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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11.30
채만식
1
文壇小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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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이 부진한다—더구나 프로문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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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귀가 아프도록 듣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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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불 프로문단이 활기가 없는 것도 일면의 사실이 아닌 것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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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프로작품을 누가 읽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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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느 해엔가 카프파에서 논제(論題)거리가 되었던 것 같으나 역시 구체화하지 못한 성싶다. 또 가령 구체화하였다 하더라도 해결이 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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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만이 아니겠지만) 늘 이 문제를 가지고 그야말로 벙어리 내종(內腫) 앓듯이 앓아온다. 더구나 한 작품을 쓰려고 할 때와 다 쓰고 난 때와 다시 그것이 활자로 바뀌어 세상에 발표되었을 때에 나는 마음 간절히 “조선의 프로작품은 누가 읽느냐?”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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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때까지 내가 세상에 내어놓은 작품이라고는 극소량의 것이다. 그렇게 양이 적은데다가 질에 있어서도 완성된 것은 별로 없었다. 더구나 “이놈이면 그래도……” 이렇게 생각하고 쓴 것은 거의 전부가 ‘삭제’의 시뻘건 도장으로 벼락을 맞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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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로서는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 좀 주전없어 보이기도 하겠으나 그러나 양이 적은 것은 문제가 통히 되지 아니할 것이요,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작일(昨日)’의 문제다. 나는 앞으로 잘 쓰려는 생각을 가지고 힘을 들이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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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한 잡지의 독자가 3천이라고 잡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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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천 명이 설혹 전부가 그 잡지에 실린 문예—프로작품을 읽는다 하더라도 그 독자는 누구들이냐? 지금 조선의 형편이 농민은 문제도 아니되고 도시의 공장노동자 중에 약간의 독서층이 있을 따름이다. 그러니까 이 약간의 독서층에서 겨우 몇 사람이 위에 든 3천 명 중에 들게 되는 데 불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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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나머지는 그 작품과는 멀리 남이 되어 있는 중간층의 지식군(知識群)이다. 말하자면 조선의 프로작품은 다대수의 지식군의 소일거리가 되는 셈이다. 붓을 꺾어버리고 싶지 아니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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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 명 중에 한 사람이나 두 사람만이라도 진정으로 읽혀야 할 사람에게 읽히었다면 전연 아니 읽힌 것보다야 나을 것이다. 그러나 애써 써놓은 작품을 그 정도의 효과 외에는 개밥 신세를 만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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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에 대한 평론가의 평은 물품에 대한 감정가(鑑定價)의 감정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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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감정가(家)가 풋나기면 그 물품의 실가치(實價値)를 알아보 지 못하고 도리어 험을 내듯이 문예평론가 대 작품의 관계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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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프로문예단(壇)은 작가난․독자난에다가 평가난(評家難)을 합 하여 삼대난(三大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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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그러한 위대( ? )한 프로문예의 이론( ? )을 공부하여 가지고왔는지 모르겠으나 요즈음 문예평론가 중에는 너무도 터무니가 없는 방언(放言)을 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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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曰) 제재가 부르 생활에서 취한 것이니 이것은 부르작(作)이다, 왈 이것은 인텔리의 구직난을 그렸으니 부르작이다, 왈 이것은 봉건적 잔재에서 취재하였으니 기분적 프로작이다 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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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그 평하는 품은 덮어놓고 닷냥금이요 소학교 아동의 작품쇠임직한 논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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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작품을 채 읽지도 아니하고 평을 해놓는데야 머릿골이 아프게 고마우면서도 그 천재적 우둔을 탄복치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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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都是)에 권위있는 평론가가 나서지 아니하는 탓이다. 명색 작자가 작품을 내어놓고 되지 아니한 평가(評家)가 평을 하였대서 번번이 싸울 수도 없는 일이요(한두 번이라면 모르지만) 그대로 두면 버릇이 들고—정말 머리가 아플 일이다.
【원문】문단소어(文壇小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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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 중앙일보 [출처]
 
  1931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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