛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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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인(吾人)의 객관주의 문예(文藝)에 대한 태도 문제는 결국은 문학사 상에 비록 단기간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경과하게 되리라는 견지에서 맹목적으로 열정만을 고규(高叫)하는 사람에게는 타산(他山)의 석(石)이 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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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난한 부부〉라는 작품은 그 제재는 우리에게 무슨 큰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그러나 읽은 뒤의 느낌은 썩 교묘하게 달콤하게 잘 그려내었다 ─ 즉 다시 말하면 묘사가 썩 치밀하게 되었다는 것 외에는 하등의 것도 없다. 우리의 가슴을 무슨 주먹으로나 단단히 두드리는 것 같은 아픔과 묵직한 것은 없었다. 바늘 끝으로 얕게 찔리는 듯한 아픔과 간지러움을 느낄 뿐이다. 차라리 그렇게 날카롭게 아픔과 간지러움만을 맛보는 것보다 차라리 묵직한 주먹으로 또는 넓은 손바닥으로 한 번 얻어맞는 것만 못하다는 느낌이 읽은 사람에게서 자연히 일어나게 된다. 이것은 근대인의 극단의 말초신경 발달이 그러한 작품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음을 요구하므로 작자(作 자신도 부지중에 또는 者) 의식하는 가운데에 자연히 이러한 경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이나 나는 이러한 기교만으로 만사 종언(終焉)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근대의 문예 ─ 특히 조선에 있어서 이러한 경향으로 만들어 가려 하는 것에 대하여 적이 불만을 느낌으로 나는 〈가난한 부부〉에 대하여도 교묘히 그렸다는 찬사는 아끼지 아니하나 우리 가슴에 무엇을 안기어주었다는 예찬을 아무리 헐가(歇價)인 것이라도 드릴 수 없다. 이것이 ○○ 작가가 기교 만능으로 빠지기 쉬운 까닭이다.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손끝으로만 글을 쓰지 말고 머리로 가슴으로 쓰도록 힘씀을 바라는 동시에 우리 가슴과 머리에 충분한 준비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소위 글 쓰는 사람 사이에는 이러한 노력이 피아(彼我)를 막론하고 적지나 아니한가 생각한다. 물론 〈가난한 부부〉만을 가리킴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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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가슴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무거운 인간적으로의 아픔을 주는 것은 회월 씨의 〈사냥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소설은 수전노 중의 가장 전형적인 인물을 묘사한 것이다. 물론 그의 행위만을 그린 것이 아니요 그보다 더욱 많이 심리를 그려낸 것이다. 처음으로부터 나중까지 심리묘사로 좌우한 것이다. 그리하여 심리소설이 있다하면 이것을 심리소설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을 수전노 군(群)에 한 ‘프로테스트’로 내놓고 싶다. 수전노로서 그러한 고민도 할 줄 모르는 수전노의 한 교과서로 사용하고 싶다. 그러한 것을 아무리 귀로 들리어 주어도 깨닫지 못하는 이에게 한 극(劇)으로 연출시키고 싶다. 어쨌든 통쾌한 작품의 하나이다. 그리고 자연주의의 말류(末流)나 사실주의(寫實主義)의 방계(傍系)에서 헤매는 조선 문단에서는 호개(好個)의 반기(叛旗)이다. 너무나 그러한 사실이 있을까 없을까 묻지 마라. 걸핏하면 부자연하다 평치 말라. 부자연한 사실이 많은 세상에 문예만이 자연한 사실, 현실, 사실만을 그려내면 항상 그림자만을 돌아보는 단견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근대의 새로운 예술운동이 이에서 반기를 들게 된 것이 아니냐. 이러한 생의 비곡(悲曲)을 될 수 있으면 많이 들리어 주라. 공상(空想)도 좋다. 이상(理想)도 좋다. 현실에 있었던 일도 물론 좋다. 〈사냥개〉는 정(正)히 그것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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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1925. 4. 27.
【원문】문단산화(文壇散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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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상(李益相)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2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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