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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사로부터 도향 나빈 군의 인상과 및 그의 작품의 경향을 써 달란 부탁을 받았다. 동군(同君)하면 나와 알기도 벌써 4,5년이나 되었고 또 매우 절친하게 지낸 탓으로 그의 일치고 내적으로든지 외적으로든지 내 모를 것은 별로 없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 너무 안다는 것이 결코 이런 것을 쓰는 데 필요키는새려 도리어 방해가 된다. 인상이란 아모 선입견 없이 처음 만나는 때의 그것이 가장 정확하다 함이 참말인 것 같다. 너무 알면 결점도 감춰지는 동시에 장처(長處)도 또한 흐리머리해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시방 와서 처음 만났을 적 인상을 생각해 낼 수도 어려운 노릇이다. 정한 페이지가 하나밖에 안 되니 ‘소정지옹(笑亭之翁)’ 이란 별명이나 가지고 몇 마디 적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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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지옹’ 이라면 얼른 보기엔 백발노인을 가리키는 것 같지마는 기실 스물 위를 둘이나 셋 밖에 더 안 넘은 귀밑이 새파란 우리 도향 군을 이름은 물론이다. 이 별명은 그 웃음 잘 웃는 것과 때아닌 노숙(老熟)에서 나온 것이다. 참말이지 너털웃음을 생각지 않고는 동군을 상상할 수 없다. 작은 눈이 더욱 가늘어지며 넓적한 입을 열어 소리쳐 웃을 때엔 그 우들투들하게 추(醜)에 가까운 굴곡선이 모조리 웃음에 춤춘다. 그것이 일종의 매력을 가지고 사람을 누른다. 이 웃음 가운데 그의 연한 문장보담도 그의 연하고 쾌활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일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웃음이 끝나자 그의 얼굴엔 다시금 침울한 기운이 돈다. 20 남짓한 장가도 아니 든 총각이 (금년에나 어찌 혼인국수를 먹여 주었으면 좋으련만) 거연(居然)히 늙은 첨지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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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지옹! 이 넉 자가 거의 동군을 방불하게 한다. 두어 달 전에 돈 4원인가 얼마를 가지고, 그야말로 죽장망혜(竹杖芒鞋)로 표연히 길을 떠나 황해 강원 양도를 답파하였다던가. 이 또한 그의 로맨틱한 방랑성의 유로(流露)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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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이든가, 이런 말을 한 일이 있다. “도향은 알 수가 없어. 어찌 보면 쾌활한 듯하고 어찌 보면 침울한 듯하다.” 고. 적평(適評)이겠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의 경향도 아즉 미지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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