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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예가협회(文藝家協會)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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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9.3~6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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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藝家協會[문예가협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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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문인협회에 관한 이야기가 가끔 지상에 오르내린다. 그리고 그 논조는 모두 是是否否[시시부부]로 일치된 결론을 얻지 못하는 모양이다. 甲者[갑자]는 갑을 주장하고 乙者[을자]는 을을 주창하여 귀결을 보이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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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누차 준비회를 연다는 엽서를 받았고 위원에 뽑혔다는 엽서를 받았다. 그러더니 그 뒤에 흐지부지 유산이 된 모양인지 아무 소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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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그 문인협회의 표방이라는 것이 문인의 대동친목과 문인의 경제단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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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방에 대해서도 각종 문인 등에서 시시부부의 말썽이 많았다. 된다 안된다, 필요가 있다 없다― 가지가지의 말썽이 많았다. 그리고 또 어떤 신문지는, 이 두 가지의 목적 외에 또 한 가지를 첨가하라는 호의적 충고도 한 일이 있었다. 즉 경제적 단결 이외에 對檢閱[대검열] 문제로 단결하는 것이 더욱 급무로, 경제적 단결 등은 제이의적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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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료를 지불할 입장에 있는 측의 논지라, 좀 간지러운 감이 없지 않으나 이 亦[역] 一理[일리], 二理[이리]가 다 있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충고, 편달 등에도 불구하고 문인협회는 제일의 회합도 열어 보지 못하고 유산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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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 원인이 어디 있는가? 문인협회라는 것이 조선에는 존재할 필요가 없는가? 혹은 존재할 가치가 없는가? 그렇지 않으면 시기상조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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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론 그때 협회 조직을 주선하느라고 돌아가던 사람들의 문단적 지위가 너무도 얕았기 때문에 냉시를 받은 것도 一因[일인]은 되리라. 그러나 그것뿐으로는 유산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왜 유산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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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가 없다고는 누구든 말하지 못할 바다. 대외적으로 대동단결이 되고 대내적으로 대동친목이 되면 이 위에 더 달가운 일이 없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단결이 되면 경제 문제며 검열 문제도 얼마간 완화될 터이니까. 조선 문학 발전을 위하여 경하할 일이요, 대내적으로 친목이 되면 향상과 진전에만은 효과가 있을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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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치 존재의 필요가 있는 자이며 또한 따라서 존재할 가치도 있을 것이다. 필요와 가치가 있으면서도 또한 유산되고 만 第一因[제일인]을 필자는 그 협회의 목적 과대에 둔다. 목적이 과대(즉 대동친목의 불가능)했기 때문에 조직이 못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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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원인으로서는, 현하의 조선 현실에 있어서는 경제적 단결이라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전자는 ‘불가능’ 이요, 후자는 ‘시기상조’다. 불가능과 시기상조의 두 가지 ‘까닭’ 이 內含[내함]되어 있었는지라 협회가 조직이 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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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대 검열 문제 등은 공론에 덧짐치는 자로서 더 말할 근터리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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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째서 ‘불가능’ 이었으며 어째서 ‘시기상조’ 였느냐? 