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문학현실 재고 ◈
카탈로그   본문  
1955
고석규
1
문학현실 재고
 
 
2
육체로써 사고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은 육체의 일부인 피부에 의하여 감각되거나 육체의 국부적인 놀림으로써 자기사고를 밖에 보여주는 어느 경우와도 다른 의미다. 감각되는 경우, 육체는 보다 전달에 겨워 있고 밖으로 동작할 때 육체는 보다 사역임무에 굴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육체로서 사고한다 하면 육체와 사고 간에는 어떠한 분리도 전후도 용납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3
한사코 육체와 사고를 떼어서 말한 고대인이나, 육체보다 앞선 사고를 부르짖은 근대인이나, 요즈음 극단으로 육체 지상주의를 예찬하는 사람들은 그 모두가 자기회의에 틀어박힌 까닭이라 하겠다. 그들에 의하면 육체와 사고와의 동시적이며 상호적인 활동은 목적 여하에 따라 부결되는 것이다. 시간에 대하여 낮과 밤을 어디까지나 갈라 운운하는 경우와도 같다. 낮은 밤의 시작이며 밤은 또 낮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결국 낮과 밤은 동일한 시간내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육체와 사고는 육체가 사고하며 사고가 육체함으로써 하나의 인간을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눈에 띄지 않는 어둠의 밤과 손으로 잡을 수 없는 무형의 사고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달렸다.
 
4
우리는 또 하나 비유를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 합류되어 흐르는 거센 강물을 두고 보면 강물은 수없는 줄기들에 의하여 원천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수없는 줄기를 바라보려면 높은 산이나 하늘로 떠야만 할 것이다.
 
5
다시 말하면 흐르는 강물은 다른 자리에서 측량될 수밖에 없다. 합류되어 흐르는 강물은 합류되어 흐르는 현재에 집중되면 될수록 자기조건 이외엔 눈과 귀를 팔지 못하며, 동시에 강물은 합류되어 흐르는 강물인 까닭에 합류되어 흐르는 강물 자기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기조건의 의미와 자기조건의 실천을 스스로 풀어주는 것이며 오히려 그것들은 자기조건과 무관하다는 자유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육체와 사고와의 인간은 마치나 합류되어 흐르는 강물과 같이 자기조건의 현재를 밝히며 그의 자유를 실천함으로써 그의 인간을 수호할 수 있다.
 
6
동양에 「비정」이란 말이 있다. 「범」도 정신에 있는 것이지 형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다. 비정의 범은 인성(Human)에 대한 내인성(Inhuman)을 뜻하며 어디까지나 반인성(Anti―Human)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다. 아폴로와 디오니소스가 욕정과 예지의 표상이던 것과 같이 불상은 인간형이면서도 인간 아닌 인성에 좌선하면 생기는 것이다.
 
7
마침 이글거리는 불길 속에 오직 타버린 고요(靜[정])의 실재함을 느끼는 때, 불은 이글거리는 외형과는 반대인 중심에 다시 살아있는 불의 전체와도 같다. 점점 쉬운 것은 노출이나 점점 어려운 것은 비정이란 것이다.
 
8
육체와 사고를 가를 수 없는 육체가 바로 사고하며 동시에 사고는 육체한다는 인간조건의 동의가 여기에 성립된다.
 
9
이것들은 문학현실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10
육체가 사고하듯이 보이는 부분이 보이지 않는 부분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기이한 절박감이 물밀듯 우리들 앞에 젖어오는 것이다.
 
11
현실은 도시와 전원, 전장과 해양의 어느 곳에도 나타나 있다. 현실은 보이는 육체로서 낮으로서 아니 이글거리는 외염으로서 다시 말하면 그대로의 모양과 장소로서 있다. 그러나 육체는 사고에, 낮은 밤에 외염은 중심에 서로 이끌리듯이 현실은 눈에 띄이지 않는 현실에 가까워지므로써 더욱 그의 현실을 이룩하는 것이다.
 
12
예를 들면 윌리엄·포오크너의 의식은 실로 이러한 전환현실의 고뇌로서 집중된 것이었다. 포오크너의 방법은 보이는 육체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사고에로 밝은 낮과 외염을 어두운 중심과 밤으로 유도하는 것이었으며, 도시에서 문명을 전원에서 자연을 전장에서 전쟁을 해양에서 혼돈을, 즉 장소에서 시간을 깨어 내는 자기조건의 실천에서 도리켜 말한다면 Real에서 Inreal으로 그의 Anti를 제거함으로써 포오크너적 문학현실은 그리고 리아리티는 달성된 것인가 한다.
 
13
문학현실이란 이렇게 저항을 일종통일하기 위한 내면에의 길이며 비정한 육체의 사고와 다름없는 것이다.
 
14
그러한 비정의 행위는 모든 가상의 파괴, 소각된 터전에 불멸하는 현실을 증거할 새로운 운명들을 창조해 낸다. 강물은 떠나온 원천이나 돌아온 지형의 변화에 개의치 않고 오직 합류되어 흐르는 자기조건에서만 강물의 가능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강물의 승리란 바랄 수 없다.
 
15
보이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현실에의 교량은 자기조건의 실천 다시 말하면 보이는 현실에의 부정으로 비롯되지 않을까.
 
 
16
인간 정신생활의 소재들 속에서 전에는 존재치 않는 그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것이다.
 
17
인간은 다만 인종하기 때문에 불멸이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쉬운 노릇이다. 파멸이 마지막 발악성을 치며 마지막 붉은 사회(死灰)의 저녁에 매이지않고 걸려있는 최후의 암초에서 시들어 갈 적에도 아직 하나의 소리는 남아있는 것이다.
 
 
18
포오크너는 자기조건의 인종에서 터져나는 「소리」가 곧 자기의 문학현실이었음을 이상과 같이 고백한다. 「전에는 존재치 않는 그 무엇인가」를 우리는 문학현실이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육체는, 마음에 드는 대낮은, 이글거리는 외염의 차색은, 눈에 보이지 않기 전에는 존재치 않는 무엇으로서의 사고와 밤과 불의 중심과 어찌하여 떨어져 있겠는가. 불가시한 울음과 들리지 않는 목청! 이제 작가들은 보이지 않는 현실의 재단만이 아니라 보이는 현실의 사정없는 부정이 곧 문학현실에의 첩경임을 스스로 다짐할 때이다.
 
 
19
《1955. 부대신문》
【원문】문학현실 재고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평론〕
▪ 분류 :
- 통계자료 없음 -
( 신규 )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문학현실 재고 [제목]
 
  고석규(高錫圭) [저자]
 
  1955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 문학평론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문학현실 재고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0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