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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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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서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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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 인생비극 除去(제거)의 一提議(일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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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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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도 그럴 것이나 우리가 특히 유화를 볼 때 너무 가까이 다가 서서 보면 아무런 미감도 만족시키지 못할 뿐더러 화의(畵意)와 표현의 진상을 포착할 수가 없다. 다만 눈을 수고롭게 하는 것은 거의 몰법(沒法)에 가까운 「뿌러쉬」의 어지러운 자취와 색조의 난합(亂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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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와 같은 이법으로 우리가 산악의 미를 탐간(耽看)하려 골짜기(谷)에 들어섬은 만만 불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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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것을 볼 때 거리를 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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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대어 놓고 보면 포회(抱懷)하였던 갖은 아름다운 꿈은 깨어지고 만다. 알아 듣기 쉽게 여자를 두고 말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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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면 과한 추물, 빼어 놓고는 모두 사생(死生)을 도(睹)할 만한 어느 잡을래야 잡을 수 없는 「촴」이, 얼굴은 그만두고라도 그 목에, 그 어깨에, 그 허리에, 그 걸음걸이에 「부동(浮動)」하나 막상 접근하여 보면 가혹한 신의 섭리(?)로 무슨 탈, 무슨 병꽤든지 그여 붙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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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자의 미 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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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와는 별물(別物)로 善 수 있으나 남자인 경우에는 그 인격에도 역연(歷然)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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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은 시각 밖의 것이나 원근설(遠近說)이 하당이냐 할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를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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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견관역상인(英雄見慣赤常人)」이란 옛 시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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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람이라도 늘 보면 그런 성하다는 말이다. 물론 고품(高品)의 시귀는 아니랄 망정 진리를 담은 말이 아니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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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래로 인품 평정은 난사(難事) 중 우 난사로 그 키(丈)를 재일 자(尺)도 그 무게를 달을 저울도 부실하다. 기괴(奇怪) 천만의 상상일지는 모르나 가사 영웅 걸사(傑士)와 시정(市井) 무뢰(無賴)를 마구(馬廐)나 돈책(隊柵)같은 속에 한 몫 몰아 넣어 둔다면 필시 상이점(相異點)보다 혹사점(酷似點)이 많이 발견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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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같은 나무 토막을 짜개 놓은 것이라 할가? 같은 흙으로 구워 놓은 모양만 다른 그릇(器)이라 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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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또한 원시정확(遠視正確)설이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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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접촉하여 미웁지만 않을 뿐더러 일종의 호감까지 주던 이로도 일차 나뉘인 뒤에는 기억조차 소멸되는 인물이 있고, 비록 같이 지내는 동안 부단히 충돌되고 여러 가지로 불쾌를 풍기었지만 늘 머리 속에 배회하여 차마 잊혀지지 않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이 갖은 미점(美點)을 구비한 듯 별로 탈 잡을 데는 없으나 어쩐지 경시(輕視)되고 심하여는 기피까지 하고 싶은 심정을 금할 수 없는 소위 「얌전형」의 위인이 있는 중 한편으론 그 반대로 소규세절(小規細節)만 불고(不顧)할 뿐 불시(不啻), 일견백폐(一見百弊)가 구존(具存)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모멸할 수 없는 어느 늠연(凜然)한 기풍과 상대자를 유열(愉悅)케 하는 인품의 방향(芳香)을 내어 뿜는 인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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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상에는 남·녀를 물을 것 없이 「근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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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가까이 봄이 자세히 보는 것」인 줄 아는 것이 거의 통례인 바 무엇이 나를 그 같이 가까이 봄은 위험 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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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을 잘 못 사귀게 됨도 이에 말미암고, 배우자를 빗 고르는 비극도 이에 달린 것이다. 특히 여자로 말하면 그 상대자인 남자의 눈이 어떻게 뚫리고, 코가 어떻게 붙고, 입이 어떻게 째어졌나(눈 코 입은 비유적)를 주시하기에 허령(虛靈)한 인격 의 전적 하아모니를 멀리서 바라볼 감정과 아울러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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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역시 옛 시귀 「교처상반 졸부안(巧妻常伴拙夫眼)」격의 단장적(斷腸的) 대조 광경을 낳는 동시에 「알 수 없는 일도 천하에는 많다. 어찌하여 저만큼 어여쁘고 영리한 여자로서 그따위 재깜의 남편을 얻으람!」하는 가벼운 동정을 끌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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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벗과 결교(結交)를 할 경우에라든지, 배우자를 택정(擇定)할 경우에는 「스텝 빽」하여 화가나 조각가나 자기네 제작품의 전적 효과를 멀리 떨어져 실눈으로 바라보듯 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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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리 할수록 우리는 큰 것은 놓치고 작은 것에만 사로잡히게 되어 지나가는 부스러기 호의나 표정(벗일 경우)에 어느 상상도 못하였던 함지(陷地)에 투입(投入)되는 수도 있을 것이고 남·녀 사이일 경우에는 눈이면 눈, 코면 코, 입이면 입 중 그 어느 하나에 야릇이 마음이 끌리어 피차 오일생(誤一生)하는 수가 비일 비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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