이 점에 대해서는 이 아래 약간 검토해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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該會[해회] 유산의 큰 원인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소위 ‘대동친목’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단체적이라든가 주의적으로라는 의미를 벗어나서 성격적으로 문인의 대동친목이라는 것을 불가능으로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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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전 어떤 신문 지상에서 어느 대가가 문사의 개성이라는 것을 강조한 의미의 글을 실은 일이 있었는데, 그 수일 후에 다른 지에서는 상당히 왜곡된 이상론으로서 전론을 반박한 글을 본 일이 있거니와, 이것은 후자의 논을 단지 반박을 위한 궤변으로밖에 볼 수가 없으니, 대체 예술가의 병적으로 발달된 개성과 그것의 자매격인 개인주의는 엄연한 사실로서, 이것을 부인한다 하는 것은 낫으로 눈을 가리는 행동에 지나지 못한다. 이 점은 일일이 예를 들 필요조차 없는 바로서, 박애주의의 權化[권화]라는 칭송을 받는 모모 문호도 그 개인으로서의 성격은 극단히 에고이스트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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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병적 ‘에고이스트’들이 한 기치 아래 모여서 대동친목을 도모한다 하는 것은 몰리에르의 희극에나 나올 장면이지 실존성을 띠지 못하는 바다. 이것을 결코 黨派上[당파상]이라든가 主義上[주의상]으로의 의미가 아니라, 순전히 성격상으로의 의미로 말이다. 성격상으로 문인들의 대동친목이라는 것은 꾀하지 못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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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조선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문인의 대동친목을 목적한 문인 단체가 존속되어 본 선례가 없다. 간간히 무모한 사람들이 시작하여 본 선례는 있지만, 그것이 그대로 존속하여 본 일이 없다. 만약 문인의 친목 단체가 있다 하면 그것은 성격과 취미가 맞는 數[수] 문인이 모여서 조직한 부분적 단체에 지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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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아직 선례가 없는 문인 대동친목을 의미한 단체가 조선에선들 성립될 까닭이 없다. 더우기 조선 사람의 성질은 다른 어느 민족보다도 당파성이 더 많음에랴? 문인의 대동 단체가 생길 수 있다 하면 그것은 전혀 대외적으로 단결한다는 목적 아래서만이다. 대내적으로 대동친목이라는 것은 애당초부터 경원하여 버려서 건드리지도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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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모모 씨 등은 불가능한 목적을 최대 기치로 하고 나섰으므로 씨 등의 극력 분주한 효과도 없이 該會[해회]는 발기위원회도 열어 보지 못하고 그냥 유산하여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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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내적으로 아무리 불가능한 자를 목표로 했다 하나, 대외적인 목표라도 건실한 자이면 그렇듯 유산이라는 명칭조차 붙이기 부끄러울 만한 早流産[조유산]을 안 하였을 것이다. 그러니 대내적 목표도 그렇듯 불가능한 자인 위에다가 대외적 목표인 경제적 단결이라는 것도 현하 조선의 상태에 있어서는 시기상조한 자로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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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현하 조선의 상태는 어떤가? 그 점을 또 하나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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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문인들의 경제적 단결― 다시 바꾸어 말하자면 출판업자에 대하여 원고료의 협정으로서 단결하여 대항하는 것― 또 다시 말하면 대외적으로의 단결인 이 문제는 어찌하여 조선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이냐? 이것은 조선의 원고료가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는 사람에게는 중언부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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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과 같이 원고 2백자 1매에 대하여 최저와 최고의 차액이 백여원의 가치가 있다면 출판업자는 독자를 끄을기 위하여 고가 원고를 사들이는 한편으로는 페이지 채움하기 위해서는 염가 원고도 구입치 않을 수 없는 것으로 이런 고장이면 무명 혹은 신진의 작가일지라도 협회에 가입한 ‘덕’으로 약소한 고료나마 받을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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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선의 사정이라 하는 것은 거기에 비길 자가 아니다. 조선 문인의 표준 원고료라는 것이(無代[무대]는 제하고) 최하 10전 내외로, 최고 4․50전 정도에 그친다. 그리고 소위 그 최고액이라 하는 것은 2,3인에 지나지 않고 그 외에는 전부가 4․6배판 1頁[혈]에(9포인트 활자로) 인쇄하여 일 원이라는 경악할 만한 염가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 편집자나 출판자와의 특수 명분 관계를 맺기 전에는 좀체 판매할 기회를 구하기가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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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된 문인협회가 얼마한 정도의 원고료로 단결할 內意[내의]였던지는 듣지 못하였다. 그러나 만약 현하 정세에 비추어 200자 1매 15전 이상이라 협정한다면 지금과 일반으로 협회― 즉 단결까지 취할 필요가 없는 바요, 만약 최저 표준을 지금보다 저율로 대하려 하였다 하면 여기 새로운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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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최저 표준이 너무도 얕기에 최저와 최고와의 차액이 3,4배가 되는 형편이나, 최저액이 인상될 때 최고액도 인상되겠느냐 하면 여기에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대하여 여러가지 걸리는 곳이 있으므로 좀더 숫자적으로 설명하기를 피하는 바이로되, 최저액이 인상된다 할지라도 최고액은 얼마를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그렇게 되면 최저와 최고의 새에는 불과 수할의 차액밖에 벌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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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최고와 최저의 차이가 불과 幾割[기할]밖에 넘지 못하게 된다 하면 그 뒤에 생길 일은 명약관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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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경영자는 어떤 의미로 보든 간에 영리업자요, 영리업자는 눈이 밝은 법이다. 지금 최저와 최고의 차액이(금액으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배율로 보자면 수배가 되기에, 그래도 최저 표준의 작가의 글을 구입하는 것이지, 만약 그 차액이 불과 기할에 지나지 못한다 하면 그 눈 밝은 사람들은 광범한 독자층을 가진 작가의 글만을 구입하려고 덤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독자 지반을 못 가진 신진 작가들은(편집자의 특수개인 관계를 얻지 못하면) 작품 발표의 기회와 기관까지 잃어버리는 것으로서, 협회에 가입한 탓으로 자멸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형편이며 원고료 단결을 목적으로 한 문인협회는 아직 조선에서 성립될 수가 없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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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현하 조선에서 문인협회가 존재할 수 있다면 그것은 유령적 존재에 의지해서뿐이다. 즉, 목적도 제거하고 단지 협회라는 명칭 하나를 存置[존치]해 두고, 유령적 존재로 만들어 두는 것, 즉 필요가 생길 때는 협회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필요가 없을 때는 언제까지든 무존재 상태로 내버려 두는 이런 무상적 단체(?) 하나는 존치할 수도 있고 필요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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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삼남 수해 때 몇 사람의 문인이 회합하여 문인으로서의 삼남 수해에 대하여 九牛一毛[구우일모]의 보조라도 하기 위하여 義捐講演會[의연강연회]라도 열어 보자고 의논이 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제일 문제거리로 된 것이 주최자의 명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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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曙海[최서해]의 추도회와 建碑[건비] 때도 이것이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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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있을 때는 협회라는 명칭을 전면에 내세우고 無風[무풍]시대에는 가사 상태로 버려 두는 이러한 무상적 존재는 하나 필요도 하고 존재할 수도 있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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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중의 호사객 수삼 인에게 간사를 맡겨 두고, 전 문단적의 사건이 있을 때는 회합을 열고 자문을 하고, 그것이 부결될 때는 다시 가사 상태로 들어가거니와 문제거리가 될 때는 ‘협회’ 라는 명목으로 사회에 대하고…. 이러한 단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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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는 취미와 성격이 서로 맞는 수개 문인씩이 모인 支會[지회](예컨대 지금의 九人會[구인회] 등) 같은 것이 여러 개가 조직되어 끼리끼리 논의와 연구와 친목을 돕는 것은 매우 필요도 하거니와 성립과 존재에도 다분의 가능성이 있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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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지회에서 한두 사람의 대표 혹은 호사객을 뽑아서 협회의 간사를 삼으면 무상적 존재의 협회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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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단체도 없고 한 개의 친목 기관도 없다 하는 것은 매우 쓸쓸하다. 대외적으로 단결과 대내적으로 친목 기관이 절실히 생각나는 때가 많다. 그러나 요컨대 조선의 현황이라는 것은 너무도 괴상하여 우리 마음에 만족을 줄 수가 도저히 없다. 이 알 수 없는 일을 하여보려 하였기 때문에 모모 씨 등의 노력은 헛데로 돌아가고 협회는 유산이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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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후에라도 전자와 같은 절차를 밟으면 역시 전자와 같은 헛 노력에 지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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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동적 협회보다도 지회형의 단체를 조직하는 것이 급무이며 가능성도 백 퍼센트요, 대동적으로 무상적 회 이외는 조선 현실에 비추어 가능성 있는 자가 없다는 말을 거듭하고, 이 글을 끝맺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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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每日申報[매일신보]〉, 1935.9.3~6)
【원문】문예가협회(文藝家協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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